<그 섬에 가고 싶다> 여수 낭도
성산 아래 올망졸망 들어선 여산마을 지붕색의 절묘한 조화
초입에서 선착장까지 갱변미술길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섬
| 2022. 09.21(수) 14: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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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돌산~화태(1개), 화태~백야(4개), 백야~ 화양(1개), 화양~적금(4개), 적금 ~고흥 영남(1개 )을 잇는 11개 교량을 지나는 길이다. 앞으로 화태~백야 구간이 연결되면 백리섬섬길의 대역사가 마무리된다. 이 구간은 오는 2028년 준공 예정이다.
낭도는 여수와 고흥 사이의 바다에 떠 있는 4개의 섬 가운데 하나다. 조발도와 둔병도, 낭도, 적금도가 각기 다른 모습으로 길손을 맞는다. 낭도로 가는 길은 여수 화양에서 조발대교와 둔병대교를 건너가는 코스와 고흥에서 팔영대교와 적금 대교를 거쳐 바로 낭도로 들어가는 코스다 있다.
낭도는 조그마한 섬이다. 여수에 딸린 353개의 섬 가운데 하나다. 섬의 모양이 이리를 닮았다고 하여 이리 낭(狼)자를 써서 낭도라 부른다. 그런데 ‘이리 낭(狼)자’ 대신 ‘물결 낭(浪)자’를 써서 ‘낭만의 섬’이라 이름을 붙여놓았다. 그럴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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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도에는 2개의 마을이 있다. 낭도 초입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규포라는 작은 마을이 있고 왼쪽 언덕을 돌아 내려가면 여산(麗山)마을이다. 여산마을 끝에 낭도항에 있어 이곳으로 여수나 고흥에서 오는 배가 드나들기 때문에 마을이 크다. 지금도 200여 가구에 300여 명이 살아가는 큰 마을이다.
여수에서 남쪽으로 약 26.2㎞ 떨어져 있고, 해안선 길이는 19.5㎞이다.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여수항에서 배편으로 1시간 50분 걸렸으나 지금은 30분이면 갈 수 있다. 백야항까지 오가는 마을버스도 생겨 주민들의 삶이 무척 편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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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와 고흥 바다에 떠있는 작은 섬
지금도 백야도~ 제도~ 개도~ 상화도~ 하화도~사도~낭도를 하루 세 차례 운항하는 정기여객선이 있다. 주요 농산물은 감자·고구마를 비롯해 보리·쌀·무·마늘 등이 생산되고, 염소와 소 등의 가축 사육도 한다. 성산 중턱에 있는 젖샘 물로 만들었다는 낭도 막걸리가 유명한 곳이다. 낭도가 유명해진 것은 전남도가 추진한 ‘아름다운 섬 가꾸기’ 사업 덕분이다. 지난 2015년 아름다운 섬으로 선정돼 마을의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다. 섬 초입부터 ‘낭도 갱변미술길’ 이 만들어졌다. 집주인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문패가 섬을 찾는 사람들을 무장해제 시킨다. 입가에 웃음이 돋아난다. 담벼락에는 여수지역의 유명 화가, 시인, 공예가들의 작품이 1.5km의 설치되었다. 작가들의 작품을 원색 그대로 프린팅하여 벽화로 만들었는데 수준급 작품들이다. 간간이 향토성 짙은 시도 있고 낭도항 쪽에는 이 마을의 전통이었던 ‘탈카니발’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도 소개해 놓았다.
마음을 헤아리는 것보다
차라리, 해변에 앉아
모래알의 숫자를 헤아리는 게 더 쉽겠다
많은 모래가 모여야 백사장이 되지만
내 그리움은 반만 담아도
바다가 된다.
시집 <그대가 있어 더 좋은 하루>에 실려 있는 '커피시인' 윤보영의 시 '모래와 바다'다. 담장에 그려진 그림과 함께 새겨진 이 시가 낭도의 낭만을 부추기고 섬여행의 설렘을 전해준다.
낭도 카니발 현대적 축제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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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서는 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정월 대보름날이면 여자는 남자의 탈을 쓰고 여자는 남자의 탈을 쓰고 ‘달집태우기’를 했다고 한다. 이날은 남녀가 서로 구애하는 아름다운 날로 일종의 카니발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아름다운 전통을 살려 청춘남녀들이 매년 정월 대보름날 낭도에 모여 사랑의 고백하는 아름다운 이벤트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낭도는 성산을 가운데 두고 낮은 구릉지로 되어있다. 해안선 곳곳에 소규모의 만과 곶이 이어져 있다, 기다란 방파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큰 물결이 마을길을 휩쓸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도 먼바다에 거센 파도가 밀려올 때는 아름다운 물보라가 탄성을 자아낸다.
갱변미술길이 끝나는 낭도선착장 부근에는 최근 현대식 펜션과 찻집들이 들어서고 있다. 뭐니 뭐니해도 낭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은 야트막한 성산과 그 아래 올망졸망 들어선 여산마을 지붕색의 절묘한 조화다. 무질서 속의 조화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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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도선착장 조금 못미쳐 낭도중학교 옆에 캠핑장이 있고 선착장에서 갱변길로 접어들면 낭도해수욕장이 있다. 남포 등대 주변에는 기묘한 지층과 주상절리가 어우러진 갯바위 지대가 있다. 낭도의 바닷가 지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아름다운 해안과 해식애이다. 깎아서 세운 것 같은 해안의 낭떠러지, 단애(斷崖)다. 오랜 세월 침식으로 형성된 퇴적층과 절리대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가 문명에 찌든 현대인들의 가슴을 씻어 준다.
낭도에는 신선이 내려와서 살만할 정도로 빼어난 풍경을 지녔다는 신선대와 천선대도 절경이다. 이곳에 서면 멀리 바다 건너 고흥 외나로도에 있는 나로우주발사대와 영남면에 있는 우주발사 전망대도 보인다.
둘레길을 따라가다 산타바해변에서 언덕 하나를 오르면 산타바오거리로 나온다. 바로 밑에 장사금 해수욕장이 숨어 있다. 장사금(長沙金)이란 이름은 모래가 비단처럼 곱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장사금 해수욕장은 부채길 모양으로 만조가 되면 바다가 두 개로 분리돼 갯바위를 넘어가거나 둘레길을 돌아볼 수 있다, 모래사장이 그리 넓지 않아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는 없지만 물이 맑고 깊지 않아 어린이를 둔 젊은 부부들에게는 더없이 좋을 듯하다. 그러나 해수욕장을 드나드는 차량이 너무 많아 최근 야트막한 돌담을 쌓아 차량 출입이 안 된다.
장사금해수욕장에서 해변길을 따라가면 역기미 삼거리가 나오고 규포선착으로 연결된다. 역기미 삼거리에서 규포항까지가 낭만낭도 둘레길 3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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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금 해수욕장 입구 반대편에는 언덕으로 오르는 산책로가 있다. 산책로 입구에 최근 ‘인간극장에 소개된 사람의 집’이란 작은 표지판이 보인다. 라면이나 커피를 파는 간이휴게소 같은 곳이다.
찻길 끝에 오르면 전망대가 있고 포토존이 마련돼 관광객을 맞는다. 툭트인 바다와 푸른 물빛, 그리고 발아래 크고 작은 섬들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사이 걱정이 부질 없어진다.
그 섬들 가운데 가장 가까운 섬이 사도와 추도다. 사도 첫 들머리에는 대형공룡조각상이 세워져 있어 공룡발자국이 있는 섬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낭도와 사도, 추도에서는 공룡발자국 화석이 3,600여점이나 발견된 곳이다, 공룡 발자국은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 때 드러난다.
가까운 바다 건너에 있는 사도와 추도는 형제의 섬이다. 음력 2월 1일 영등날이 들어있는 영등달에는 조석간만의 차가 커 바닷물이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열린다. 그래서 사도와 추도 사이에 길이 열려 걸어서 오가기도 한다.
순전히 모래섬으로 이뤄진 사도는 20여 가구 40여 명이 살고있는 작은 섬이다. 낭도를 지난 배가 사도로 온 배가 상화도~하화도를 거쳐 다시 사도를 거쳐 낭도로 돌아온다. 배가 다시 사도로 오기까지 한 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섬이다.
사도에는 막돌로 쌓아 올린 막돌담장이 유명하다. 아무렇게나 쌓아 올린 돌담인데 거센 바람도 이겨내는 지혜의 담장이다. 이곳에서 가정집 민박도 가능하다.
젖샘 막걸리와 해초 비빔밥 유명
다시 낭도로 나와 요깃거리를 찾는다. 여수 관내애서는 낭도의 젖샘막걸리와 개도막걸리가 유명하다. 낭도의 젖샘막걸리는 100년 전통을 자랑한다. 옛날에는 젖샘에서 나오는 물로 빚었다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젖샘은 젖이 부족한 산모가 정성을 다해 빌거나 이 샘물로 젖을 씻으면 젓이 샘처럼 솟았다고 전해지는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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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가 유명하다 보니 막걸리 식초를 넣어 만든 서대회와 해초비빔밥이 별미다. 육지와 연결되면서 생활은 많이 편리해졌지만 불편도 많다. 관광버스들이 들어와서 와서 섬둘레길을 걷고 쓰레기만 버려두고 가는 일이 다반사란 것이다. 그래도 고즈넉했던 낭도가 사람들이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섬, 낭만의 섬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는 중이다.
돌아오는 길에 골목길 담장에는 임연태 시인의 '젖샘 막걸리'라는 시를 따라 읽으니 그 옛날의 정경이 환히 떠오른다.
'…아이 낳고 젖 모자라는 여인들이 찾아와
치성 드리고 마시면 젖이 잘 돌았다는
전설의 샘이 바로 젖샘이니
그 샘물로 빚은 술은
술이 아니라 젖이라 해야겠네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잦아드는 파도 끝에 앉은 사내들
빈 젖 물고 자라난 탓에
유난히 배고픔을 참지 못한다는 사내들
밥 삼아 들이켜는 술
이름만 들어도 어머니 젖내가 느껴지는 술
이름만 들어도
저절로 배가 불러지는 술
술이 목구멍을 타고 술술 넘어가고, 맛도 부드럽고 깔끔하다. '낭만낭도'의 격을 한껏 높여주는 막걸리다.
<글:박원지 기자 / 사진:임철진 사진작가>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