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 튤립의 섬 임자도
| 2021. 08.25(수) 13: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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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해제-신안 지도 간 연륙교가 세워지기 전 멀고 먼 섬이었던 임자도가 3월말 지도 점암과 임자도를 잇는 임자대교가 개통됨으로써 ‘섬의 굴레’을 벗어버리게 되었다. 점암에서 지도까지 철부선으로 30분이나 걸렸던 길이 3분 만에 닿을 수 있는 가까운 이웃이 된 것이다.
임자 대교는 연장 4.99km, 폭 11m(2차로)로 신안의 12번째 다리이자 천사대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 2013년 공사를 시작해 무려 8년 만에 준공을 보게 되었으며 총공사비 1천720억 원이 들어갔다.
임자 대교는 제1교와 제2교로 연결되어 있으며 사장교이다. 임자-수도간 주탑은 A형으로 남성을 상징하고 있으며, 수도↔점암간은 H형 주탑으로 여성을 상징하도록 설계돼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도록 했다, 각각 청색, 빨간색의 철강 다리로 백년해로를 모티브로 한 교량의 상징성을 표현된 연도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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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도’하면 맨처음 떠오르는 것이 대광해수욕장과 전장포, 그리고 튤립축제, 해당화이다. 그리고 조선조 유명 문인화가였던 우봉(又峰)조희룡(趙熙龍)이 머물며 ‘황산냉운도(荒山冷雲圖)’ 등을 남긴 섬이라는 것이다.
임자도는 동으로는 지도읍, 남쪽으로는 자은면, 북쪽으로는 바다건너 영광 낙월도와 이웃하고 있는 섬이다. 섬 전체가 모래언덕으로 이루어져 있고, 섬 곳곳에는 마을 사람들이 ‘물치’ ‘모래치’라고 부르는 물웅덩이가 있다. 식생은 북가시나무·녹나무·후박나무·동백나무·구실잣밤나무·사철나무가 자라고 있다.
임자도는 고려초부터 수군통제사가 진을 두고 자은도(慈恩島)까지 관할했다. 1748년(영조 24) 영광군에 부속되었으며, 1895년(고종 32) 지도군의 신설로 지도군에 속하였다가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무안군에, 1969년에는 신안군에 속하게 되었다.
다양한 농산물이 생산되지만 최근에는 양파와 대파 농사가 많이 이루어진다. 근해에서는 농어·돔·병어·민어·장어·새우 등이 어획되고, 김 재배도 성하다. 전장포 마을 뒤편 솔개산기슭의 토굴은 새우젓 천연 저장소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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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길이 12km의 대광해수욕장
먼저 대광해수욕장은 해변의 길이 12km로 단일 명칭의 해수욕장 가운데 가장 길다. 완도 신지도 명사십리가 4km이니 그 3배에 달한다. 경사가 완만하고 수온이 따뜻하다. 특히 백사장은 항공기용 유리를 만드는 데 쓰일 만큼 질이 좋은 규사 모래밭이다. 넓은 야영장과 잔디운동장·체육시설 등이 갖추어져 있어 캠프나 단체 야영장으로도 좋다. 1970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다.
임자도의 모래가 얼마나 고운지 임자도 처녀는 ‘모래 서 말은 먹어야 시집 간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바람이 조금만 강하게 불면 모래가 뿌옇게 흩날려 마치 눈이 내리는 것 같다. 백사장 뒤편 모래언덕에는 해당화가 많이 피고 곰솔이 울창하다. 근해에는 어종이 다양하여 무인도인 고깔섬·유다리도 등에는 낚시꾼이 몰린다.
100만송이 붉은 유혹 튤립 축제도 유명
임자도에서는 매년 4월 튤립 축제가 열린다. 매년 10만명 이상이 찾는 아름다운 축제다. 신안군은 임자대교 개통으로 매년 30만 명 이상이 임자도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튤립은 꽃의 여신이 억울한 소녀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꽃이라고 한다. 꽃말은 색에 따라 다른데 빨간 튤립은 사랑·고백이다. 주황색은 수줍음·부끄러움, 흰색은 실연·새로운 사랑, 노란색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희망, 보라색은 영원 사람, 분홍색은 애정·배려·풋풋한 사랑이다. 실연의 아픔이 있는 사람도 좋은 꽃말의 색을 찾으면 새로운 행복이 찾아올 것만 같다.
튤립축제가 열리는 4월이면 임자도는 온통 튤립의 합칭으로 가득하다. 동양 최대규모의 백사장과 형형색색의 튤립의 손짓은 젊은 남녀가 아니라도 가슴 설레이게 하기에 충분하다.
축제장은 총 12만㎡ 규모로 튤립광장과 튤립원, 구근원(알뿌리), 토피어리원, 유리온실, 품종 전시포(66종), 수변정원, 동물농장, 해송 소나무 숲길 등으로 꾸며졌다. 수변정원에는 원목교 시설과 아왜나무, 유카나무, 초화류, 꽃잔디, 사철나무 울타리 등이 튤립과 어우러져 미니 호수공원 같다. 유리온실에는 다육식물과 인공연못, 벽면식물로 구성된 다육식물전시관과 공중식물 및 아열대식물 전시장이 있다.
이 외에도 마(馬)상 조형물과 튤립꽃·나비 조형물, 풍차전망대, 튤립파라솔, 대형전망대, 유리튤립동산, 토피어리 등 각종 조형물들도 볼거리로 제공된다. 튤립축제장 주변에는 용난굴 어머리 해변, 전장포 새우젓 토굴, 대둔산성 등 관광지와 새우젓, 김, 민어회, 간재미, 갑오징어, 숭어 등 먹거리도 풍성하다.
붉은 꽃젓·오젓·유젓으로 유명한 전장포
임자도 끄트머리에 ‘전장포’라는 작은 포구가 있다. 그곳에 황동철물로 만들어진 새우 시비는 아침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번쩍거리며, 사평역으로 알려진 곽재구 시인의 시비가 눈에 들어 온다.
아리랑 전장포 앞바다에
웬 눈물방울 이리 많은지
각이도 송이도 지나 안마도 가면서
반짝이는 반짝이는 우리나라 눈물 보았네
............... 중략..................................
보았네 보았네 멸치 덤장 산마이
그물 너머 바람만 불어도 징징 울음 나고
손가락만 스쳐도 울음이 배어 나올
서러운 우리나라 앉은뱅이 섬들 보았네
아리랑 전장포 앞 바다에
웬 설움 이리 많은지
아리랑 아리랑 나리꽃 꺾어 섬 그늘에 띄우면서
<곽재구 시인의 전장포 아리랑>
전장포는 새우 파시로 유명하다. 그래서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일자리를 찾기 위해 몰려드는 어부들과 장사꾼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때는 250여 가구에 2100여 명이 넘게 거주했던 곳이다.
5월에 잡은 오젓과 6월에 잡은 육젓이 최고의 상품이란 말이 있는데 그 유명한 새우젓의 60~70%가 이곳 전장포에서 생산되었다. 이미 조선시대부터 마포나루 젓갈 시장에서도 전장포 새우젓은 알아주었다고 한다. 지금도 몇몇 집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생산된 젓갈이 전국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마을 뒤에 야트막한 솔개산이 있다. 산 초입에 4개의 굴이 있는데 이 굴은 1980년대 전장포가 새우젓 장사가 잘될 때 국비 사업으로 파놓은 것이다. 이 굴은 새우젓을 숙성시키기 위한 파 놓은 곳이다. 한때는 체험장으로 운영되다가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1993년 송도위판장이 생기면서 고깃배들은 전장포에 들르지 않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새우 파시도 사라졌다. 주민들도 하나둘 빠져나가 지금은 140여 가구에 270여 명 정도가 살고 있다. 비록 새우 파시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새우젓은 전장포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다.
임자도 인근의 넓은 모래 해역이 젓새우가 살기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알려진다. 단백질 및 칼슘이 풍부한 젓새우는 인근 해양 생태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먹잇감이다. 새우파시가 열렸던 옛적에는 동네마다 토실토실한 백새우와 흔히 ‘꽃 젓’이라고 부르는 붉은색을 띤 새우, 또 일반 생선을 구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꽃젓과 오젓, 육젓의 가격 차이는 매우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시절 민가에서 점심을 먹은 적이 있는데 난생 처음 맛보는 젓이었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생선 잡젓’이라고 했는데 어린아이 손바닥만한 각종 생선으로 담은 젓갈이었다.
5,6월에는 병어, 7,8월에는 민어떼 몰려
임자도에는 덤으로 먹이사슬이 형성되어 4~5월엔 갑오징어가, 5~6월엔 깡다리(황석어)와 병어가, 그리고 7~8월엔 민어가 새우를 찾아 몰려든다. 이 때문에 임자도 바다는 사시사철 서로 다른 물고기가 잡히는 풍요의 섬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이다.
임자도에도 민어 파시가 형성된다. 대광해수욕장 근처에 ‘섬 타리도’, ‘육 타리도’라 불리는 두 개 섬이 있다. 이곳에서 ‘타리 파시’가 형성되어 있다, 매일 수백 척의 고깃배가 모여들어 파시에 풀어놓고 보통시장에서처럼 거래한다. 고기잡이 철이다 보니 거래량은 큰 규모를 자랑하고, 또 큰돈이 오가다 보니 자연스레 어부와 상인, 중개인은 물론 온갖 잡상인들이 몰려와 일대 성시를 이뤘다.
사실 새우는 전장포 주민들에게 있어 사연이 많다. 오래전부터 낡은 배에 널따란 판자나, 폐선을 얼기설기 붙여 만든 목선으로 임자도와 낙월도 사이의 풀등에서 새우를 잡는 방식이었다. 말이 배지, 돛도 없고 노도 없는 이 배는 스스로 힘으로는 움직일 수가 없어 주민들은 ‘멍텅구리배’라고 불렸다.
새우잡이를 하는 선원들은 적어도 4~7개월 동안 멍텅구리배를 타고 바다에 머물러야 했다. 한 배에 보통 네다섯 정도의 선원이 탔는데 이렇다 할 안전 장비도 없어 위험하기 이를 데 없었다, 1987년 태풍 셀마가, 미처 육지로 피신하지 못한 멍텅구리배를 덮쳐 12척에서 많은 인명이 참사를 당하는 아픔이 가지고 있다.
여섯 개의 섬을 간척해 만든 ‘육섬’
임자도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섬이다. ‘육섬’이라 불리는 여섯 개의 섬을 간척해 하나의 섬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덤프트럭이나, 굴착기도 없던 시절에 삽과 지게만 가지고 섬과 섬을 잇고 제방을 쌓아 새로운 땅을 만들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대대적인 간척사업이 이뤄지면서 지금의 형태가 아닌가 생각된다. 임자면은 4개의 유인도와 60여 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졌고, 임자도는 24개의 섬을 방조제를 통해 하나의 섬으로 연육되어, ‘한국판 네덜란드’라고 불린다.
임자도 섬 전체가 고운 모래섬은 아니다, 동쪽인 진리는 찰진 갯벌이 조성돼 양질의 염전이 발달 되어 있다. 오래전부터 자염 또는 화염(火鹽), 전오염(煎熬鹽), 육염(陸鹽)으로 불리는 소금을 생산하여 젓갈을 만들었다는 기록도 있는데 이런 자염은 일제강점기에 요즘의 염전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다가 한국전쟁 후 북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에 의해 다시 염전이 활성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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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사무소 앞 삼거리에 이흑암리 이정표가 있다. 마을을 품고 있는 대둔산(320m)과 삼각산(214m)의 산그늘이 커 해가 일찍 넘어가고 어둠이 빨리 찾아온다고 ‘이흑암’으로 이름 붙었다. 마을이 온통 홍매화 천지이다. 교회 담벼락도, 마을회관도, 동네 어귀 골목도 홍매화다. 이곳이 남종문인화(南宗文人畵)의 산실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소치(小痴)허련(許鍊)보다, 우봉(又峰)조희룡(趙熙龍)이 몇 년 먼저 이곳에서 붓을 휘갈겨 남종화를 쳤기 때문이다.
문인화가 조희룡이 유배 와서 갈매기 1만 마리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에 움막을 짓고 살았다. 집에는 ‘만구음관(萬鷗音館)’이라고 쓴 편액을 내걸고 살았다고 한다. 그는 한국문인화의 최고봉으로 통한다. 그의 대표작품 19점 가운데 8점이 임자도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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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봉 조희룡(1789~1866)은 예(禮)에 관한 예송논쟁에 휘말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임자도로 유배 온다. 제주도로 유배 간 추사 김정희와 아주 가깝다는 이유다. 조희룡은 유배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억울했다. 유배 와서 보니 임자도의 생활상도 암울했다. 한동안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았다.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 섬과 섬사람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매화 그림을 선물했다. 섬사람들도 흡족해했다. 시나브로 집집마다 그의 그림이 한 점씩 걸렸다. 조희룡과 지역주민들 사이가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에 그림의 소재도 매화에서 대나무, 돌로 확대되었다. 매화에다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버무린 ‘매화도’에 이어 임자도의 자연을 소재로 한 묵죽도, 괴석도를 많이 그렸다. ‘황산냉운도(荒山冷雲圖)’는 유배지에서의 심정과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화법에도 갈수록 개성이 묻어났다.
그의 예술세계를 한층 무르익게 한 임자도에서의 유배생활이었다. 조희룡은 차분히 이론을 정리하며,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경지에 올랐다. <화구암난묵〉등 산문집과 시집, 그림이론서 등 많은 저술도 이때 남겼다.
<박재완 여행가>
박재완 여행가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