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 섬 속의 작은 섬 추포도
| 2021. 08.25(수) 14: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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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엽도(秋葉島), 오도(梧島)가 이어진 섬
우리나라 최장 路頭길과 해수욕장, 울창한 솔숲으로 유명한 캠핑장
암태도와 추포도를 잇는 추포대교가 지난 3월 완공돼 이제 추포도는 더이상 섬이 아니다. 지난 2016년 4월부터 5년여의 공사 끝에 완공된 추포대교는 왕복 2차선으로 된 연장 1.82km의 바다 위 도로다. 총사업비 354억원이 투입되었다. 이제 추포도와 비금도를 잇는 다리만 이어지면 도초도까지 승용차로 달려갈 수 있다.
추포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노둣길로 유명하다. 옛날 추포도 사람들은 암태도로 건너기 위해 돌멩이를 놓아 징검다리를 만들었는데 그 뒤로 노둣길에 시멘트길을 만들었다. 이번에 그 길과 나란히 추포대교가 건설돼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노둣길은 이제 추억의 길이 되었다.
추포도는 암태도에 딸린 작은 섬이다. 그동안 압해도에서 국도 2호를 타고 천사대교를 거쳐 가다 보면, 노부부의 동백꽃 파마머리 벽화가 그려진 암태 기동리 삼거리가 나오고 여기서 암태면 소재지 방향으로 가면 암태(巖泰)의 상징적인 큰 바위산이 보인다. 그 산자락에 암태 소작쟁의 기념비가 있다. 여기서 좌회전하여 가다 보면 완만한 고개를 넘는다. 수곡리 고개로 암태와 추포를 연결하는 널따란 갯벌이다. 이곳에서부터 물때를 맞추어 노둣길을 걸어야 했던 곳이다,
그만큼 나들이가 불편한 섬이지만 한적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소문이 나 있는 곳이다. 추포도는 해변의 백사장과 울창한 솔숲이 아름다워 산책하기에 너무 좋은 곳이다.
특히 추포도의 인근 갯벌에서는 낙지가 많이 잡히고 바다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어류가 풍부한 곳이어서 어촌체험과 갯벌체험, 낚시를 겸한 가족캠핑을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추포도의 역사를 잠깐 들여다 보자.
추포도는 본래 북쪽의 포도(浦島)와 남쪽의 추엽도(秋葉島), 동쪽의 오도(梧島) 등 3개 선으로 되어 있었다.
행정구역상으로 암태면 수곡리에 속해 있다. 암태도 남서쪽 0.9㎞ 지점에 있다. 남쪽 추엽도(秋葉島)는 가을에 단풍이 아름답고 독수리가 날아오르는 형상으로 취비 또는 채비라 불렸고, 또한 울창한 나무 사이로 호랑이의 등처럼 보이다가 가을이면 호랑이의 형태를 보인다 하여 추엽도라고 하였다 한다.
동쪽은 오도(梧島)와 북쪽의 포도(浦島)는 개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개섬’이라 부르다가 어감이 이상하다 하여 ‘가섬’으로 고쳐 부르기도 하였다, 1965년 방조제를 쌓아 간척답(干拓畓)과 염전을 개발하여 하나의 섬으로 만든 후 포도는 서해에서 밀려오는 파도가 섬에 닿으면 잔잔해진다 하여 포도라 불렸는데 추엽도와 포도를 연도 한 후부터 추포도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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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 4.05㎢, 해안선 길이 15.1km, 연평균 기온 14.1℃, 강수량 1,172mm, 인구는 58가구, 133명(2013년 기준)이다. 목포시에서 서쪽으로 27.3km, 암태도에서 남서쪽으로 0.9km 거리에 있다. 부근에 팔금도, 자은도, 상사치도 등이 있다.
이 섬에는 약 350여 년 전, 인동 장씨가 들어와 정착하였다고 전해진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문씨들이 추엽도에 집성촌을 이루며 살았고, 소작인들은 주로 포도에 살았다. 작은섬 오도는 딸망섬이라고도 불렀는데 몇 집이 살지 않았다. 추포도는 해수욕장과 노둣길이 유명하고 천일염과 지주식 김 양식으로도 알려진 섬마을이다.
섬마을이면서도 전형적인 시골마을
본격적으로 섬 나들이를 떠나보자. 수곡에서 추포대교를 건너면 바로 추포 염전이 보인다. 1970년대 어촌 새마을운동이 시작될 무렵에 만들어진 염전이다. 이 무렵에는 신안에 많은 자본이 들어오면서 염전 산업이 활성화되어있어 암태를 비롯하여 비금도, 증도, 신의도 등 신안지역에서 소금이 한창 나오던 시절이다.
밭과 논 그리고 뒤쪽으로 야산도 있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인근 바다는 서남해의 황금어장으로 알려졌지만, 어업 활동은 부진하며, 얕은 바다와 간석지를 이용한 김 양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추포리는 제법 넒은 간척답이 있어 농사짓기가 편하다. 마을 입구에 보호수가 있는데, 동네 사람들의 쉼터인 모정이 있고, 20m 높이에 수령이 400년 이상 된 느티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어 퍽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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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계칙 만들어 스스로 숲을 지키다
추포도가 숲이 좋고, 방풍림 등이 좋았던 이유가 있다. 방조제를 쌓던 80여년 전부터 마을과 숲을 지키기 위해 대동계칙(大洞契則)을 만들어 지금처럼 훌륭한 숲을 지키고 있다.
마을 공동소유의 방사지에는 소나무와 아까시나무가 자란다. 마을 사람들은 한겨울에 불러오는 서북풍을 막으려고 벌칙까지 정해놓고 풀 등의 산림을 관리하였다. “동중(洞中) 산림(山林)에 대(對)해서는 서기(西紀) 일구육사년(一九六四年) 일월(一月) 이후(以後)로는 입산(入山)은 일체금(禁)하고 낙엽(落葉)이라 할지라도 개인(個人)은 수득(收得)할 수 없는 것과 벌칙(罰則)을 동계시(洞契時) 결정(決定)함이 여좌(如左)함”.이라는 문서가 지금도 보존되어 내려 온다.
추엽마을에서 북쪽으로 조금 더 가면 1951년에 개교한 암태초등학교 추포분교가 있는데 이 학교는 아름드리 노거수와 송림이 그늘을 제공하고 천연잔디까지 잘 자라고 있어 교육부로부터 아름다운 학교로 지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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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모래 추포해수욕장 유명
추포 해수욕장은 추포분교 서쪽 길로 나가면 둔덕 좌우로 산책로가 있고 산책로 끄트머리에 해수욕장이 펼쳐진다. 길이가 1.2km, 폭 40m, 수심 1.5m의 해수욕장이다. 모래가 아주 가늘어 바람에 쉽게 흩날리는 것이 흠이다. 해수욕장 뒤로 데크길이 있는데 어디서나 해수욕장으로 드나들 수 있다. 이곳에서 보면 아스라이 비금도가 보인다. 해수욕장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해 가면 염전 체험장이 있다.
뭐니뭐니해도 추포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노둣길이다. 노두(路頭)란 강이나 개울을 건너기 위해 중간중간 돌을 놓아 만든 일종의 징검다리다. 언제 생겼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다, 그러나 오도와 추엽도로 연결되는 방조제 끝부분에 오래된 공덕비가 하나 서 있어서 대강이나마 그 역사를 짐작할 따름이다. 이 공덕비에는 ‘도로비(路道碑)’라는 선명한 기록과 함께, 주요 시주자들인 ‘장씨’, ‘문씨’, ‘김씨’ 의 이름이 적혀 있다.
내용으로 보아 노둣길을 개보수하는데 후원을 한 공덕을 기념해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비(碑)가 포도리에도 있었지만 유실되었다고 한다. 이 비문에 병인(丙寅)년이라는 시기가 기록되어 있고 추엽리 문천수 전 이장의 6대조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1800년대 초반에 노두가 개보수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바다에서는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나면 걸을 수 있도록 약간 높은 곳을 따라 돌을 놓아 만들었다 이곳은 매일 2회 두,세 시간 정도 물에 잠긴다. 방조제가 막아지기 전까지 포도에서 오도로, 추엽도에서 오도로 그리고 다시 오도에서 본섬 암태도 수곡리로 이어지는 이 노두로 건너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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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둣길에는 슬프고 아픈 민초의 이야기가
노두와 관련해 구전으로 전하는 이야기가 있다. 흉년이 들어서 사람들이 섬을 떠나 구걸을 하고 돌아왔는데, 섬에 남아 있던 사람 중에 갯벌에 빠져 죽은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는 노두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거룻배를 타거나, 물이 빠지면 갯벌을 타고 나가야 했는데, 배삯이 없어 갯벌을 타다가 갯벌에 빠져서 죽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노두를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느 병자년(丙子年)에 추포도 사람들은 극심한 흉년으로 기근에 시달렸다고 한다. 자료를 검색해보니 1600년대에는 유난히 국가적으로 외침과 재앙이 많았던 시기였다. 북에서는 오랑캐가 남에는 왜구들의 침략과 근 백여 년간 한해와 폭우, 태풍, 역병과 대기근으로 백성들은 도탄에 빠졌다, 조선 백성이 30~35%인 400백만 명 정도 감소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당시 추포도는 추엽과 가섬, 오도로 나뉘어 있었고 노두가 놓이지 않아 배를 타고 암태도로 이동하던 시절이었다. 섬 안에 먹을 것이 없어지자 사람들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하나둘씩 섬을 떠나기 시작했다. 인근 섬으로 구걸하러 가기도 하고 멀리 육지와 제주도까지 나가서 식량을 구하기도 했다. 섬을 나간 사람들은 구걸이라도 했지만, 섬을 나가지 못한 사람들의 상황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고, 섬을 나가기 위해 갯벌 위를 걷다가 그대로 묻혀 죽었다. 섬을 나갔던 사람들이 다시 섬으로 들어왔을 때는 곳곳에 시신이 방치된 상태였다. 그래서 섬에서는 죽은 이들을 큰 용기(독)에 담아서 독다물로 묘지를 조성하고, 사람들이 섬을 편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노두를 놓았다고 한다.
6,782개의 돌로 만들어진 노둣길
2.5km 길이의 옛 노두에는 총 3,653개의 돌이 놓여 있다. 굄돌까지 합하면 6,782개의 돌로 만들어졌다. 시멘트 도로가 생기기 전 징검다리 노두를 건널 때에는 1년에 한 번씩 갯벌을 치는 울력을 했다.
노두는 주기적으로 물에 잠기기 때문에 돌 위에 해초류가 끼어서 노두가 미끄러워 보행에 지장을 줬다. 특히 봄철이면 해초류가 급속히 자라기 시작해서 노두가 파랗게 변했다. 따라서 해초가 많이 자랐을 때 돌을 뒤집어서 안정적으로 노두를 건너기 위해 음력 6월과 7월 즈음에 노듯일을 하였다.
추포도에서는 매년 음력 6월 23일 조금이나 7월 초하루 조금으로 날을 받아 노둣일을 진행했다. 시기적으로 음력 6월과 7월 사이의 조금때는 노둣일을 하기에도 최적기였다. 음력 6월 23일 조금 물때는 간조가 낮 12시 43분이고, 만조가 저녁 8시 14분이어서 낮 시간대에 장시간 동안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조금 물때에는 물이 천천히 차오르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추억 속에서나 나누는 이야기가 되었다.
지난 2010년 청주 MBC 제작팀이 「천년의 다리」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꽃가마를 타고 노둣길을 건너 추포도로 시집가는 새색시 모습을 재현한 적이 있다. 50~60년 전 추포도로 시집와 평생을 산 할머니들의 이야기다.
추포도 사람들에게 너무도 많은 추억과 애환을 남겨두고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노두가 언제 처음 놓였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노두로 이어진 추포도의 딸망섬에는 노두를 놓는 일에 돈과 땅을 제공했던 당시 지주들을 기리는 공덕비가 서 있다.
노두의 위치는 현재 추포도와 암태도를 잇는 승봉로(2번 국도) 옆에 조성되어 있었다. 이 노두는 Y자 모양으로 추포도 추엽리와 포도리, 암태도 수곡리를 연결하였다. 갯벌 위에 자연석으로 노두를 놓은 것으로, 2.5km의 길이에 수천 개의 돌이 놓여 있었다. 사람에 따라 돌의 개수는 달리 파악하는데, 수를 세어 본 사람에 의하면 3,653개 정도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현재까지도 노두의 흔적이 남아 있어서 그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추포대교 완성과 함께 노둣길과 시멘트 노두를 건너야 할 일도 없어졌다. 그러나 하나의 민속으로 10년에 한 번 씩이라도 꽃가마 타고 노둣길 건너 시집가던 아름다운 이야기를 재현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은 부질없는 것일까?
<글·사진 : 박재완 여행가>
박재완 여행가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