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 신안 하의도 신의도
신안억압과 갈취에 맞서 목숨 건 투쟁으로 이룩한 ‘평화의 섬’
청정바다와 미네랄이 풍부한 갯벌 …천일염과 올리브의 섬
| 2022. 09.21(수) 09: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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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도와 신의도를 오가는 남신한농협 철부선에 올랐다. 차를 싣는 요금은 48,650원, 사람은 10,650원이다. 섬에서 나올 때는 차량과 이용자의 노조비와 터미녈이용료 4,000원과 950원이 할인된다. 섬에 사는 주민들은 1,000원만 내면 된다. 이 배에는 승용차를 52대 실을 수 있고 사람은 400명이 탈 수 있는 700톤급 여객선이다.
배에 오르니 장산도를 거쳐 신의도로 가는 배라는 설명과 함께 하의도와 신의도 앞바다를 ‘동양의 에게해’로 부른다는 멘트가 이어졌다. 왜 그렇게 부르는 것일까?
에게해는 그리스와소아시아,크레타섬에 둘러싸인 바다이다.다르다넬스 해협과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해 마르마라해 및 흑해와 연결된다. 에게해의 섬들은크레타와로도스 같은 그리스 남부까지 흩어져 있다.그래서 언제부턴가 에게해는 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群島)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아마도 하의도와 신의도에서 진도군 조도 쪽을 바라보면 저 멀리 크고 작은 아름다운 섬의 무리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사람들을 포근히 안아주는, 푸른빛이 감도는 이조의 하늘 같은 물색 때문일 거라고 지레짐작해 보았다. 하의도와 신의도로 가는 뱃길은 잠잠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해평선(海平線)이라는 것을 만날 수 없다. 왼쪽과 오른쪽에 섬들이 이어져 웬만한 풍랑은 건너오기도 전에 부숴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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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의도와 신의도로 가는 뱃길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목포에서 신의도 동리항터미널에서 내려 삼도대교를 건너 하의도로 건너가는 길이며, 또 하나는 하의도 웅곡항에서 내려 역시 삼도대교를 건너 신의도로 넘어가는 길이다.
하의도와 신의도는 행정구역상 하의면과 신의면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원래 하의도·상태도·하태도를 합하여 하의3도라 불렀다. 상태도와 하태도는 지속적인 간척과 한국전쟁 이후 대규모 염전이 만들어지면서 하나의 섬으로 이어졌고 1983년 하의면에서 분리돼 신의면이 되었다. 신의면의 본섬인 상·하태도는 하태도 기동 선착장과 하의도 봉도선착장 지역이 삼도대교라는 다리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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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팀은 신의동리선착장에서 내려 신의도를 둘러보는 여정을 택했다. 신의도에는 동리항여객선터미널과 상태서리항이 있는데 목포-상태서리항을 운항하던 쾌속선이 중단돼 지금은 동리항여객선터미널을 이용해서 나들이를 해야 한다. 신의도는 천일염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전국 소금생산량의 2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넓은 염전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신의는 ‘소금이 절반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특히 신의도는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깨끗한 청정 바닷물과, 미네랄이 풍부한 갯벌 등 천일염을 제조하기에 탁월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신의도는 최근 지중해 지역에서 재배하고 있는 아열대 작목인 올리브 나무 재배에 도전하고 있다. 기후 온난화 및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고,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농촌 사회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신의 선물’ 올리브 재배 단지를 구상하게 된 것. 세계 최고 품질의 천일염으로 올리브 절임, 된장, 고추장 등 가공품 개발을 통한 농촌 융복합산업단지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신의도는 KBS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에 소개되어 더 유명해졌다. 2012년에는 미국의 뉴스 채널인 CNN의 여행 전문 프로그램이 대한민국에서 가볼만한 섬 33개를 선정했는데 신의도가 2위를 차지했다. 신의도의 주요 관광자원은 문필봉을 중심으로 한 해안 웰빙산책로와 황성금리해수욕장, 상서고분군, 안산성지(案山城址) 등이 있다. 또 하나는 민중미술작가 홍성담과 전정호의 고향으로 머잖아 동아시아인권평화미술관에 세워지게 된다.
황성금리해수욕장은 신의도 유일의 해수욕장이지만 규모는 매우 작은 편이다. 물이 깊지 않아 가족 단위 피서지로 안성맞춤이고 특히 이곳에서 바라보는 진도군 조도의 여러 섬들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황성금리 해수욕장에서 구만 노은 임도- 농민혁명기념관까지 섬자전거길이 있어 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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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신의면 염전에서 바라보는 일몰과 일출은 장관이다. 동해안에서 보는 일출과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서해의 석양과 해오름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신의도 해오름 전망대, 섬 사이로 고요한 적막을 깨고 웅장하게 솟아오르는 태양의 광경은 가히 경이롭다.
상서고분군은 상태도 서리마을 남쪽 안산(案山,120.5m) 하단부에 있는데 대규모 백제고분군이다. 신안방조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고분군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한다. 대규모 고분군이 있다는 것은 상하태도 지역이 해양루트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충지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안산산성은 고분군을 지나 산 정상부에 있는데 동문지 부근에 성벽의 높이가 4m정도다. 이 안산성은 진도 임회면 남도석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상태도에서 하태도에 이르는 약 40km구간의 웰방등산로를 이용하면 좋다. 산행코스는 하태도 노은마을에서 굴암리 낙조전망대까지 연결되는 코스가 가장 아름답다.
이곳 신의도에는 동아시아 인권평화미술관이 건립될 예정이다. 신안군이 1도(島)1 뮤지엄 시책에 따라 만들어지는 이 미술관은 총사업비가 150억원에 이르는 본격 미술관으로 신의초등학교 남분교장 일원에 세워진다.
이 미술관에는 하의3도의 토지항쟁과 암태도 소작쟁의, 그리고 홍성담·전정호 작가 등과 교류하고 있는 아시아의 인권평화 미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쾌속선이 오가던 상태서리항(당두선착장) 입구에는 여러 기의 공적비가 세워져 있다. 3기는 선정비이고 1기는 입도조(入島祖) 기념비이다. 선정비는 이호준 관찰사, 정건조 관찰사, 박규동 목사에 대한 것이고 입도조 기념비는 1947년 밀양박씨들이 세운 것으로 입도조 박종신의 공적을 기록해 놓았다. 그런데 관찰사이공호준영세불망비(觀察使李公鎬俊永世不忘碑)는 이곳 당두선착장 이외에도 암태면, 안좌면 자라리, 하의면 옥도리 등에도 세워져 있어 하의도 농지탈환과 관련하여 하의3도 주민들의 편에서 도와준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세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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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신의중학교와 신의면사무소를 되돌아 나와 하의도로 향한다. 2017년 6월 하의도 봉도선착장과 하태도 기동 선착장을 잇는 삼도대교가 완성됨으로써 그야말로 하의 3도가 하나의 섬이 된 것이다. 이전에는 거리는 멀지 않지만 뱃길로 건너기에는 수십분이 걸리던 가깝고 먼 길이었다.
하의도에 들어서면 곳곳에서 사랑을 기원해주는 ‘큐피리아’라는 천사상을 볼 수 있다. 삼도대교를 지나는 길목은 물론 하의면사무소에서 김대중 대통령 생가로 이어지는 길목마다 ‘큐피리아’라는 천사상이 길손을 맞는다. 그런데 그 천사상들이 모두 서양의 신화에 나오는 천사들로 채워져 ‘동양에는 천사가 없었을까’라는 부질없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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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의도(荷衣島)라는 지명은 신라말기 풍수지리설에 정통한 어떤 도사가 이 섬의 지형이 연꽃이 물에 떠있는 연화부수(蓮花浮水)형이라하여 ‘연꽃 하(荷)’와 음양설에 의거 음산(낮고 평탄함)하다 하여 ‘옷의(衣)’(여성을 뜻함)를 써서 ‘하의’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삼도대교를 지나 교통중심지인 웅곡삼거리 한가운데는 사람의 손바닥에 ‘평화의 섬, 하의도’라고 새긴 대형 조형물이 서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기념하는 조형물이겠지만 한편으로는 하의도 주민들이 긴 투쟁을 통해 얻어낸 ‘평화’라는 눈물겨운 결실을 상징하고 있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맨 먼저 들른 곳이 김대중 대통령 생가이다.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면 후광리. 후광(後廣)이라는 대통령의 호도 마을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진다. 생가는 신의면 상하태도로 넘어가는 길목에 오림리와 어은리가, 북쪽에 후광리가 자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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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의 생가는 헐리고 집터는 마늘밭으로 변했으나 1999년 안채와 창고 1동, 부속건물 6동을 복원했다. 샘도 그대로 남아있고 샘 부근에는 김대통령이 좋아했다는 인동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야트막한 담에는 DJ의 정치역정을 기록한 사진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김대통령은 이곳에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 다니다가 목포북초등학교로 전학했다. 후광리는 비교적 큰 마을로 근대염전이 만들어지기 이전 ‘화렴’이라 부르는 소금을 만들었던 곳이다. 화염은 자염이라고 하지만 주민들은 ‘활염’이라 부른다. 갯벌을 일궈 짠물을 만들고, 짠물을 가마솥에 넣어 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얻는 전통방식이다.
김대중 대통령생가 바로 뒤편에는 하의도 유스호스텔이 지어져 주로 단체 관광객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청정한 숲속에 자리하고 있는 데다 숙박료도 50,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식사는 불가능하지만 쾌적하게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면사무소 부근에는 아침식사까지 제공하는 민박집이 여럿 있다.
‘하의3도농민운동기념관’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갯벌을 막아 만든 논과 소금밭들이 펼쳐진다. 맨손으로 갯벌을 막아 농토를 만들고 소금밭을 일궜지만 소유권조차 인정해주지 않고 과도한 세금만 거둬들이던 것에 항의하여 일어났던 농민봉기는 너무도 당연한 권리 주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의3도 농민운동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눈물보다 먼저 주먹이 쥐어진다. 그래서 이들의 투쟁사를 담은 기념관이 지어진 것이다.
지난 2004년 개관한 ‘하의3도농민운동기념관’에는 토지항쟁기념실, 농경문화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토지항쟁기념실에는 '역사의 땅', '항쟁의 땅', '평화의 땅' 등 토지항쟁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기념관은 조선 선조의 딸 정명공주가 하의도 홍씨 집안으로 출가하면서 국가로부터 세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 것을 계기로 지난 1960년대까지 하의 3도 주민들의 토지탈환 항쟁의 역사를 기록해 놓고 있다.
하의도 면사무소를 지나 웅곡리 로터리에서 오림리 뒷산 꼭대기를 바라보면 일토양세(一土兩稅)에서 비롯된 슬프고 아픈 역사의 ‘양세바위’를 확인할 수 있다. 그 내력을 쫓아가면 ‘하의도농민항쟁’으로 이어지고 ‘하의3도농민운동기념관’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하의 천사상 미술관
아픔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의 천사상미술관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평화가 느껴진다. 이 미술관의 대표작가 최바오르(최영철)는 로댕의 프랑스에서 ‘Little Rodin’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조각가다. 서울에서 고아로 태어난 그는 신부님에 의해 이탈리아 미래주의 거장 카를로 카라의 양아들로 입양되어 예술인의 꿈을 키웠고 이후 파리로 건너와 프랑스 명문 국립미술학교인 에를 데 보자르를 졸업하고 조각가의 길로 들어섰다.
성화 조각가가 된 바오르는 세계 30여개 성지의 성상제작에 참여하였고 1991년 고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는 우연히 카톨릭 신자였던 김대중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돼 여러 차례 하의도를 오가면서 섬 전체가 ‘천사의 안식처’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마침 하의도를 ‘평화의 섬’으로 조성하려는 박우량 군수와의 만남을 통해 세계 최대의 천사공원 하의도를 ‘천사미술관’으로 조성해 관광객들에게 사랑과 평화를 전하고 있다.
빠드릴 수 없는 남구지부터 큰바위얼굴까지 이어진 해수욕장과 해식애가 아름다운 해안도로다. 멀리 우이도가 보이고 가깝게는 신도와 대야도와 능산도 등 크고 작은 섬이 이어지는데 섬 사이로 지는 노을이 너무 아름답다.
죽도의 남쪽에 있는 큰바위 얼굴은 해식애의 모양이 신기하게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김대통령이 이 바위를 보고 꿈을 키웠다는 큰바위얼굴이다. 그런데 죽도 전체를 보면 머리에 털과 발톱 그리고 꼬리까지 영락없이 사자상이다. 바위만 보면 사람 얼굴이지만 섬 전체를 보면 사자의 얼굴이다. 죽도 주변에서 나는 돌미역, 전복이 유명하다. 하의도는 본래 여러 개의 섬이었으나 간척공사로 연륙되어 망매산(望梅山, 150m)을 제외하면 대체로 평지이고 산기슭 주변으로는 넓은 면적의 논밭이 형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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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0년(고려, 우왕 6) 나주나씨(羅州羅氏)가 처음으로 살았다고 전하며 삼국시대에는 백제의 거지산현에 속하였다. 고려시대와 조선 초기에는 나주목 진도현에 속하였다가, 1896년(건양 1)에는 지도군에 편입되어 하의면이라 칭하였다. 1969년에 신안군이 무안군에서 분군(分郡)함에 따라 신안군에 편입되었다. 1974년 상하태도출장소를 신설하였으며 1983년에 상·하태도출장소가 신의면으로 승격되어 분리되었다.
하의도는 지조 높은 유학자 초암 김련 선생의 고장이기도 하다. 초암선생은 후학들을 가르치기 위해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까지 다니면서 2,000여권의 고서(필사본)를 모아 수많은 제자들을 가르쳤다. 당시 초암의 높은 학문을 배우기 위해 나주, 신안의 모든 지역에서 수천명의 제자들이 모여들었고, 제자들은 선생의 높은 뜻을 기리고자 덕봉강당을 건축하였다.
한편, 하의도 근해에서는 조기·병어·새우가 어획되며, 김·미역·전복 채취가 활발하고 또한, 천일염의 생산도 한다. 매실·석류·참전복·개펄낙지가 하의도의 주요 특산물이다.
<문화통 취재팀>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