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祐含칼럼> 한 여름밤의 꿈, 호접몽
| 2024. 09.26(목) 09: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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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의 호접몽(胡蝶夢)이라는 것도 있다. 장자가 꿈에 호랑나비가 되어서 날아다니다가 깨어보니 자기가 꿈에 호랑나비가 된 것인지, 호랑나비가 꿈에 장자가 되었던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 데서 유래한다. 결국은 피아(彼我)의 구별을 잊어버리는 것, 인생의 덧없음을 비유할 때 쓰는 말로 널리 회자 된다.
기상청 개청 이래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었다는 올여름의 열대야. 그 끈적끈적하고 지루한 일상을 날려버린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음악회가 지난 8월 말 이틀 동안 무등산 원효사 앞마당에서 열렸다. 아시아문화전당이 매년 여름 개최하는 ‘월드뮤직 페스티벌’ 전야제 행사로 열린 이 음악회는 음악이라는 것이 ‘이런 것’ 이란 것을 설명 없이 보여주었다.
한마디의 인사말도 없이 저녁예불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음악이 흘렀다. 별빛만 몇 개 초롱초롱 무등산 하늘에서 반짝일 뿐 세상은 너무나 교교했고 조용한 봄날의 아침을 연상케 하는 새소리와 꽃피는 소리, 그리고 천둥과 비바람, 어느 가을날의 쓸쓸한 바닷가와 가슴 시린 이별이 있는 겨울날의 골목길까지….
물론 이런 상상은 어디까지나 필자 개인의 느낌이지만 무덥고 지루한 여름밤의 기분 나쁜 끈적거림을 청량한 한 줄기 바람으로 바꿔버린 음악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일본의 천재음악가 호리카와 요시(Yosi Horikawa)는 이날 밤 ‘알파만파’라는 문패의 연주회에서 참가자 모두의 가슴에 그야말로 커다란 파문을 남겼다. 그는 사물과 자연, 일상의 소음에서 얻은 소스를 음악으로 탈바꿈시키는 사운드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12살이었을 때 귀가 트여 자연과 일상의 소리를 유연하게 조합하여 독창적인 사운드 스케이프를 창작했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창일 때 일본의 대중지(大中寺, Daichuji)라는 사찰에서 적막한 절을 배경으로 정좌한 호리카와가 주변의 소리를 켜켜이 쌓아 만들어낸 음악은 거리 두기와 자가격리된 사람들에게 큰 위로를 전함으로써 유튜브를 통해 널리 전파되었다고 한다.
악기의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다. 아내가 채집해온 무수한 소리를 모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어 알맞은 음량으로 들려주는 그 신비한 음악의 힘. 그날 그 자리에 주저앉았던 우리는 음악 속에서 하나가 되었고 내가 호리카와 요시인지, 호리카와 요시가 우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두운 밤길을 내려오면서 우리가 예술을 이해하는 데는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냥, 그 느낌을 받아들이면 될 터인데, 거기에 설명을 덧붙임으로써 너무 쉬운 이야기가 너무 난해하게 비틀어지고 꼬이게 되는지도 모른다는.
아무튼 너무 오래만에 굵은 물줄기의 샤워기 아래서 시원스레 물을 맞는 것 같은, 한 여름밤의 나비가 되어가 되어본다.
지형원 <문화통 발행인>
지형원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