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祐含칼럼> 문화대교 천정에 세계적인 天井畵를 그린다면…
| 2023. 06.15(목) 09: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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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잘 알려진 고려말의 명신 이조년의 시조 <다정가>이다. 그가 잠 못 드는 것이 봄밤의 애상(哀傷) 때문인지, 아니면 어지러웠던 나라 걱정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학자들의 주장처럼 중의적(重意的) 표현이라고 해두자. 오랫동안 지역의 문화 전문기자로 활동해온 필자는 요즘 광주문학관 개관 소식을 접하면서 고민이 많다. 이조년의 시를 빌리면 잠 못 들어 하고 있는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광주문학관이 일단 완공됐다. 광주시 북구 각화동 시화마을 커뮤니티센터를 4층으로 증축했다. 광주시는 용역보고회에서 지적된 사항들을 보완하여 거점 문학관으로서 차별화된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가 접근성이 떨어지고 진·출입을 위한 도로가 옹색하기 이를 데 없다. 작은 부지에 광주문학관 ·금봉미술관 ·사회복지 관련 시설까지 들어 있다 보니 주차문제 등 걱정거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제는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문학관 자료 확보나 프로그램 등은 시간을 갖고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우선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 수 없으니 큰 문제다. 문학관 바로 위로는 6차선의 제2순환로 문화대교가 걸쳐있고 각화동으로 내려가면서 길목이 좁아진다. 제2순환로에서 각화동으로 굽어지는 지점에서 문학관 쪽으로 내려오는 1차로의 진입로는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계획이 없는 것 같다.
연전 ‘광주시문화미래위원회’가 가동될 당시 한쪽 귀퉁이에 박힌 광주문학관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바로 위에 위치한 각화제를 포함한 일대를 아시아문학공원으로 지정하여 아시아 유명시인의 시비와 창작스튜디오, ‘상상의 길’ 등을 만들자는 계획이었다.
필자는 현장을 답사하면서 문학관 바로 위를 지나는 6차선의 광주문화대교를 문화적으로 바꿔볼 수 없을까를 생각했다. 문화대교는 한마디로 문학관을 짓누르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여기에 유럽의 성당에서 볼 수 있는 천정화(天井畵)를 그려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천정화는 천정에 그리는 그림으로 미켈란제로의 시스티나성당의 그림이 유명하다. 중국에서는 천정에 화문(花文)을 그리기 때문에 천화(天花)라고 부르기도 한다.
천정화는 천정에 직접 그리는 방식과 패널이나 캔버스에 그린 것을 붙이는 방식이 있다. 직접 그리는 프레스코(fresco)화는 석회벽이 마르지 않는 상태에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색이 변하지 않고 신선한 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된다. 벽이 깨끗하게 되어 있어서 신선하다는 뜻으로, 영어의 프레시(fresh)도 거기서 유래한다..
궁즉통(窮則通)이라 했던가. 최근 국내 한 페인트사가 세계적인 석회페인트제조사인 이탈리아 ‘아드 라카넬로’, 스페인 ‘그래핀스톤’과 제휴, 석회(라인) 페인트 시판에 나섰다. 석회페인트는 천연 석회를 기반으로 만든 고품질 페인트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단단해지고 고객이 원하는 질감, 색감을 조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얼마든지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공간을 연출할 수도 있다.
21세기 문화의 시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에, 프레스코화 하나 남겨보면 어떨까. 누가, 무엇을 그릴 것인가는 더 깊은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다. 수년전 오스트리아 항공은 취항50주년 기념으로 기체에 모짜르트 등 자국 출신의 유명인들의 초상을 그래픽으로 처리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아시아문학공원이라는 것을 전제한다면 세계적인 문호들의 초상화 연작을 그리는 것도 아이디어의 하나가 아닐까?
<문화통 발행인>
지형원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