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祐含칼럼> 문화중심, 新安

2024. 06.13(목) 08:40

2022년 7월 함평 나비축제장 정문. ‘호남가’ 노래비가 세워지는 작은 광장에는 붉은 카펫이 깔리고 그 위에 그랜드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었다. ‘함평 천지 늙은 몸이’로 시작되는 호남가가 재즈와 랩으로 불리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판소리에 이어 랩으로 불리고 뉴욕대학 출신의 재즈 보컬이 호남가를 재즈로 연주하는 순간, 참석자들은 호흡마저 멈추고 이 순간을 지켜보았다. 원로 문화비평가는 ‘문화적 대사건’이라고 했다.

‘역사적 순간’을 몇 배 능가하는 ‘대사건’이 지난 4월 27, 28일 천사의 섬 신안 자은도에서 펼쳐졌다. ‘100+4’ 피아노 섬 축제’가 그것이다. 넓은 양산해변의 모래밭에 104대의 그랜드피아노가 놓이고 부드럽게 속삭이는 파도 소리, 빨갛게 물드는 노을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100+4 피아노 섬 축제’라고 한 것은 차마 1,004대의 피아노를 설치할 수 없어 ‘100+4’로 정했을 것이지만 이름부터 근사하고 기발하다.

신안군은 지난해 10월 문화의 달 행사의 일환으로 ‘100+4 피아노 섬 축제’를 기획했고 성공 예감을 통해 이번에 단독행사로 치렀다. 가히 폭발적인 성과를 거뒀다. 인구 2,500명의 작은 섬에 무려 1만6천여 명이 다녀갔고 행사가 끝난 지금도 행사장 주변 피아노 포토존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신안군이 서울의 ‘따락’이라는 기획사에 의뢰해 추진한 이 축제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추억과 감동을 전해줄 것이다. 이틀 동안 펼쳐진 축제의 첫날은 피아노 전공자들이 100+4대의 피아노에 앉아 임동창이 특별작곡한 ‘아름다운 피아노섬’을 비롯해 클래식 ‘사계’, 그리고 조용한 밤의 분위기를 묘사한 서정적 피아노곡 ‘녹턴’ 등 17곡을 연주하는 동안 서서히 해가 저물어갔다. 참가자 모두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이 순간을 가슴에 담았다. 그리고 그날의 감동은 지금토록 잔잔한 여운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튿날에는 초·중·고생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해 120여 명의 신청자 가운데 100+4명이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들 각자에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감동의 무대였을 것이다.

신안군은 축제 기간 같은 장소인 자은도 뮤지엄파크에서 '2024 신안세계김밥페스타'도 개최했다. 'K-김밥 월드컵'과 함께 한 이 행사에는 예선의 거친 전국의 참가자 20팀이 참여해 빅 이벤트를 연출했다. 특히 신안에서 생산되는 김, 전복, 홍어, 톳, 대파, 양파 등의 식재료를 이용한 홍어카츠김밥, 소금김밥, 정원김밥, 바다김밥 등 6종의 김밥을 자체 개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안의 축제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얼마전 화순에서도 ‘사단법인 아트포’가 주축이 되어 ‘국제재즈데이 in 화순’이란 행사가 열렸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국제재즈데이를 기념하는 이 행사에는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롭 반 바벨(Rob V Bavel)이 초청되었다.

롭 반 바벨은 우디 쇼, 랜디 브레커 등 유명 아티스트 협연자이자 재즈 트럼페터 첫 베이커의 마지막 피아노 연주자이기도 하다. 이날 연주회도 연주회려니와 행사를 기획한 화순의 (사)아트포가 7년간의 노력으로 앙상블 단원 4명 전원을 버클리 음대에 합격시킨 단체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싶다.

함평과 화순에서 열린 작은 이벤트, 그리고 천사의 섬 신안 자은도에서 열린 ‘100+4 피아노 섬 축제’ 등은 아무리 많은 박수를 받아도 과하지 않다. 특별히 ‘1섬 1뮤지엄’이란 옹골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신안은 가히 ‘문화의 섬’이라고 할 만하다. 신안을 ‘아시아 문화중심의 섬’ 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지형원<문화통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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