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정관웅 '지우개는 동시'

2024. 12.23(월) 09:54

하얀 종이 위에 마술을 부려요

문질러 후 불면
글자가 사라져요

학교에 가서도
집에 와서도

썼다가 지우고
지웠다가 쓰고

지우개는 동시
동시는 지우개

일곱 색깔 웃음으로
지우고 다시 쓰는 재미있는 동시

...............................................................................................................<해설>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는 말은 참 좋은 말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굽히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은 아름답기도 하다. 하지만 ‘조선은 원래 일본 영토’라던 ‘한국멸시론자’ 일인 오카쿠라 텐신이 한 말이고 이 말을 텐신이 했다고 자랑스레 인용하고 감격한다면 친일매국 행위이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기 어렵고 ‘어와 아’도 다르며 글도 마찬가지이니 토씨도 다시 살펴야 한다. 그래도 글에는 지우개가 있다. 정관웅 시인의 ‘지우개는 동시’처럼 동심 가득한 동시 지우개는 일곱 색깔 웃음에다 지우고 쓸 수 있으니 신기하고도 재미있다.

김 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