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회화 65년 '운주사 돌부처 드로잉전'
20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읙 거리 관선재
| 2024. 08.19(월) 13: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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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선생은 그동안 무등산이나 금강산, 한라산 등의 실경 작업과 한국적 정한이 묻어나는 동백시리즈. 그리고 화가의 아바타이기도 한 소나무를 소재로 여러 차레 작품전을 가진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갖는 ‘운주사 미완의 돌부처’전은 의미가 크게 다르다. 길다면 긴 인생길에서 가슴이 답답해질 때마다 찾았던 운주사와 그 미완의 돌부처들이 전해주던 위로를 안고 돌아와 인생을 새롭게 다시 시작하도록 위로하고 격려해주었던 ‘친구들’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위로를 준 대상은 장엄한 와불이나 미륵이 아니라 입구에서 만나는 동냥치 거지탑과 송장탑, 나딩구는 탑신을 떡시루처럼 얹어 놓은 호떡탑과 항아리탑, 할아버지나 할머니 부처, 아기부처, 시종부처였다. 오랜 풍화를 견디며 남아 있는 그들의 모습은 루마니아의 추상조각가 브랑쿠시(C. Brancus)의 추상 조각보다 더 훌륭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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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화백은 그때마다 스케치북을 꺼내 들고 현장 사생을 했고 이번에 그날의 감흥을 담묵(淡墨)에 담았다. 스무 살에 그림 그리는 일을 시작해 예순 다섯해를 그림과 함께 살아왔으니 우리 시대의 전업화가인 셈이다.
소나무 스케치 작업은 콩테나 검정 붓펜으로 꾸준한 연습을 통해 드로잉을 연마했다. 콩테를 활용한 드로잉은 주변으로부터 놀라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번에 선보이는 담묵화는 돼지털붓을 사용해 그 감촉이 또 다른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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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이 쉬운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아요. 첫째는 종이와 연필이 궁합이 맞아야 합니다. 궁합을 맞추는 공식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예요. 자기가 그냥 체험을 통해 종이와 연필을 사용하다가 기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것인데 ‘이건 이렇게 해서 맞구나’ 하고 느낌을 갖게 된 것입니다.”
김화백 회화의 결정판은 드로잉이라고 할 수 있다, 드로잉을 통해 폭넓은 회화세계를 일구었고 현장의 감흥과 빛, 거기에 한국적 정한을 이야기하는 화가로 우뚝 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김화백의 유화 작품도 남도적인 서양화풍이 묻어나지만 한국적 서정에 기반한 작업, 즉 동백과 찔레꽃, 소나무 등 시리즈 작업도 한국적 정한을 품고 있다.
문화통 발행인은 전시 서문에서 “세상살이가 팍팍할 때나 외로움이 엄습할 때 늘 운주사에서 위로를 받은 듯하다. 선생을 위로해준 것은 천불천탑이나 와불이 아니라 뼈만 앙상하게 남았거나 깨어지고 못생긴 부처들이었다”면서 “세상살이가 힘들 때마다 이곳을 찾아 무언의 대화를 나눴고, 그때마다 친구가 돼 줬던 돌부처들을 하나 하나 화폭에 담았다. 그의 화폭에서 만난 돌부처와 석탑은 오랜만에 만난 이웃집 아재처럼 포근함과 정감이 느껴진다”고 썼다.
개막식은 20일 오후 2시.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