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영광 묘량 당산마을
전주이씨 완풍대군파 양도공 종가 550년 집성촌
600년 不遷位 제사, 500년 外孫奉祀의 모범 보여
| 2024. 03.21(목) 15: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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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는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李成桂, 1335~ 1408)의 친형으로 동생을 도와주고, 끝내는 정명시를 남기고 자결했던 완풍대군 이원계(李元桂, 1330~1388)의 2남 양도공 이천우(李天祐, 1354~1417)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영광군 묘량면 당산과 영당, 장동마을을 찾는다.
아우 성계가 거침없이 새로운 세상을 펼칠 수 있도록 목숨마저 버린 완풍대군, 태조∼태종조에 세 번이나 공신에 오르고도 ‘좋은 정치를 해달라’며 하사받은 토지와 노비를 사양하고 조용히 물러앉았던 양도공의 가르침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취재하는 동안 내내 떠나지 않는 물음이었다.
영광은 백제 때는 무시이군(武尸伊郡) (물이군)이라 하였는데, 신라 때 무령군(武靈郡)으로 개칭하여 장사(長沙), 무송(茂松), 고창(高敞)의 3현(縣)을 관할하였다. 영광이란 지명은 왕건의 후삼국 통합 이후 전국 군현의 개편과 함께 군현 토성을 분정(分定) 하면서 한자 이름으로 정착되었다. 이후 영광은 고려 성종(成宗) 14년(995)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정주(靜州)라 칭하고 별칭으로 오성(筽城)이라 하였으며 1018년 지명이 영광으로 복귀되었다. 묘량이란 지명은 1910년 묘장면과 황량면을 합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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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묘량은 광주에서 영광으로 가는 국도 22호선을 타고 가다가 불갑사 입구를 지나 4km쯤 가면 묘량면 소재지로 가는 길이 나온다. 과거에는 이곳 삼거리에 묘량중학교가 있었는데, 학생 수 감소로 폐교되었다. 여기에서 편도 1차선의 작은 도로로 우회전하면 된다. 영광 묘량면은 불갑면 불갑산과 경계를 이루고 장성 삼계면과는 태청산과 경계를 이룬다. 영광읍과는 물무산과 경계를 이루는 분지인데, 묘량면 끄트머리에 조성한 물무산 맨발 황톳길이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물무산 황톳길로 향하다가 면사무소를 막 지나 왼쪽으로 들어가면 당산 마을이 있다.
종가 이규헌 가옥 전남민속문화재 지정
이 마을 한가운데 양도공파의 종가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 수성도별장을 지낸 사매당 이응종(李應鍾, 1522~1605)의 생가인 이규헌가옥이다. 이규헌가옥은 1987년 전남민속자료 제22호로 지정되었는데, 현재 종가를 지키고 있는 규헌 종손까지 20대에 걸쳐 무려 55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종택 조금 못 미쳐 「전주이씨 완풍대군파 양도공종중 입향사적비」 비각이 서 있고 그 옆에는 규장각 직각 송규헌이 비문을 지은 정조 때의 성리학자 신봉 이복원의 신도비가 우뚝 자리하고 있다. 종택인 이규헌가옥 입구에는 하마석(下馬石)이 놓여 있고, 솟을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또 하나의 솟을대문을 마주하게 되는데, 오른편에는 사랑채인 상선당(相善堂)이 있다. 상선당 기둥에는 4개의 주련이 있는데 친절한 후손이 이를 해석하여 함께 걸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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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 고귀한 분 계셔 / 고요한 초려(草廬)에 숨어 사시네/ 밝은 창 트인 대숲 아래 / 말없이 책 거문고를 마주하시네 / ” 숙종 때의 큰 학자 손재(遜齋) 박광일(朴光一)의 시편이다. 지은 글 속 고귀한 분의 일상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종택은 안채와 부조묘(사당)·사랑채·곳간채(방앗간)·연못·정원·우물 등이 잘 보존돼 있다. 2개의 솟을대문 중 첫 번째 것에는 양도공의 11대 종손 이상호(李相虎, 1662~1718)가 숙종 때인 1713년에 포상받은 효자 정표(旌表) 현판이 걸려 있다. 두 번째 솟을대문은 안채와 사랑채를 가르는 내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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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택 안채는 14칸 팔작지붕으로 맨 왼쪽부터 결혼한 자녀의 방, 방안 제사를 지내던 대청, 그리고 안방과 부엌, 부엌방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문에서는 부조묘에 양도공과 4대조까지의 신주를 모셔두고 설날과 추석에 차례를 올렸으며, 모든 제사는 이곳 안채의 대청에서 모셔왔다. 양도공의 불천지위(不遷之位) 제사인 한식제 때는 대청 안의 집례자는 물론, 앞마당까지도 가득 채운 참사(參祀) 후손들의 모습이 장관을 이뤘다고 한다. 안채의 7개 기둥에는 도연명의 「귀전원거(歸田園居)」를 새겨 걸어두었다. 사화와 당쟁을 피해, 험난한 벼슬길보다는 초야에 숨은 선비가 되려 했던 역대 종손들의 처세관이 함축된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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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택 사랑채 상선당(相善堂) 안에는 황산대첩 사적비 탁본이 걸려 있다. 양도공과 부친 이원계가 고려 우왕 때(1380년) 이성계를 도와 전북 남원 운봉에서 왜구를 물리친 황산싸움의 대첩비(1577년, 선조 10년)와 사적비(1882년, 고종 19년)가 일제말 왜경에 의해 파괴되자, 양도공의 종손인 경당(敬堂) 이용연이 당시 전투에 참여한 8원수의 후손 대표로서 1957년 그 비석들의 잔여 파편을 모아 이전 모습으로 재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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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 왼쪽의 작은 문으로 고개 숙여 들어가면, 연산 기미년(1499)에 건립되었다는 3칸의 부조묘(不笭廟)가 잘 관리되고 있다. 부조묘 안에는 양도공 이천우의 위패와 함께, 태종이 하사한 ‘영정’과 ‘이응도(二鷹圖)’가 한국화가인 22대 종손 이규헌(호, 묵정)에 의해 재현돼 있다.
양도공 가문은 양도공의 행적과 유물 자체가 가르침이 되어 많은 인물을 배출했다. 많은 후손들이 선조의 청렴과 우국충정을 본받아, 국난 극복과 정의 수호에 앞장섰다. 크고 작은 과거시험에 합격한 이도 많았지만, 명리(名利)를 좇기 보다는 효제충신(孝悌忠信)으로 가법을 삼아 인격을 도야하고 학문을 연마했다. 10대 종손 수초(守初)의 생부인 복초재(復初齋) 형익(亨益)의 「병명(屛銘)」과 19대 종손 매정처사(梅亭處士) 의갑(義甲)의 「계자명(誡子銘)」은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양도공 종가의 가풍을 그대로 담아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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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택을 나와 오른쪽 산언덕으로 오르면 영광 묘량 입향조인 사맹공 효상 내외분을 위시한 역대 종손들의 묘와 재각 봉귀재(鳳歸齋)가 있고, 조금 더 뒤편으로 오르면 사매당 이응종의 묘와 「추모사업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사맹공·사매당의 묘지는 풍수지리학적으로 현유혈(縣乳穴)에 해당 되는 명당이라고 전한다. 현유혈은 생기가 모이고, 안팎으로 영광이 발로하여 화창한 기운 가득한 최길지(最吉地)라고 한다. 사매당은 임진왜란 때 71세의 고령으로 장성 남문창의(南門倡義)에 의병을 모아 아우와 아들들을 이끌고 나갔고, 돌아와서는 영광 수성대장(守城大將)으로 추대되어 휘하 54현과 함께 왜적을 막았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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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종택을 지나 묘장영당(묘장서원)이 있는 영당 마을로 가는 길목에는 열부 변정효 여사의 덕행을 기리는 비가 세워져 있다. 마을 초입에는 길 양편에 「전주이씨세적비」와 「만취당 이황종 선생 기적비」가 서 있다. 만취당(晩翠堂) 이황종(李黃鍾, 1534~1590)은 명종조에 생원·진사 양과(兩科)에 급제하여 문명(文名)을 떨쳤으나 기축옥사(己丑獄事)에 연루되어 옥사했던 비운의 인물이다.
400년 역사의 영당 마을과 묘장영당
묘장영당(畝長影堂)은 묘량면 운당리 영당마을에 있다. 영당사 또는 묘장서원이라고도 한다. 조선 광해군 8년(1616년) 건립된 묘장영당은 양도공 이천우(1354∼1417)의 영정을 봉안하고 선비들을 교육했던 곳으로, 영광에서는 최초로 건립된 사우(祠宇)이다. 양도공의 증손인 영광 입향조 이효상이 묘량면 영양리 당산마을로 이주해 부조묘를 건립하고, 영정과 함께 유품(포총교지, 이응도, 공신회맹축 등)을 보존해오다가, 1616년 사림과 후손들이 현재의 위치에 영당을 세우고 영정을 옮겨 모셔서 양도공을 배향하였으며 순조조에 성리학자 신봉 이복원을 추배(追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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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군의 서원훼철령에 의해 사우는 철거되었으나, 강당은 그대로 남아 서당으로 사용되었다. 함평 출신인 임시정부 국무위원 일강(一江) 김철(金澈)이 이곳에서 수학했다고 한다. 1919년에는 강당 건물에 사립 영신학교를 설립하여 4년 과정의 학교를 운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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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묘장영당 건물은 1934년에 중건한 것으로 사당, 강당, 외삼문, 내삼문, 고직사로 구성되어 있다. 사당에는 양도공 이천우 외에도 사우 중건 후 추배한 이응종, 이황종, 이홍종 등 전주이씨 명현 5위가 모셔져 있다. 입구에는 높은 홍살문이 세워져 있고, 창건 당시 심었다는 400년 된 동백나무와 아름드리 배롱나무가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 종중과 유림이 주관하여 매년 봄가을에 향사(享祀)해 왔으나 지금은 봄철에만 지낸다.(음력 2월 中丁일) 본디 묘장영당에 봉안했다가 1934년 중건 이후 종가 내 부조묘로 옮겨서 보관했던 양도공의 ‘영정’과 ‘회맹축’(공신이 단결하는 회맹제 제문과 참석자 66명 명단), ‘이응도(二鷹圖)’ 목판 등은 1987년 전남문화재자료 146호로 지정되었는데, 현재는 국립광주박물관에 위탁관리 중이다. 묘장영당은 2004년 전남문화재자료 제249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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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이성계의 친형 완풍대군 이원계
죽음으로 보여준 인(仁)·효(孝)·충(忠)의 정신
이쯤에서 완풍대군파의 파조 이원계와 양도공 이천우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원계는 이성계의 백형이다. 환조(추존) 이자춘의 장남으로 함경도에서 태어났다. 손아래 배다른 두 동생 이성계와 의안대군 이화가 있다. 이원계는 29세에 종3품 판사에 오른 문무 겸비의 충신으로, 홍건적을 정벌한 공훈으로 두 차례나 공신이 되어 척산군(陟山君)에 봉군되었다. 1380년 남원의 황산대첩에서 왜적을 물리친 공으로 추충절의보리공신에 책록되어 정1품 위계에 오르고 완산군(完山君)에 개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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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우왕 때인 1388년 요동정벌에 참가했는데, 처음에는 위화도 회군에 반대하다가 결국 회군대열에 참가했다. 고려에 대한 충절과 조선 개국의 천명 사이에 고뇌하던 그는 이성계에게 ‘정명시(正命詩)’를 남기고 자결했다고 알려진다. 정명시는 스스로 죽음을 앞에 두고 결연한 의지를 담아 쓴 시로, ‘절명시(絶命詩)’ 또는 ‘필명시(畢命詩)’라고도 한다. 그는 안소공 양우, 양도공 천우, 완남군 조, 완령군 서 등 네 아들을 두었다. 헤이그밀사로 순국한 이준 열사와 구한말 구국운동의 대표적 인물로서 고려대를 설립한 충숙공 이용익은 큰아들 안소공의 후손이다.
둘째 아들 천우가 양도공
족보에 의하면, 양도공의 어머니는 남평 문씨(南平文氏)로 강성군(江城君) 문익점(文益漸)의 딸이다. 천우는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무예가 뛰어나 숙부인 태조 이성계의 사랑을 받았으며, 여러 차례 왜구를 물리치는 공을 세웠다. 두 차례의 왕자의 난을 평정하고, 조선 태조조에 개국원종공신, 정종조에 정사(定社)공신, 태종조에 좌명(佐命)공신이 되는 등 세 번이나 공신에 오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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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병조·이조판서와 의정부 찬성을 역임하였으며, 세자 양녕대군을 수행하고 정조사(正朝使)로 명나라에 다녀오던 중 공자 사당에 참배함으로써 문치국가 조선에 대한 희망을 새겼다. 훗날 완산부원군(完山府院君)에 책봉되고 태종으로부터 큰 대접을 받았으나 부귀영화를 사양하고 은거했다. 태종이 많은 전답과 노비를 내렸으나 사양했다. 대신 ‘노화송골, 백송골’이라는 두 마리의 송골매를 청했는데, 이는 왕이 매사냥에 빠지지 말고 문치국가의 기틀을 만들어 달라는 풍간(諷諫)의 뜻이었다고 한다. 묘장영당에 있었던 양도공의 영정과 이응도(二鷹圖)는 바로 그때 태종이 하사한 것이다. 태종은 교지에서 ‘왕업의 기틀을 다진 공로를 기려 특별한 예우를 내린다’고 했다. 양도공의 큰 뜻은 태종이 받아들였으며, 세종의 문치(文治)로 실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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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그는 세종 6년(1424) 태종 묘정에 당대 5공신의 한사람으로 배향되었다. 세종이 태종을 종묘에 모실 때 배향할 신하로서 특별히 하륜(河崙)과 양도공을 거론했던 기록이 실록에 보인다. 광해 8년(1616)에 묘장서원(당시는 묘장영당)에 모셔졌다.
배위(配位)는 정경부인 여흥 민씨(驪興閔氏)로 태종비 원경왕후의 언니이며 여양군(麗陽君)의 어머니다. 또 한 분의 배위는 정경부인 황보 씨(皇甫氏)로, 여성군(驪城君), 여흥군(驪興君)의 어머니다.
양도공의 묘소는 경기도 고양군 일산의 성석동 산 203번지 학령산(鶴翎山)에 모셔졌다. 묘소 아래 두 아들 여성군과 여흥군의 묘가 있다. 묘정에 있는 신도비문은 광무 6년(1902) 공의 19대 종손 매정 이의갑의 청으로 성균관 대사성이던 우국지사 송병선(宋秉璿: 1836~1905)이 찬술했다, 신도비는 종2품 이상의 관리의 무덤으로 가는 길가에 세우는 비를 말한다.
전라도 담양 입향조는 4세 월성군 명인
양도공의 장남 여양군 굉(宏, ?~1417)은 삼군도총부 좌군총제 동지돈녕부사(종2품)를 지냈으며, 후일 자헌대부 이조판서에 증직되었다. 그러나 일찍 타계하는 바람에 뜻을 펴지 못하였다. 아내 정부인 경주 김씨는 월성부원군(月城府院君) 김천서(金天瑞)의 딸로, 정종비(定宗妃) 정안왕후의 동생이다. 묘소는 실전되어, 전남 담양군 월산면 홍암 능동 선산 정부인묘 옆에 설단하였다. 「여양군신위단비기(驪陽君神位壇碑記)」는 유명한 의병장이자 성리학자였던 대사성 김복한(金福漢)이 찬술하였다.
남편이 타계하자 아내 경주김씨는 월성군 명인, 월평군 종인, 월산군 경인, 월풍군 수인 등 네 아들을 데리고 친정의 별장이 있는 전남 담양에 처음 내려왔다. 선산이 있는 홍암부락에는 재실 명산재(明山齋)가 있다.
한편, 양도공의 차남 여성군 완(完)은 지돈녕부사(知敦寧府事)를 지냈으며, 3남 여흥군 선(宣)은 판서를 지냈다고 한다. 여양군과 슬하 3형제는 추존왕 환조의 후손으로 왕실의 근친이라고 하여, 고종 9년(1872)에 모두가 추봉과 함께 종정경에 추증(追贈)되었다.
영광 묘량 입향조는 5세 사맹공 효상
여양군의 장남 월성군 명인(明仁)은 일찍이 돈령부(敦寧府) 주부 등 관직을 지냈으나, 부친 타계 이후인 세종조에 어머니 정부인 경주김씨를 따라 담양으로 내려왔다. 사미정(四美亭)이라는 정자를 짓고 자연을 벗삼아 살았는데 효심과 우애가 깊었다고 전한다. 고종 9년(1872)에 호조참판 겸 예문관제학 종정경에 증직되었다.
그의 증손 쌍매헌 학(鶴)의 벗이었던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1510~1560)가 사미정을 읊은 시가 『하서집』에 나온다.
묘소는 홍암 능동의 어머니 정부인(貞夫人) 산소 아래에 있다, 묘역에는 규장각 직각 송규헌(宋奎憲)이 찬술한 신도비가 세워져 있는데, 그 곁에다 2007년 이를 국역한 비를 세웠다.
여양군의 차남 월평군 종인(宗仁)은 단종 3년(1454) 선략장군(宣略將軍) 우영호군(右領護軍)이 되었을 때 대가(大駕: 임금이 타는 수레)를 호위한 공이 커 좌익원종공신에 책록되고, 개성유수에 제수되었다. 세조 4년(1458)에는 화상 및 포총교지를 받았다.
선조 38년(1605)에 이조판서에 추증되었으며, 고종 9년(1872)에 자헌대부 이조판서 겸 지의금부사 종정경 월평군(月坪君)에 추봉되고, 부조지전(不笭之典)을 받았다. ‘부조지전’이란 국가에 큰 공이 있는 사람의 신주를 영원히 사당에 모시고 제사를 지내도록 하는 특전을 일컫는다. 후손들은 사우를 담양 창평면의 궁암에 세워 춘추로 향사해 오다가 1990년에 옆자리에 신축하여 옮겼다.
3남 월산군 경인(敬仁)은 종부시(宗簿寺) 직장(直長)을 지낸 후, 어지러운 시국을 개탄하고 주자학에 몰두했다, 고종 9년(1872) 가선대부(嘉善大夫) 호조참판에 증직되고, 월산군(月山君) 겸 종정경에 추봉되었다.
4남 월풍군 수인(壽仁)은 상호군(上護軍)과 돈녕부(敦寧府) 도정(都正.정3품)을 지냈다. 고종 9년(1872) 가선대부 형조참판에 증직되고, 월풍군(月豊君) 겸 종정경에 추봉되었다. 영광 법성면 지장사(芝庄祠)에 모셔졌다.
묘량은 사맹공 처가의 터전
맨 처음 영광 묘량에 터를 잡은 사람은 양도공의 증손 사맹공 효상이다. 그는 양도공의 공훈 덕택에 충의위 사맹(司猛)을 지냈다. 20세 전에 이미 향시에 급제하였으나, 과거에 나아가지 않고 학문에만 정진했다. 그는 전남 담양에서 처가 광산이씨(光山李氏)의 터전 중 일부였던 영광 묘장(畝長)으로 이거하여 집터를 정했다. 묘량면 옛 삼학건문소 부근에는 우리치(遇李峙)라는 자그마한 고개가 있다. 이곳에 우리재(遇李齋)라는 단아한 재각이 있으며, 뒤편의 문중 산에는 전주이씨 선조들의 산소가 있다. 당시 지방 호족이었던 광산 이씨 집안에서는 왕실의 친척으로 학문이 깊었던 사맹공을 사위로 삼았고, 상당한 재산을 물려준 것으로 보인다.
사맹공의 손아래 동생 효강(孝綱)은 병절교위 부사과(副司果)를 지냈다. 후손들은 전남 함평·무안·신안·담양 일대에 세거(世居)하고 있다. 효강의 외아들 세훈(世勳)은 창신교위를 지냈는데 효성이 지극했다. 부친이 별세하자 3년을 하루같이 무덤에서 통곡, 눈물이 무덤 계단을 적셨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이들 부자의 묘는 담양 홍암 선산 아래쪽에 있다.
막내 동생 효륜(孝綸)의 호는 제월당(霽月堂)이며, 중년에 통정대부 돈녕부(敦寧府) 도정(都正)을 지냈다. 후손 중에 고종 2년에 진사가 된 태효(泰孝)가 있다. 그는 동향의 진사로 월평군의 후손인 이이필(李以퉏), 학자 이최선(李最善) 등과 교유하며 위정척사 운동에 힘을 보탰다.
한편, 사맹공은 세원(世元), 세형(世亨), 세림(世淋), 세창(世昌), 세행(世行) 등 다섯 아들을 두었다.
장남인 사과공 세원은 어모장군 행 충의위 부사과(副司果)를 지냈다. 종통을 확립한 후 양도공의 부조묘를 건립하여 영정, 이응도 등 유물을 봉안했다.
2남 세형은 중종 2년(1507)에 병절교위(秉節校尉)로서 사마시에 합격하여 진사가 되고, 청단도찰방(靑丹道察訪: 지금의 큰 역장)을 지냈다. 묘량에서 군남 육창(六昌)으로 이주하여 그곳에 후손이 세거하고 있다. 또 광주시 북구 우치동 일대 학동·수곡·단지에 100여 호가 자작일촌하고 있으며 일부는 나주 문평으로 세거했다.
세형의 현손(玄孫)인 우봉(牛峰) 근(根, 1569-1656)은 임진왜란을 당해 앞장서 창의하여 많은 전공을 세웠으므로, 경현사(景賢祠)와 오산창의사(鰲山倡義祠)에 배향되었다.
9대손 소헌(疏軒) 종열(宗烈, 1739-1817)은 문과(文科)에 급제하여 정조조에 이조좌랑, 순조조에 사간원 정언, 사헌부 장령 등을 지냈으며, 문집으로 『소헌집(疏軒集)』을 남겼다. 영정이 전해오고 있으며, 육왕사(六旺祠)에 모셔졌다. 행장은 성리학자 형조판서 송치규가 지었다.
3남 세림은 호가 양촌(陽村)이라고만 전한다. 4남 세창은 돈령부 주부를 거쳐 호조좌랑, 가선대부 용양위 부호군(副護軍)을 지냈다. 5남 세행에 대해서는 자세한 기록이 없다.
사맹공의 딸은 주부(主簿) 강기수(姜期壽)에게 시집갔는데 그가 진주강씨 불갑면 입향조인 사평 강학손(姜鶴孫)의 아들이다. 불갑의 진주강씨를 ‘갑강(甲姜)’이라 일컫는데, 이후 양가의 교류와 혼인이 빈번해졌다.
뛰어난 문필가 쌍매헌공 鶴
사과공의 장남 쌍매헌(雙梅軒) 학(鶴, 1497~1577)은 일찍부터 문명을 떨쳤으며 생원시에 급제하였다.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1510-1560), 석천(石川) 임억령(林億齡, 1496~1568), 미암(眉巖) 유희춘(柳希春, 1513~1577) 등 당대 명사들과 교류하였다. 을사사화 후에는 벼슬의 뜻을 버리고 고향에 은거하여 지내다가 81세에 타계했다. 배위 숙인(淑人) 해남윤씨(海南尹氏)는 호조참판 어초은(漁樵隱) 효정(孝貞)의 딸이다. 윤효정(尹孝貞)은 형조판서 윤의중(尹毅中)의 조부이며,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 1587~1671)의 고조이다. 묘소는 영광 묘량 우리치(遇李峙)에 있다. 신안 지도읍 자동리의 봉산사(鳳山祠)에 양도공 및 아우 난헌공과 함께 모셔졌다.
임억령의 『석천시집(石川詩集)』에는 7언율시 「증우선이상사학(贈羽仙李上舍鶴(字가 羽仙인 이 진사 鶴에게 드림)」 등 몇 편의 시가 실려 있다. 「증우선이상사학」은 해남 처가에 와 있던 쌍매헌공이 장차 북쪽(영광) 집으로 돌아간다 하므로, 석천이 작별에 앞서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이다.
君爲明月松間物 (군위명월송간물)
그대는 밝은 달 소나무 사이 학과 같은 인물
我是梅花樹下僧 (아시매화수하승)
나는 매화 나무 아래 승려 같은 존재
共把寒艸評水石 (공파한배평수석)
둘이서 찬 술잔 기울이며 산수정경 평하노라니
澄江古峽亂蒼藤 (징강고협난창등)
맑은 강 오래된 계곡 푸른 등넝쿨 어지럽네
梅花嶺外客情催 (매화령외객정최)
매화는 고개 밖 나그네의 회포를 재촉하는데
酌以山城竹葉盃 (작이산성죽엽배)
산성의 댓잎 잔에 술 따라 그대에게 권하네
君到故園花政發 (군도고원화정발)
그대 고향땅엔 꽃이 한창 피었으리니
一枝須寄小童回 (일지수기소동회)
한 가질랑 꺾어다가 아이 편에 보내주구려
쌍매헌공의 아우 난헌공(蘭軒公) 난(鸞)도 문예가 뛰어났으며 부호군(副護軍)을 지냈다. 을사사화 이후 두문불출하고 난(蘭)을 기르며 살았다, 묘량 우리치에 안장되었으며, 봉산사(鳳山祠)에 모셔졌다. 난헌공의 2남 광종(光鍾)은 정유재란 때 군량미를 변통해 행재소에 보낸 공으로 별좌(別座)를 제수받은 충의지사였다. 장남 경종의 2남 극람(克攬)과 3남 극찬(克咤)은 광해조의 폐모론에 죽음으로써 항거하였으며 이괄(李适)의 난에 창의하였다. 다음 아우 지헌공(芝軒公) 곤()은 천성이 인후하고 효성이 지극하였으나 벼슬을 구하기보다 독서하기로 즐거움을 삼았다. 통정대부에 증직되었다. 막내 아우 부정공 영(픬, 1520~1570)은 통정대부로서 군자감부정(軍資監副正)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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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란 때 영광을 지킨 의병장 사매당 이응종
쌍매헌공의 장남 사매당(四梅堂) 응종(應鍾, 1522~1605)은 명종조에 생원이 되어 성균관에서 공부하다가 동서분당(東西分黨)의 조짐이 일자 낙향하였다. 예학을 연구하여 『가례부주(家禮附註)』를 저술하였고, 임진왜란 때는 71세의 고령임에도 장성 남문창의(南門倡義)에 많은 의병을 모아 아들들을 이끌고 나갔다. 이어 영광 수성대장(守城大將)으로 추대되어 휘하 54현과 함께 왜적을 막았다. 군량과 무기 등 군수물자를 광주와 의재행재소에 보냈다. 지금 영광읍의 ‘수성사(守城祠)’에서는 55명의 충의 선비를 추모한다. 묘소는 영광 묘량 당산 산소동에 있으며, 묘장서원과 장성 오산창의사(鰲山倡義祠), 영광 수성사에 배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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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에 이르는 외손봉사
사매당의 배위는 의인(宜人) 전주최씨(全州崔氏)로 화릉참봉 최구연(崔九淵)의 딸이다. 그런데 사매당의 장인 참봉공에게는 후사(後嗣)가 없어, 사위인 사매당이 제사를 모셨는데, 이후 그의 다섯 아들(극조·극지·극부·극양·극정)과 그 5형제의 자손들이, 외(外) 17대손인 규헌(奎憲) 대까지 무려 500년에 이르는 외손봉사(外孫奉祀)를 봉행하고 있다.
참봉공의 묘소는 고창군 아산면 중월리 상복마을(692-11)에 있는데 한국전쟁 중에도 봉사는 끊어지지 않았다. 이때도 종손 경당 용연과 강재·정재 3형제가 묘제를 봉행했다니, 참으로 대단한 정성이다.
이처럼 장구한 세월에 걸친 외손봉사는 전국에서도 드문 일로서 타성의 귀감이 되었다. 이는 영남의 명문 풍산 유씨 유성룡 가문과 의성 김씨 학봉 김성일 가문에 비견되기도 하는데, 조선 후기 적장자 봉사(奉祀)가 일반화되었음에도 참봉공의 외손들은 지금껏 선대 외조를 향한 추모의 마음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매당 가문에서는 작년 시제일(음력 3월 15일)을 계기로 그 지속을 위해 기념사업회를 발족했는데 전국의 방손과 외손, 완풍대군파 대·소 종중과 지역종친회, 종교기관과 사회지도층 인사들까지 참여했다. 사업회는 이번 겨울 우선 묘역을 깨끗이 정리했고, 이어 새봄에는 기존의 망주석과 상석에 더하여 묘비를 세우고, 묘 입구에는 그간의 봉향 역사를 새긴 조형물을 설치할 예정이다. 그리고 오는 4월 시제 때는 묘전에서 시제 봉행과 함께 기념식도 거행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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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매당가문의 외손봉사는 600년도 넘어서는 ‘양도공 부조묘’ 제사와 함께 양도공 종중을 호남사회에서 효의 가문으로 각인시켰다. 양도공 종중의 일원인 원로작가 이명한(李明翰)은 그 ‘사적비문’의 말미에 이렇게 썼다.
- 후세 이을 사손(嗣孫) 없이 이승 떠난 외조부모 참봉공의 무덤 앞에 엎드려 헌작하는 외손들의 숙연한 모습은 세상이 바뀌고, 풍속이 변해도 그치지 않고 흐르는 천륜의 강물이었다. 비뚤어지고 더러운 때가 스미는 세상을 바로잡고 어두운 발길을 밝히려는 사매당 슬하 5형제들과 경당 3형제를 바라보며, 아침에 뜨는 해는 맑은 웃음을 지었고 세인들은 공손히 몸을 굽혔다. 장한 후손들을 지키며 보실피고 있는 신봉산이 오늘따라 거룩하고나.
충절과 효행의 가문
쌍매헌공의 2남 만취당(晩翠堂) 황종(黃鍾, 1534~1590)은 인품이 순수하고 절행이 뛰어나 스승이자 외숙 귤정(橘亭) 윤구(尹衢, 1495~?)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귤정이 일찍이 이르기를 “정주학(程朱學: 성리학)의 근원이 다시 우리 동방에 밝겠도다.”라고 하였다. 명종조에 생원·진사 양과(兩科)에 급제하여 문명(文名)을 떨쳤다. 율곡 이이, 우계 성혼, 서애 유성룡, 오리 이원익, 수우당 최영경 등 당대의 명인들과 교류했다. 수은(睡隱) 강항(姜沆, 1567-1618)은 “이 어른과 더불어 마주 앉으면 10년 전 허물이 다 생각난다.[與李丈對坐 追思十年前愆]”고 하였고, 청계(淸溪) 유몽정(柳夢井)은 “벼리를 세우고 의리를 부축하였으며, 어려움에 다다라서도 굳세게 마음을 지켰다.[立綱扶義 臨難執堅]”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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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때 소촌도(召村道) 찰방으로 부임하였다가, 소싯적에는 막역지우로 교유했던 송강(松江) 정철(鄭澈, 1536~1593)과의 뒤틀린 인연으로 인해 기축옥사(己丑獄事)에 연루되어 옥사하였다. 곤재 정개청, 동암 이발 등과 더불어 기축육현 중 1인으로 불리운다. 사림(士林)의 상소로 1603년 신원되고 복관(復官)되었다. 배위 금성 나씨(錦城羅氏)는 대사헌 송재(松齋) 나세찬(羅世纘, 1498-1551)의 딸이고, 재취부인 이천 서씨(利川徐氏)는 현감 주(註)의 딸이다. 묘소는 영광군 묘량면 우리치 부친 쌍매헌공 묘소 아래에 있다. 묘장서원에 배향되었다.
슬하 4남 중 1남 극담(克擔)은 수우당 최영경의 문인이다. 2남 극수(克授)는 임란 때 백부 사매당을 보좌했다. 정유재란(1597) 때는 사재로 군량미를 조성해 의사(義士)들을 이끌고 이순신 장군의 막하에 달려가 왜적 섬멸을 도왔는데, 그 곳에서 병에 걸려 운명하였다. 3남 극개(克?)는 혈소를 올려 부친을 신원하였고, 태릉참봉에 제수되었다. 4남은 진사 극규(克揆)로 문명이 높았다. 쌍매헌공의 3남 한천당(寒泉堂) 홍종(洪鍾, 1538~1612)은 사매·만취 두 형과 함께 외숙 귤정 윤구 문하에서 배웠으며, 고금에 통달했다. 6년 여묘(廬墓)의 지극한 효성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당대의 인물인 신응순(辛應純, 1572-1636)은 그의 유고에 “3년의 여묘(廬墓) 기간 동안 한 번도 집에 내려오지 않았다.[三年居廬 一不下家(삼년거려일불하가)]”는 칭송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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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쟁의 화를 예견하고 두문불출하던 중 임진왜란을 만나, 모속도유사(募粟都有司)로서 법성포에 곡식을 모아 뱃길로 왕의 행재소와 고경명·곽재우의 의병소에 보내고 장성남문 창의 및 영광성 수성(守城)에도 참여하였다. 일찍이 효행으로 참봉에 제수되었으나 나가지 않았고, 전란 후에 순무사(巡撫使) 한준겸(韓浚謙)이 공로를 천거하였으나 사양하였다. 왕명을 끝까지 거역할 길 없어 황산도 찰방(黃山道察訪)에 부임하였으나 3개월 만에 귀향하여 학문과 덕을 닦았다. 묘량 장동마을에 그의 효행을 기록한 효행비가 세워져 있다. 배위(配位)는 금성 나씨로, 송재 나세찬의 손녀이다. 묘장서원과 장성 오산창의사, 영광 수성사에 배향(配享)되었다.
9세 들어 다시 5개 파로 나뉘어져
사매당의 아들 대인 9세 들어 또 파가 갈라진다. 장남 극조(克操)의 후예를 종파, 2남 극지(克持)의 후예를 주부공파, 3남 극부(克扶)의 후예를 사부공파, 4남 극양(克揚)의 후예를 죽헌공파, 5남 극정(克挺)의 후예를 취옹공파라 한다. 사매당의 장남 종파조 극조는 부사과(副司果)를 지냈다. 임진왜란 때 부친을 도와 창의대열에 참여, 군성(郡城)을 지켰다. 배위 청안 이씨(淸安李氏)는 장성의 유명한 성리학자 석탄(石灘) 이기남(李箕南)의 딸이다. 후손 중에서 효자, 학자, 과거급제자 등 훌륭한 인물이 매우 많이 배출되었다.
대표적인 인물에는 학문과 도덕이 높아 부호군(副護軍)과 이조참판에 제수된 복초재 형익(亨益), 복초재의 손자로 숙종 때 정려를 받은 효자 죽재(竹齋) 상호(相虎), 효행으로 복호(復戶)의 은전을 입은 죽재의 장손자 정와(亭窩) 필원(馝遠), 정와의 아우로 경서에 능하고 행실이 모범되어 정조의 부르심을 받은 성리학자 신봉(新峰) 이복원(李馥遠)이 있다. 정릉참봉에 제수되었으나 한 달이 안 되어 사직, 귀향한 이복원은 이후 후진 양성에 주력하였으며, 사후 영당사(묘장서원)에 배향되었다. 이필원의 아들 이석(以錫)은 사마 양시(생원·진사과)에 합격하여 문명을 떨쳤고, 이복원의 아들 수헌(守軒) 이집(以鏶) 역시 진사로서 정조 때 경서 교정에 참여해 왕의 포상을 받고 입신출세의 길이 열렸으나 불행히도 성균관에서 전염병으로 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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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집의 장남이 존재(存齋) 위백규(魏伯珪), 이재(?齋) 황윤석(黃胤錫), 규남(圭南) 하백원(河百源) 등과 더불어 호남 실학 4대가로 일컬어지는 칠우(七迂) 이윤성(李潤聖)이다. 그는 순조조에 대책(對策)으로써 증광시 문과에 수석을 차지, 1829년에 장령(掌令 : 정4품)에 승진했으며 태천군수에 제수되어 선정을 베풀었다. 성리학자이자 10대 문장가의 1인인 연천(淵泉) 홍석주(洪奭周)와 함께 주역의 이치를 논하면서 여러 차례 칭찬을 받았다. 『칠우집』의 서문을 쓴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은 그 글에서 고향 선배인 이윤성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 바 있다.
“공이 문행(文行)이 있는 가문에 태어나, 뛰어난 재주가 있어 약관(弱冠)이 되기도 전에 빼어난 글이 이미 세상에 떨쳤으니… 한 시대 문단의 대가들이 자신들은 감히 공을 대적할 수 없다고 여겼다….”
『대학일과(大學日課)』, 『동사고평(東史考評)』, 『고문연표(古文年表)』 등 많은 실학적 저술들이 전쟁 중에 유실되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남은 글들을 수습하여 간행한 『칠우집』에서 폭넓은 학문의 편린이나마 볼 수 있음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수헌 이집의 현손 봉신(鳳信, 1874-1952)은 지사 심백(心白)의 2남으로 고종 29년(1892) 무과에 급제하니 그때 나이 19세였다. 선무랑 행 부사과에 이르렀으나 경술국치 후 비분을 억누르며 향리에 은거했다. 효성이 극진했다.
종파 자손 중 죽재 상호의 아우 당곡(棠谷) 상룡(相龍)의 후손들 중에서도 다수의 과거 급제자 등 뛰어난 인물이 많이 배출되었다. 이상룡의 6대손 동리(東籬) 준섭(駿燮)은 학문과 특별한 효행으로 통훈대부 선공감역에 제수되었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고창·부안 지역의 대지주였던 그는 병인(1866)·신미양요(1871) 때 구국을 위해 상당량의 군자금을 조달했다고 한다. 학문도 높아서 『동리집』 3권을 남겼다. 그의 장손이 중추원 의관 현기(鉉初)이고, 증손이 명필 석남(石南) 오연(五淵)이다. 상룡의 8대손 현승(鉉昇)은 정3품으로 금구군수를 지내면서 굶주린 군민들을 구휼하여 포덕비(布德碑)가 세워졌다.
사매당의 2남 주부공 극지(克持)는 충의위에 소속되어 출사하던 중 임란을 당하자, 부친을 도와 창의대열에 참여하였다. 선조가 파천한 의주와 광주의병소에 많은 의병과 병기·군량을 조달하였다. 후일 주부(主簿) 벼슬을 지냈으므로 주부공으로 일컬어졌다. 주부공의 장남 해(垓)는 사마시에 합격해 진사가 되었으며, 글 잘하는 것으로 이름 높았다. 사매당의 3남 사부공 극부(克扶, 1555~1623)는 선조 무자년(戊子年: 1588)에 사마시에 합격하여 생원이 되었다. 임란 때 사매당을 도와 장성남문창의에 가담하였고, 영광으로 돌아와 수은(睡隱) 강항(姜沆, 1567~1618)과 함께 장서기(掌書記)·폐막관(弊?官)의 직책으로 고을을 지켰다. 또 숙부인 한천당 이홍종을 따라서 의곡도유사(義穀都有司)가 되어 곡식을 모집하여 법성포를 통해 의주 행재소로 보내고, 의병과 양곡, 기계 등을 모집하여 광주의병소와 곽재우 진중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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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30년(1597) 정유년에 오수도찰방(鰲樹道察訪)에 제수되어 왜적을 막다가 왜적이 물러나니, 곧바로 귀향하였다. 뒤에 왕자사부(王子師傅)에 제수(除授)되었으나 나가지 않았다. 임란 때의 공로로 묘장서원 및 장성의 오산창의사(鰲山倡義祠)와 영광 수성사(守城祠)에 배향되었다. 백호 윤휴가 지은 묘갈명에 그의 참된 면모가 잘 드러나 있다. 아내 남원 양씨(梁氏)는 별제(別提) 홍도(弘度)의 딸이자 유명한 의병장 양대박(梁大樸)의 종질녀였는데, 여러 자식들을 가르치는 데에 정성을 다하여, 자식들이 밖에 나갈 적에는 으레 남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는 것으로 당(堂) 아래서 경계하고, 중문에 이르러서 또, 동네 어귀에서 또 경계하였으므로, 세상에서 이를 ‘양부인의 삼계(三誡)’로 일컬었다고 한다.
사부공의 1남 구(坵)는 병자호란 때 창의하여 사복시정(司僕寺正)에 추증되었고, 2남 장()은 통정대부의 위계를 받았다. 3남 매헌(梅軒) 성(?: 1594~1653)은 인조 때 문과에 갑과(甲科)로 급제한 후 홍문관 교리 등 청요직(淸要職)을 역임하고 청의 수도 연경(燕京)에 사신으로 파견되어 「연행일기」를 남겼다. 후일 청도군수(淸道郡守), 통례원 우통례(通禮院右通禮: 정3품)에 이르렀으며 지금도 청도에 선정비가 남아 있다. 문집 『매헌유고』가 전한다.
사매당의 4남 죽헌공(竹軒公) 극양(克揚, 1557~?)은 어모장군(禦侮將軍) 부사과를 지냈다. 임란 때 부친를 따라 장성 남문창의에 가담하여 활약하였으며, 영광에 돌아와 사매당 휘하에서 대장군관(大將軍官)이 되어 왜적을 막아낼 방비를 하였다. 또, 의병을 조련하고 의곡과 병기를 모아 의주행재소 및 각처 의진에 조달하였다. 후일 장성의 오산창의사와 영광 수성사에 모셔졌다. 배위는 숙인(淑人) 금성 나씨이니, 대사헌 송재 나세찬의 증손녀이다.
5남 취옹공(醉翁公) 극정(克挺 1560~?)은 어모장군 부사과를 지냈다. 도량과 기개가 뛰어나고 효성이 지극하였다. 어려운 이가 있으면 재물을 아끼지 않고 구휼하였으며, 후손이나 젊은이들이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타일러 깨우쳐 주었다. 그래서 ‘동방의 군자’라 불리었다고 한다, 슬하 4형제 요(?), 규(圭), 후(?), 벽(魔)은 수은 강항의 문하에서 수학했으며, 모두가 병자호란 때 창의하였다. 요(?)의 7대손 오소(吾巢) 윤수(潤壽)는 고종조(1865)에 문과에 급제해 병조참지를 거쳐 형조참판에 올랐으며 흥선대원군의 지우를 받았다. 시호는 충간공(忠簡公)이며, 의병장인 송사(松沙) 기우만(奇宇萬)이 신도비명을 지었다.
충·효·열의 전통 면면히
‘묘리(畝李, 묘량의 전주이씨)’로 일컬어지는 양도공 후손들은 기축옥사(1589) 이후 호남의 명가들이 대체로 그랬듯이, 큰 벼슬길에 나아간 인물이 많지는 않았으나 나라에 대한 충성과 부모에 대한 효도, 열부의 도를 지켜 후세에 칭송을 받았다. ‘묘리’의 후예들은 사화와 당쟁의 격화를 목도하며 입신출세의 길보다는 향촌에 은거하며 수양에 힘썼다. 그러나 외침으로 국난을 당하면 창의해서 나라를 지켰고, 효행과 적선으로 타의 귀감이 되었다.
가훈 이어가는 종손들
양도공 이후 그 종손들은 여양군 굉(宏)-월성군 명인(明仁)-효상(孝常)-세원(世元)-학(鶴)-응종(應鍾)-극조(克操)-탄(坦)-형복(亨復)-수초(守初)-상호(相虎)-인훈(仁薰)-필원(馝遠)-이석(以錫)-윤신(潤身)-민수(民秀)-응백(應白)-경신(景信)-의갑(義甲)-용연(龍淵)-동후(東候)-규헌(奎憲) 등 22대를 이어오는 동안 선조의 가르침에 따라 우국충정(憂國衷情)과 부정척사(扶正斥邪)의 정신을 가훈으로 삼아 이를 실천해왔다.
특히 명실공히 양도공 종중을 중흥시킨 20대 종손 경당(敬堂) 용연(龍淵)과, 경당 종손의 작고 이후 종손을 대리했던 고(故) 추정(秋汀) 동혁(東奕, 남문창의기념사업회 대표)은 선조들의 업적을 발굴·선양하고, 수백 년 전승된 전통의례를 계승하며, 종중의 위상을 높이는 데 평생을 바친 분들로 기억되고 있다.
현재 종가를 지키고 있는 22대 종손 규헌은 청각장애가 있는 화가로 약관에 국전 입·특선 등 수많은 공모전에 입상한 후 서울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으나 종가를 지키기 위해 낙향, 손수 부조묘를 관리하고 종가를 보존하는 데 진력하고 있다.
근·현대 많은 인물 배출
전주이씨 완풍대군파 양도공 종중에서는 근·현대 들어서도 많은 인재를 배출하였다.
구한말의 의병장 이화삼(20세, 1866-1910), 이화삼 휘하 참모장 이사유(19세)와 이국빈(21세), 구한말 의병장 이현주(21세, 1877-1920), 독립운동가 이문복(18세, 1877-1954), 서화가 이광열(16세, 1885-1966), 3·1문장만세운동 주도자·영광향교 전교 이용연(22세, 1897-1966), 제헌의원·참의원·전남도지사 이남규(21세, 1901-1976), 완풍대군파종회장 이인섭(19세, 1906-1987), 완풍대군파종회장 이유신(20세, 1924-1993), 동양철학교수·국립광주박물관장 이을호(22세, 1910-1998), 순국 독립지사 이홍섭(19세, 1911-1943), (재일) 동양금속그룹회장 이기수(20세, 1912-1997), 독립운동가·저항시인 이석성(20세, 1914-1948), 전남도교육위원회 의장 이대로(20세, 1921-2009), 정읍향교 전교·전주이씨대동종약원 부이사장 이태연(22세, 1925-2021), 임진수성사적보존회이사장 이대연(22세, 1929-2011), 미원그룹부회장 이혜연(22세, 1928-2018), 국사편찬위원장 이현종(21세, 1929-1984), 전남·북·충남 농수산물검사소장 완풍대군파종회장 이장섭(19세, 1931-2019), 9·10·12대 국회의원 이진연(22세, 1932-2009), 한림여상·예고 설립자 이현만(21세, 1936-2020), 서울지검 검사·대한변협 사무국장 이해진(21세, 1938-1999), 세종아동문학회장 이준연(22세, 1939-2017), 씨네2000 대표·영화제작자 이춘연(22세, 1951-2021), 남극·에베레스트 등정 산악인 이현조(21세, 1972-2007) 등은 작고한 인물이다. 전 광주전남민족문학협의회 공동의장·소설가 이명한(21세), 중앙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이명재(19세), 전 광주전남의보연합회장·완풍대군파종회장 이동재(23세), 금호아시아나그룹 부회장 이원태(23세), 전 광주보훈병원장 의학·경제학박사 이원구(22세), 대한지질학회장·완풍학술회장 이현구(21세), 전 청주대 대학원장·발명가 이주신(20세), 사회사업가 이흥재(24세), 전 해군정비창장 준장 이현우(21세), 탤런트 이효춘(21세), 16~19·21대 국회의원·전남지사·국무총리 현 새로운미래 대표 이낙연(22세), 제28대 법제처장 현 법무법인 서울 대표변호사 이석연(22세), 제8대 식약청 차장 이상용(25세), 전 법원국장·현 서초법무사합동사무소 대표·양도공종중회장 이우연(22세), 제5대 고용노동부장관 이기권(25세), 전 서울지검 부장검사 현 법무법인 일호 대표변호사 이광진(24세), 16·18대 국회의원 현 서대문구청장 이성헌(24세), SM그룹 부회장 이계연(22세), 전 여신금융협회 부회장 이기연(22세), 전 경남지방병무청장 이관연(22세), 전 3선 서울 도봉구청장 이동진(23세), 19대 국회의원 현 용인특례시장 이상일(23세), 전 3선 전남도의원 이동권(23세), 전 충주지원장·변호사 이동신(20세), 방송인·한의사 이광연(22세), 전 명지대 예술품감정학과 교수·서예가 이동천(23세), 전 대한외과의사회장 이세라(21세), 대검공공수사부장·검사장 이정현(21세), 전북의대 심장내과 교수 이상록(20세), 카카오그룹 엔터프라이즈 사장 이경진(24세) 등은 지금도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다.
본 취재에 자문해주신 분은 양도공종중의 도유사(都有司) 이춘식, 문화이사 이창헌(한학자·작가)씨 등 이다.
글 : 지형원<문화통 발행인>, 사진 : 임철진<사진작가>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