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영암 서호면 청용리·미암면 선황리
| 2023. 06.15(목) 10: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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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억령·백령·구령 3형제의 엇갈린 운명…해남·무안에도 집성촌
5월의 끝자락, 선산 임씨들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해남과 영암으로 가는 길 양 켠에는 금보리가 출렁인다. 엊그제 파란 청보리 모가지가 솟아오는가 싶더니 벌써 황금보리가 일렁인다.
황금보리만 보면 생각나는 것이 ‘보리끄시름’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보리 모가지를 한 줌 꺾어 불쏘시개에 불을 붙여 살짝 넣었다가 손바닥으로 비비면 살이 통통 찐 청보리 알이 드러난다. 향긋한 내음과 함께 쫄깃쫄깃 씹히던 그 맛을 언제 다시 맛볼 수 있을까?
보리끄시럼이 끝나면 샘가에 주렁주렁 매달린 빨간 앵두를 훑어서 주머니에 넣고 동네 한 바퀴를 돈다. 앵두만 보면 생각나는 것이 ‘앵두 도시락’이다. 옆에 앉은 가난한 친구가 앵두 도시락을 꺼내 들고 흐느껴 울자 선생님이 앵두 도시락을 먹고 싶다며 도시락을 바꾸어 드셨다. 선생님의 맛있는 도시락을 먹으면서 얼마나 슬피 울던지…. 친구는 훗날 사업을 해서 꽤 돈을 벌었는데 어머니에게 앵두 도시락을 싸주었다고 불평하자 아무 말 없이 부엌에서 흐느끼더라는 것이다.
“우리 아들, 다음에 커서 엄마 흰 쌀밥에 소고기국 사 줄 거지?” 라고 했는데 흰 쌀밥과 소고기가 지천에 깔려 있는 지금 어머니가 계시지 않아 슬프다는 친구 얘기다.
경북 선산이 본향인 임씨들이 영암과 해남에 꽤 큰 세를 부리고 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성씨들의 대이동이 있었던 것은 조선 개국 과정에서 지조를 지키거나 화를 피해 옮겨온 경우가 많지만 처가나 외가에서 살기 위해 옮겨온 경우도 허다하다.
수풀 임(林)자를 쓰는 임씨의 본관은 나주 순창 익산 조양 회진 선산 울진 진천 예천 옥구 길안 부안 장흥 평택 등 14개나 된다. 이들 가운데 나주 임씨와 선산임씨를 제외한 대부분은 평택임씨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되어 있다.
선산 임씨는 신라 경순왕 손자 사위인 임양저(林良貯)를 시조로 하고 임만(林蔓)을 중시조로 한다. 임양저는 경순왕이 고려에 항복하려 하자 그 부당함을 고했다가 노여움을 사서 선산으로 유배되어 뿌리를 내렸다고 전한다. 선산은 경북 구미시 선산읍 일대의 옛 지명으로 유배지가 관향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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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만(林蔓, 1370~?)은 조선 태조 때 이조 좌랑을 지냈다. 고려말이던 1388년께 연고가 없는 영암으로 내려와 진주하씨와 결혼하여 세계(世系)를 이어갔다. 1525년경에 영암군 군서면 구림 마을이 선산임씨들의 집성촌이 되었다. 이후 선산 임씨들은 해남·강진·무안 등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가문의 역사가 6백 50년 남짓인 셈이다.
그의 묘소는 전남 영암군 미암면 선황리 가덕산에 전해져 오늘도 후손들이 향사를 받든다. 제각 입구의 문을 일선문(一善門)이라고 하는데 편액은 서예가 학정 이돈흥이 썼다, 일선은 선산의 옛이름이다. 일선문을 열고 들어가면 옛 기와로 단장된 4칸의 원모재(遠慕齋)가 자리하고 있다. 매년 음력 10월 7일 향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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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만의 아들 임진(2세, 林珍)이 제주목사, 손자 임간(3세, 林幹)이 동복현감을 지냈고 증손자인 임득무(4세, 林得茂)가 세종 때 대과에 급제해 황해감사와 이조판서에 올랐다. 임득무는 임종(林宗)과 임수(5세,林秀) 두 아들을 두었는데 이로부터 후손들이 크게 번창하였다. 여기서부터 파가 갈라지는데 임종이 종파의 파조이고 임수가 수파의 파조가 된다. 종파는 강진군 도암면 덕서리, 영암 미암면·학산면, 수파는 해남읍 교동에 거주하였다. 그리고 7세에 와서 천령파, 석천파, 백령파, 구령파(월당공파) 등으로 파가 나눠진다. 천령파는 해남 계곡과 옥천면에 뿌리를 내렸으며 석천파는 해남·강진·보성·담양 등지에 흩어져살았다. 백령파는 충북 괴산과 음성지역에, 구령파(월당공파)는 영암군 서호면 미암면 일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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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입향조는 임수다. 주로 해남읍 교동과 옥천면에 기반을 두고 있다. 임수가 해남에 입향하게 된 것은 조선 성종 때 해남읍에서 호장직을 지낸 초계정씨(草溪鄭氏)의 사위가 되어 해남읍 해리에 정착했기 때문이다. 진안 현감을 지낸 임수(林秀)는 임우원·임우형·임우리·임우정 등 네 아들을 두었다. 주역에서 말하는 사물의 근본원리인 원형이정(元亨利貞)에서 네 아들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임우리의 후손들이 무안 명산 쪽에, 임우정의 후손들은 해남 황산 쪽에 집성촌을 이루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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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모장군을 지낸 임우원이 해남군 옥천면에 자리 잡았으며, 둘째 임우형(林遇亨)이 임천령(7세, 林千齡)·임만영(林萬齡)·임억령(林億齡)·임백령(林百齡)·임구령(林九齡) 등 다섯 아들을 두었는데 세 아들이 관직에 진출하는 등 명문가로 입지를 다지게 되었다. 큰아들 천령은 벼슬길에 나서지 않고 고향집을 지켰고 둘째 만령은 후손이 끊겼다. 억령, 백령은 형제는 과거에 올라 중앙정계에 진출해 활약을 했을 뿐 아니라, 시문으로도 이름을 떨쳤다.
억령·백령·구령 형제 유명
그러나 선산 임씨 전성시대를 연 이들 형제는 가는 길이 달라 가문의 영화는 명암이 엇갈린다. 형 억령은 동생 백령과 함께 눌재(訥齋) 박상(朴祥, 1474~1530)의 문하에서 공부했다. 동생 백령은 1519년 문과에 장원급제했고 억령은 동생보다 6년 늦게 과거에 올랐다. 백령은 시세에 밝고 야심이 커 호조판서에 까지 올라 윤원형 등과 손잡고 소윤의 거두가 됐다. 윤임 등 대윤 일파를 제거하는 을사사화의 중심인물이 된다.
막내 구령은 등과하지는 못했으나 광주ㆍ나주 목사를 거쳐 남원 부사를 지내고 은퇴해서는 처가가 있던 영암 구림에 내려가 지남제란 둑을 막는 간척 공사를 벌여 1천여 마지기 농토를 얻어 거부가 됐다.
성산 시단의 詩宗 석천 임억령
임억령(林億齡, 1496~1568))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자는 대수(大樹). 호는 석천(石川)이다. 눌재(訥齋) 박상(朴祥)의 문인으로 1525년 식년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였다. 부교리, 사헌부지평, 홍문관교리, 사간, 전한, 세자 시강원설서 등 여러 직위에 임명되었다. 1545년(명종 즉위년) 을사사화 때 금산군수로 있었는데 동생 백령(百齡)이 소윤 일파에 가담하여 대윤의 많은 선비들을 추방하고 원종공신(原從功臣)의 녹권(錄券)을 보내오자 분격하여 이를 불태우고 낙향했다. 그때 읊은 시다.
竹老元逃削 / 松高不受封
何人與同調 / 窮谷白頭翁
대나무는 늙어 베어 쓰는 것 피하였고
소나무는 고상하여 벼슬을 받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이와 같은가
깊은 골의 머리 흰 늙은이로다.
이후 해남·강진·담양 일대 명승을 찾아 많은 선비들과 사귀고 시를 짓는 것으로 낙을 삼던 억령은 훗날 명종 임금의 부름을 받아 강원도 관찰사·담양부사 등을 역임했다.
1557년 담양부사로 부임하면서 송강 정철, 면앙정 송순, 서하당 김성원, 제봉 고경명 등에 문학적 영향을 끼쳐 성산시단의 시종(詩宗)으로 추앙되고 있다.
조선시대 시평으로 유명한 허균이 ‘국조시산’에서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한 ‘시우인’이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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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인(示友人)
古寺門前又送春(고사문전우송춘)
殘花隨雨點衣頻(잔화수우점의빈)
歸來滿袖淸香在(귀래만수청향재)
無數山蜂遠쐃人(무수산봉원진인)
낡은 절 문앞에서 또 봄을 보내니
지는 꽃 비를 따라 옷에 자주 달라붙네
돌아올 때 소매 가득 맑은 향기 남아 있어
무수한 산벌이 멀리까지 따라오네
『성산별곡』등 여러 가사를 낳은 명소 담양 ‘식영정’은 바로 그가 지은 정자다.
지금까지 식영정(息影亭)은 사위인 서하당棲霞堂 김성원(金成遠,1525~1597)이 장인 임억령을 위해 지어드린 것이라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식영정은 석천 임억령이 지었고 서하당도 임억령이 작은 부인과 거주했던 살림집으로 훗날 사위에게 주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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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억령이 1545년 금산군수에서 물러난 뒤 담양을 자주 찾았는데 이때 소쇄옹(瀟灑翁) 양산보((梁山甫, 1503~1557))의 8촌 여동생을 작은 부인으로 맞아 두 딸을 두었다. 이 가운데 큰딸이 김성원의 아내로 석천이 타계한 뒤 서하당에서 거주했다는 것.
이 같은 사실을 논문으로 밝힌 선산 임씨 21세 임남형 옹은 “석천과 환벽당 주인 사촌(沙村) 김윤제(金允悌, 1501~1572)는 같은 눌재 문하로 사촌이 5촌 조카인 김성원을 석천에게 소개했고 제자로 받아들였다가 사위를 삼았다”고 말한다.
임남형 옹은 그 근거로 김수항이 쓴 석천의 행장에 복축취거(卜築聚居)했다는 기록과 ‘송강이 성산별곡을 지어 석천을 찬미했다’는 구절을 들었다.그 행장을 쓴 이유도 김성원의 손자가 와서 부탁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또 창평지 인물편에 보면 1678년에 나온 석천집에 이미 석저촌에 기거했다는 기록도 증거로 제시했다.
담양군 가사면 지곡리 성산(星山)에 있는 식영정은 1560년에 지어진 정자로 전라남도 기념물 제1호다. 정면 두 칸, 측면 세 칸의 팔작지붕 건물이다. 식영정은 송강 정철이 성산별곡 등 여러 가사를 낳은 명소다. 송강 정철도 그의 제자이며 식영정 부근에는 석천·송순·정철 등의 생애와 시문학을 전시하는 사문학관이 있다.
석천의 시는 맑고 곧은 인품답게 청아표일(淸雅飄逸)하다. 석천은 3,000여 수를 창작하여 사후 『석천집』으로 엮어져 오늘날까지 전해 온다. 당시 시인 가운데 가장 많은 작품을 전하고 있다.
『공명은 떨어뜨린 시루와 같고 사람이 모이고 흩어짐은 뜬 구름이다. 내 홀로 산 깊숙이 돌아가노니 서늘한 낙일이 어둠 짓는다』 ‘조령’이란 그의 시.
그는 도량이 넓고 청렴결백하며, 시문을 좋아하여 사장(詞章)에 탁월하였으므로 당시의 현인들이 존경하였으나 이직(吏職)에는 적당하지 않았던 것으로 사신(史臣)들이 평하였다. 전라남도 동복의 도원서원(道源書院), 해남의 해촌사(海村祠)와 식영정 경내 성산사(星山祠) 등에 배향 되었다. 석천의 위패는 원래 해남향교 옆 석천사(石川祠) 모셔져 있었으나 훗날 홍문관 수찬으로 ‘표해록’을 쓴 금남 최부(崔溥, 1454~1504), 전라도 관찰사를 지낸 미암 유희춘(柳希春,1513~1577)과 함께 배향돼 삼현사로 불렸다.1868년 훼철되었다가 1901년 설단, 제향해오다가 귤정 윤구, 고산 윤선도, 취죽한 박백응 등 3위를 추배하여 육현사로 개칭하였다, 이후 해남읍 해리 금강저수지 옆으로 이건하여 해촌사로 편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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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사화 주역 정란위사공신 임백령
임백령(林百齡, 1498~1546)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자는 인순(仁順). 호는 괴마(槐馬)이다. 아버지는 임우형(林遇亨)이고 어머니는 참봉 박자회(朴子回)의 딸 음성박씨(陰城朴氏)이다. 해남에서 출생했으며 형 억령과 함께 눌재 박상(朴祥)에게 공부했다.
1519년 식년문과에 장원 급제하여 상서원 직장에 올랐으며 다시 예문관검열이 되었다가 이듬해에는 홍문관저작으로 전임했다. 1527년 사헌부지평, 홍문관 교리를 역임하고, 영광군수로 나갔다. 1532년(중종 27년) 사헌부로 다시 옮겨 장령, 집의를 지내고, 1537년 승정원 도승지가 되었다. 사헌부대사헌, 한성부좌윤, 공조, 병조, 이조의 참판을 두루 지냈으며 경기도 관찰사을 역임했다.
한성부의 우윤, 좌윤, 네번째로 대사헌, 호조판서로 승진하였다. 1545년 이조판서가 되어 윤원형(尹元衡), 이기(李) 등과 을사사화를 일으켜 윤임(尹任), 유관(柳灌), 유인숙(柳仁淑) 등을 사사시켰다.
이 사건을 주도한 공로로 정난위사공신(定難衛社功臣) 1등에 책록되고 숭선군(崇善君)에 봉해졌으며, 보국숭록대부에까지 올랐다. 임백령은 우찬성의 지위로 사은사에 선발되어 명나라에 갔다가 1546년(명종 1) 귀국 도중 영평부(永平府)에서 병들어 사망하였다.
사화는 '사림의 화'의 준말로 사림파들이 화를 입은 사건들을 말하며 을사사화는 4대 사화 중 하나다. 을사사화에는 외척 간의 갈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외척인 윤원로·윤원형 형제가 조카 경원대군으로 세자를 교체하려 세자의 외숙인 윤임과 충돌했다. 세자였던 인종이 왕위를 계승하여 사림파를 중용했으나 8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에 경원대군이 명종으로 즉위했다. 윤씨 형제는 명종의 보위를 굳힌다는 미명 아래 을사사화를 일으켜 윤임 등을 축출했다. 홍문관과 양사의 사림파가 그 부당성을 지적하고 항의하자 사림파 관원을 파직시키고 윤임 등과 종친인 계림군을 역모로 몰아 죽이고 정권을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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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호를 처음에는 소이(昭夷)라 하였다가, 문정왕후가 좋지 않다고 하여 문충(文忠)으로 시호를 고쳤다. 그는 문장에는 능하였으나 경학에는 밝지 못하였다. 1570년(선조 3) 을사 간당으로 훈작이 삭탈되었다.
임백령의 묘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면에 있었으나 근래 들어 후손들이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부록산으로 이장하였다. 현재 봉분은 물론 문인석, 망주석 등 조선조 중기에 만들어진 석물들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이 석물들은 당시 석물 제작기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물론 석물에 새겨진 조각이 정교하고 섬세해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난위사 공신으로 구림 지남제 구축한 임구령
임구령(林九齡: 1501~1562)의 자는 대년, 호는 월당(月堂)이다. 임우형의 다섯째 아들이다. 을사정난(乙巳靖難)의 공신으로 정난위사(靖亂衛社) 공신 2등에 책록되고 남원 도호부사, 나주목사, 광주목사를 지냈다. 1540년(중종 35)에 군서면 구림 마을에 지남제(指南堤)를 축조해 1,000여 두락의 농토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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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구령이 구림에 터를 잡은 것은 처가인 남포 박씨들이 큰 부를 이루고 살았기 때문이다. 처가의 재산을 물려받은 데다 사업적 수완이 뛰어나 지남제를 촉조해 농토 부족에 시달리는 농촌을 구제하였다.
영암 구림에는 1565년부터 지금까지 대동계가 시행되고 있는데 이 대동계를 조직한 사람이 임구령의 아들 구암처사 임호(林浩,8세), 박규정(朴奎精), 현건(玄健), 박성오(朴成吾) 등이며 대동계의 모임장소가 회사정(會社亭)이다. 회사정은 마을 손님을 영접하는 장소이자 경축일 행사장으로도 사용되었으며 1914년 박규상의 주도로 구림의 독립만세운동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때 불타 주춧돌만 남아 있었던 것을 1986년 복원하였으며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마루형 구조이다.
선산 임씨는 구림에 뿌리를 내린 뒤 영암 지역의 유력한 사족 집단으로 성장했다. 영암 국사암에는 구암처사의 집터라 새겨진 표지석이 남아 있는데 바로 임호의 집이 있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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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사화의 일등공신은 이기와 임백령, 정순붕, 허자이다. 임구령과 윤돈인, 정현 등은 2등 공신이었다. 1556년 정3품 광주목사로 부임하였다가 재임 2년째 되던해 사헌부·사간원의 탄핵과 전라관찰사 박수량의 상소로 파직되었다가 1년후 홍주목사로 부임했다. 1561년 남원에서 민란이 일어나자 남원부사로 부임해 민란을 평정했는데 이듬해 병으로 타계했다. 명종은 어제치제문을 내려 송강 정철이 예조좌랑으로 파견되어 장례를 치렀다. 영암군 군서면 모정마을은 원래 등성이에 바위와 소나무가 있어서 송암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1500년대 임구령이 제방을 축조한 뒤에 쌍취정을 지었는데 너무 호화롭다고 해서 기와지붕에 띠를 엮어 사용하면서 마을 이름도 모정(茅亭)이 되었다고 한다. 쌍취정은 현재 영암군 서호면 엄길리 엄길마을로 옮겨져 있다. 구림 모정마을 주민들은 이 쌍취정을 본래의 위치로의 복원을 추진 중이다.
임구령 부부의 묘가 있는 영암군 서호면 청용리에는 선산 임씨 제실인 영모재(永慕齋)와 월당영당이 있다. 영모재는 13대손 태열(泰烈)이 쓴 중건기가 있으며 사당주변에는 아름드리 은행나무와 모과나무가 오랜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묘는 월당영당 뒤편으로 약 50m 떨어져 있는데 묘비와 장명등, 문인석 등의 석물을 갖추고 있다. 선산임씨 묘역의 하단에 자리한 임구령과 부인 난포 박씨의 묘소에는 2기의 봉분과 1759년(영조 35)에 고쳐 세운 묘비 1기, 상석, 방형의 장명등이 있고, 양편에는 문인석 2기가 서 있다. 묘비는 비 머리와 비 몸이 한 돌로 이루어졌으며, 양 묘소의 중간에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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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비 앞면에는 <유명조선 통정대부 승정원 좌승지 겸 경연 참찬관 행 통덕랑 수성금화사 별제 임공 휘 구령지묘/ 증 숙부인 난포 박씨 부좌(有明朝鮮通政大夫承政院左承旨兼經筵참贊官行通德郞修城禁火司別提林公諱九齡之墓/ 贈淑夫人蘭浦朴氏附左)>라고 세로로 음각한 글씨 4행이 새겨져 있다.
이 무렵 선산 임씨는 전남의 명문으로 꼽히는 가문들과 혼인을 맺었는데 임진왜란의 명장 정운(鄭運,1543~1592), 영상까지 오른 기자헌(奇自獻, 1562~1624) 등이 모두 선산 임씨의 외손 등 호남 일대에 문벌로 부동의 위치를 굳혔다.기자헌은 임백령의 외손으로 좌의정을 지냈으며 인조반정에 불응했다가 처형당했다. 정운은 임우원의 외손자로 1570년(선조 3) 28세로 무과에 급제했다. 1591년 녹도만호(鹿島萬戶)가 되고, 이듬해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이순신(李舜臣) 휘하에서 옥포(玉浦)·당포(唐浦)·한산 등의 여러 해전에서 큰 공을 세우고, 마침내 9월의 부산포해전에서 우부장(右部將)으로 선봉에서 싸우다가 전사했다.
임구령은 정부인에게서 3남 3녀를 두었는데 둘째 사위가 조선중기의 삼당시인 고죽(孤竹) 최경창(崔慶昌, 1539~1583)이다. 큰사위는 반남박씨 박응복, 셋째사위는 백천군수를 지낸 유용이다. 그런데 제주양씨 족보에 보면 양팽손의 셋째 아들 양응정의 셋째 부인이 임구령의 딸로 기록돼 있다. 둘째 사위 유용은 오대통제사 유형의 아버지다. 첫째 사위 박응복은 반천부원군인데 박동망·박동량 두 아들이 문과에 급제했다. 큰아들 박동망은 영흥대부호사를 지냈고 둘째 박동량은 예조좌랑을 지냈는데 기제사초 2권1책을 남겼다. 기재사초는 조선 인조 때의 문신 기재(寄齋) 박동량(朴東亮)의 일기로 임진왜란 전후의 사실을 기록한 것으로 현존하는 유일한 사초(史草)이다. 다섯째 사위는 남양 훙씨 홍수해다. 또 손녀사위가 창령조씨 조기서이며 외증손자가 조행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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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창은 서울에서 태어난 문신이자 시인이다. 처가인 영암 구림에서 성장했다. 영의정을 역임했던 청백리 박순의 문인으로 문과에 급제하여 정6품 북도평사(北道評事)로 임명됐다. 예조·병조의 원외랑(員外)을 거쳐 1575년(선조 8)에 사간원정언에 올랐다. 1555년(명종 10) 17세 때에 을묘왜란으로 왜구를 만나자, 퉁소를 구슬피 불어 왜구들을 향수에 젖게 하여 물리쳤다는 일화가 있다. 저서로 『고죽유고』가 있으며 서화에도 뛰어났다. 최경창은 학문과 문장에 능하여 이이(李珥)·송익필(宋翼弼)·최립(崔?) 등과 무이동(武夷洞)에서 서로 시를 주고받았다. 또한 정철(鄭澈)·서익(徐益) 등과 삼청동에서 교류했다. 당시(唐詩)에 뛰어나 백광훈·이달(李達)과 함께 삼당시인(三唐詩人)으로 불렸다.
최경창은 함경도 경성(鏡城)에 재직할 때 관기 홍랑(洪娘)과의 이야기와 유명하다. 홍랑은 함경도 홍원에서 태어난 기생으로 황진이, 매창과 더불어 조선의 3대 기생으로 손꼽힌다. 최경창이 임기를 마치고 함경도 경성을 떠나 한양으로 올라가자 홍랑은 함경도 경성까지 따라와서 눈물로 이별했다.
“버들가지를 골라 꺾어 임에게 보내오니 주무시는 방의 창가에 심어 두고 보시옵소서. 행여 밤비에 새잎이라도 나면 마치 나를 본 것처럼 여기소서.” 기생 홍랑이 버들가지를 꺾어 최경창에게 이별의 시를 전했다.
홍랑은 한양으로 올라간 최경창이 병석에 누었다는 말을 듣고 국법을 어기면서 한양까지 찾아와 병을 간호했다. 최경창은 함경도로 돌아가는 홍랑에게 작별의 시를 전했다.
“고운 뺨에 눈물지며 한양을 나오는데 이별이 서러워서 꾀꼬리도 우는구나 타관천리로 정든 임을 보내자니 홀로 가시는 길은 풀빛도 아득하다.”
최경창은 홍랑의 도성 출입 문제로 사헌부의 탄핵을 받아 파직됐으나 훗날 선조의 총애를 받아 종3품 종성부사로 임명됐다. 그러나 파격적인 승진이 문제가 되자 정5품 성균관직강으로 좌천되어 한양으로 올라오던 도중 종성객관에서 45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홍랑은 최경창의 무덤이 있는 경기도 파주군 교하로 달려와서 움막을 짓고 3년 동안 시묘를 했다고 한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최경창의 작품을 모아 두었다가 전란이 끝나자 최씨 문중에 전달했다. 최씨 문중에서는 홍랑이 세상을 떠나자 문중 선산에 홍랑을 묻어 주었다.
최경창은 또한 문장(文章)과 서화(書畵)에도 뛰어나 이이, 송익필, 이산해 등과 함께 8문장가(八文章家)로 일컬어졌다. 청백리에 녹선됐고 강진의 서봉서원(瑞峯書院)에 봉향됐다.
조선시대 과거 급제자 많아
선산 임(林)씨는 선산이 본관이지만 영암·해남·강진·무안 등 주로 전남 서남부에 자리 잡아 살아았다. 현재도 전국의 종친 1천 5백여 가구 가운데 8할 이상이 전남 일대에 분포하고 있다. 해남의 선산 임씨는 2015년 현재 황산면, 계곡면, 옥천면, 삼산면 등에 200여 호가 살고 있다.
한편, 6세조 임우리의 후손들은 무안군 몽탄면 당호리 1구, 2구에 40여 호가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집성촌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몇몇 가구만 남아 있다. 임우리의 후손들은 11세 임득의가 5형제를 두어 이들이 크게 번창한다. 임우리 이하 득의의 후손들을 제사하는 제각이 무안군 명산2구 덕산부락 뒷산에 자리하고 있다. 정면 3칸 후면 2칸으로 충의재(忠義齋)란 현판이 걸려 있다. 6.25전에 지어진 건물이 낡아 지붕을 새로 했는데 매년 음력 3월 3일 제사를 모신다. 충의각 입구에는 선산임씨 세장산이란 비석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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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을 선산으로 정하기는 앞에서 기록한 것처럼 시조 임양저가 선산으로 유배를 떠나 그곳에 정착했기 때문이다. 선산임씨 가문에서는 조선시대 많은 과거급제자를 배출했다. 임억령(林億齡, 1496) : 문과(文科), 식년시 병과(丙科) 임백령(林百齡) : 문과(文科) 식년시 갑과(甲科), 임성익(林聖翊, 1594 ) : 문과(文科) 증광시 을과(乙科), 임현(林晛, 1569) : 문과(文科) 알성시 병과(丙科), 임혼(林渾) : 문과(文科) 별시 병과(丙科), 임색(林○, 1532 : 문과(文科) 별시 병과(丙科), 임여성(林汝○, 1592) : 무과(武科) 별시 병과(丙科), 임유해(林有○, 1624) : 무과(武科) 식년시 병과(丙科), 임성준(林聖俊) : 무과(武科) 별시 병과(丙科) 등 두 18명의 과거급제자가 있다. (문과 6명, 무과 3명, 생원 진사시 9명)
근현대 인물로 임기붕 국회의원(20세) 임성균 전 국세청장(23세) 임용주 목포대 총장(21세) 임각수 전 괴산군수(20세), 임영진 전남대교수(22세) 임찬모 전남대교수(22세) 임원식 광주예총회장(22세) 임병록 LG그룹 상무(22세) 임명재(전 영암교육장, 21세) 임상옥 전 주택은행감사(22세) 임배만(서울 아산병원 관리본부장, 23세) 임선철 보사부 서기관(22세) 임학우 전 경찰서장(20세) 등이며 법조계 인사로는 임태유 변호사(20세) 임태성 변호사(20세) 임무영 변호사(22세) 임현 변호사 (22세) 임세준 변호사(23세) 등이며 임혜민 회계사(23세) 등이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역대 전국종친회를 이끌어온 회장은 임완회 임란근 임태정 임동길 임남형 임동연 임동호 임용원 등이다.
한편, 이번 취재의 자문을 맡아주신분 임남형 전 선산임씨대종회장(21세), 임선우 대종회 총무( 21세), 박갑로 영남이순신연구소장 등이다.
글 지형원<문화通 발행인> 임철진<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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