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문화수수께끼> 구례 당몰샘 1천년의 비밀
지리산 계곡 암반에서 흘러나오는 藥水…늘 같은 양의 물이 솟는 名泉
일제강점기 콜레라 유행 때도 사망자 없어 ‘안 죽는 물’로 소문
| 2023. 06.15(목) 09: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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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몰샘의 사각 둘레는 화강암으로 둘러 물이 넘처 흐르도록 해놓았다. 샘 옆에는 “천년고리 감로영천(千年古里 甘露靈泉)”라는 글귀가 눈에 띄는데 ‘천년의 오랜 마을에는 단 이슬 같은 신비한 샘이 있다’는 뜻이다.
쌍산재 홈페이지에는 “음차수자 수개팔순(飮此水者 壽皆八旬)”라고 덧붙였다. 곧 “이 물을 마신 사람은 모두 팔십 이상의 장수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 상사마을은 우리나라의 최고 장수마을로 한때는 100세의 노인이 여러분이었다. 지금도 90세 노인이 논둑을 지날 때 마파람을 일으키고 며느리에게 바늘귀에 실을 끼워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수하시는 분들이 많다.
마을 사람들은 장수의 비결이 당몰샘을 비롯한 마을의 샘물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제강점기 콜레라가 극성을 부렸을 때도 이 마을에서는 콜레라가 발생하지 않아 당몰샘물은 ‘안 죽는 물’이라는 소문이 나서 먼 곳에서 물을 뜨러 오는 사람이 많았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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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몰샘이 있는 상사마을은 지리산의 종골과 큰골을 등에 지고 앉은 지형이다. 마을사람들은 “지리산의 산삼 뿌리를 씻겨 내려온 물”, 또는 “지리산의 약초 뿌리가 녹은 물이 흘러든 샘”이라 말한다. 그만큼 약수로써 특별한 효능을 보인다는 말이다.
실재로 지난 1986년 고려대학교 예방의학팀이 이 당몰샘 수질검사를 했더니 대장균이 한 마리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수질검사를 하게 된 것은 당시 이 마을에 90세가 넘은 노인이 10여 분 계셨기 때문이다. 그 뒤 장수마을로 지정되었다. 당몰샘에는 구례군이 바른환경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지난 3월 8일 자의 수질검사 표가 붙어 있다. 모두가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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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물과 휴웰활수기를 개발한 휴웰사가 당몰샘의 수질을 분석한 자료예 따르면 게르마눔과 아연 칼슘, 마그네슘 등을 다량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질소분이 거의 없어 오래 두어도 이끼가 끼는 일이 전혀 없다. 실제로 당몰샘 주변에는 이끼가 끼지 않아 맑은 물이 그대로 흘러내리는 것을 확인했다.
수질과 관련하여 이런 이야기가 전해온다. 상사마을이 언제 형성되었는지에 관한 기록은 없다. 상사마을 유래비에 따르면 신라 흥덕왕(827년) 때 마을이 형성되었고 해주오씨들이 1524년 남원에서 이거했으며 이후 영천이씨들이 1780년께 순천에서 이거해 세거지를 형성했다. 신라말기 도선 스님이 하사마을 모래밭에 그림을 그려놓고 풍수지리를 논하였다고 하여 사도리라 이름하였다. 윗마을을 상사(上沙), 아랫마을을 하사(下沙)로 불리다가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사도리라고 명칭하였다.
이 마을에 좋은 샘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의성김씨 한 분이 미세한 저울로 전국의 물을 조사하던 중 당몰샘물이 유달리 무겁다는 것을 발견하고 들어와 살게 되었다는 얘기가 전한다. 이후 당몰샘 물로 차를 끓이면 맛이 좋다는 소문도 돌았다. 전국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오거나 멀리 일본에서도 당몰샘물을 맛보러 오기도 했다. 특히 아무리 비가 많이 오고 가물어도 수량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른바 건수(乾水)가 전혀 들지 않는 깊은 샘이라는 것을 증명해 준다. 당몰샘에는 마치 계영배(戒盈杯)처럼 어느 정도 물이 차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도록 물길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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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의 선조는 당몰샘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기 위해 담장을 샘 뒤편으로 물렸다고 한다. 오씨 가문은 출세보다는 산사에 묻혀 한학을 공부하며 풍류를 즐기던 유학자의 집안이었다. 일제강점기 때도 창씨개명을 하지 않는 등 참선비의 모습을 고수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몰이란 무슨 뜻일까? 취재팀은 우선 ‘당몰’이란 지명의 유래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구례문화원을 비롯한 몇 곳에 문의했지만 조사된 기록이 없었다. 오랫동안 향토문화를 연구한 분들에게 문의한 바에 따르면 ‘큰 샘이 있는 마을’ ‘당집이 있던 마을’ ‘정기가 한곳으로 몰리는 곳’이라는 등의 의견이 있었지만 만족할만한 답을 구하지 못했다.
당몰이란 지명은 산앵두나무가 많아서 붙여질 이름
그런데 쌍산재 주인 오경영씨와의 대화에서‘당몰’에 가장 가까운 근거를 찾아냈다. 오경영씨는 쌍산재에서 태어나 젊어서 한때의 바깥 생활을 한 것을 제외하면 생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낸 토박이다.
어렸을 때 마을에 ‘당(棠)나무’ 많았다고 한다. ‘당(棠)’자는 ‘아가위 당’이라고 하는데 팥배나무, 팥배, 산앵두 등으로 표기되어 있다. 해당화(海棠花)의 ‘당’자도 같다. 한자로 산사(山査)나무라고 하는데 이는 열매가 사과맛이 나고 산에서 나는 사과나무라고 해서 산사나무라고 쓰는데 사과(沙果)의 ‘사’자는 ‘모래 사(沙)’를 쓴다.
꽃이나 열매를 보면 사과 맛이 나는 ‘산앵두’가 가장 가깝다. 그러니까 당몰의 유래는 ‘산앵두나무가 많은 마을’이라고 유추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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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 ‘쌍산재’
당몰샘 뒤 담장 안에는 한국판 비밀의 정원으로 불리는 쌍산재가 있다. 쌍산(雙山)이란 해주오씨 오형순(吳炯舜)의 호이다. 현재의 주인 오경영의 고조부이시다.
이곳은 200년 전에 지어진 해주오씨문양공후진사공파 고택으로 크고 작은 15채(90칸)의 살림집과 정자, 서당 등이 어우러져 있는 제5호 전남도 민간정원이다. 두어 해 전에 kbs 1박2일, 배우 윤여정이 출연한 tvN 윤스테이 촬영지로 소문이 나면서 연 수만 명의 관광객의 찾아오는 명소이다.
마당에는 멸종위기 토종식물이 자라고 정원 전체가 넓은 여백의 산수화처럼 아름답다. 대나무 숲을 오르면 왼편에 정자, 위쪽에는 서당이 있고 울 밖으로 나가면 아담한 저수지가 있다.
쌍산재를 거닐면 마치 조선시대의 정원을 걷는 느낌이 든다. 한국에서만 자라는 식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식물인 히어리를 포함해 100여 종의 수목이 있다. 2018년 10월에는 전남도 제5호 민간정원으로 등재돼 전국 31개 민간정원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쌍산재 정원의 총면적은 1만6000m²인데 정자나 서당 등 한옥 9채가 띄엄띄엄 배치돼 여백이 많다. 특히 안채에서 서당으로 향하는 대나무 숲길이 매우 아름답다. 아랫동네로 불리는 대문 오른쪽에는 안채, 바깥채, 사랑채가 있다. 안채는 할머니, 어머니 등 여성들이 주로 생활했던 살림 공간이다.
돌계단을 따라 대나무 숲을 오르면 ‘동백나무 터널’이 있다. 오른쪽에 가정문(嘉貞門)이 나오고 쌍산재에서 가장 깊게 자리한 서당채와 만난다. 서당채 옆에 경암당(絅菴堂)과 작은 연못 청원당(淸遠塘)이 있다. 경암당 바로 옆에 있는 영벽문(暎碧門)은 쌍산재의 정수라고 불린다. 문밖으로 펼쳐진 옥빛 사도저수지와 지리산의 모습이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저수지가 있는 계곡에는 화엄사 종소리가 들려온다고 해 ‘종골’이라 불렸다.
쌍산재는 현재 재정비 중이어서 식사나 민박은 운영하지 않는다. 다만 1만원의 입장료를 내면 커피나 차 한잔을 받아들고 쌍산재를 마음껏 산책할 수 있다. 1천년의 신비를 지닌 당몰샘물로 묵을 축이고 차 한잔 들고 넓은 조선의 정원을 걷는 것은 충만한 행복을 안겨준다.
<문화通 취재팀>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