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 탑사의 역(逆)고드름의 비밀은?
물이 얼어 부피가 커지면서 숨구멍을 통해 치솟아
온도가 급강하면 크고 굵어져… 물담은 그릇·기류·위치 등과 깊은 연관
| 2016. 03.18(금) 10: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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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방 영창에 달아놓아요
각시님 각시님 안녕하세요/ 낮에는 해님이 문안 오시고/
밤에도 달님이 놀러오시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동요 ‘고드름’의 가사다.
초가지붕 처마에 만들어지는 고드름은 숫자는 많지만 크기가 길지 않다. 그러나 기와집이나 슬레이트 지붕 처마에 맺힌 것은 길고 굵었다. 어린 시절 고드름을 따서 칼싸움을 했던 세대들은 이 동요가 흘러나올 때마다 많은 추억에 잠기게 된다. 고향집의 추억과 동네친구, 그리고 골목길 등이 선연히 떠오른다. 초등학교 시절 여선생님이 풍금으로 들려주신 소리는 또 얼마나 정겹던가.
위에서 녹아내리는 물이 얼어 생기는 고드름만 보고 자랐으나 최근에는 아래서부터 위로 생겨나는 고드름이 있어 화제다. 외국에서는 ‘아이스 스파이크’로 불리고 있고 그리 낯선 것이 아니라는데 국내에서는 매우 귀한 현상이다.
지난 겨울 추위에 전북 진안 마이산 탑사에는 이른바 ‘역(逆)고드름’이라는 것이 생겼다. 중력을 거스르고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신기한 모습이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이 마이산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다른 곳에서는 동굴에서 물이 떨어져 내리다 얼어붙어서 위로 솟은 경우가 있다. 그러나 마이산의 역고드름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 돌탑에 놓아둔 정화수 그릇에서 피어올라 신비감을 더한다.
이 정화수 그릇은 주로 스텐래스로 만든 것이다. 물론 플라스틱 용기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 날씨가 추운 날이면 정화수를 바친 100여개의 용기에서 역고드름이 피어올라 장관이다. 해마다 크기는 다르지만 대부분 10~35cm가량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 정화수를 떠놓고 한 해가 무탈하기를 기원한다.
역고드름을 수년째 관찰해온 탑사의 정해스님은 “과학적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즉 지형이라든가, 기류, 그리고 물을 담아놓은 용기나 탑을 이루고 있는 돌 등 여러 가지가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역고드름은 얼음이 얼 때 부피가 늘어난 물이 상대적으로 덜 얼어붙은 숨구멍을 뚫고 조금씩 밀려나와 생성되는 것. 그러나 물을 담아놓은 그릇의 재질이나 위치, 기류, 온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해스님은 “스텐레스 그릇에서만 역고드름이 생긴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플라스틱 용기에서도 생기는 현상은 무엇으로 설명하겠느냐?”고 반문한다. 또 스텐레스 용기처럼 열전도가 빠른 그릇이어야 하고 놓아둔 장소도 돌처럼 차가워서 용기 아래서부터 얼어야 역고드름이 생긴다고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얼음은 분명 물의 표면에서부터 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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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종합해보면 물이 그릇의 가장자리에서부터 얼기 시작해 안쪽으로 얼어들어가는 과정에서 그릇의 아래쪽에서 얼음이 얼면서 숨구멍으로 압력이 밀어 올려지면서 역고드림이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열전도율이 높은 용기나 용기를 놓아 둔 바닥, 그리고 용기를 둘러싸고 흐르는 기류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크기와 굵기 등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역 고드름에 대한 논문은 이미 1921년 발리와 도시라는 과학자들에 의해 발표돼 '발리-도시 이론'이 학계에 소개된 적이 있다. 발리-도시 이론에 따르면 물은 가장자리 즉, 공기와 닿은 표면부터 얼게 되는데 물이 얼면 부피가 커져서 살얼음 아래 있는 물이 가운데로 밀려나게 된다. 이때 가운데 얼지 않은 부분으로 물이 빠져나오고 이 물이 다시 얼게 되면서 역고드름이 조금씩 형성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론은 바닥부터 물이 얼게 되면 물은 서서히 팽창하고 평평했던 수면이 불룩해진다. 수면에는 마지막까지 얼지 않은 작은 구멍이 생기는데, 아래로부터 팽창한 얼음이 이 숨구멍을 통해 10~30분 사이에 하늘로 치솟게 된다는 것이다. 역고드름을 관찰해온 정해스님은 기온이 급히 내려갈 때 역고드름의 크기가 크고 굵어진다고 설명한다.
마이산 탑사의 역고드름은 암마이산과 수마이산, 나도산의 중심으로 옴폭 쌓여 있는 탑사와 은수사, 천황문에서 올라온다. 즉 마이산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계곡의 바람이 산기슭을 타고 들어와 하늘로 치솟는 기운이 있고, 정한수를 올린 곳은 자갈이 깔려 있어 지기(地氣)가 하늘로 밀어 올려 물이 그릇 안에서 돌면서 압력에 의해 위 부분으로 밀어 올리는 현상이다.
또 마이산의 역고드름은 어제오늘 생긴 것이 아니라 이갑룡 처사가 1885년경 이곳에 들어와 탑을 쌓으면서 정한수를 떠놓고 소원을 빌 때부터 발생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120년이 지난 지금도 정한수를 올리고 기도할때 역고드름이 올라오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현재까지 국내에서 역고드름이 발견되는 곳은 덕유산 오수자굴, 경기 연천군, 경원선 폐터널, 충북 제천시 덕산면의 사찰 동굴 등이다. 최근에는 인천 부평구의 한 토굴에서도 역고드름이 발견되었다.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