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근 제3시집 ‘ 벽속의 그리움’
| 2023. 06.13(화) 13: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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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의문의 달’에 이어 2년 만에 발간한 이 시집은 1,2,3,4부로 나눠 1부 달개비꽃 등 19편, 2부 낙수 등 21편, 3부 그대와 나에게 등 20편, 4부 옷을 벗고 등 21편 등 모두 81편의 시를 상재했다.
이남근 시인은 1998년 문학21로 등단하여 ‘바람이 그림자 되어’ (2020)년) ‘의문의 달’ (2021년) 을 출간했으며 이번에 ‘벽속의 그리움’ (2023년) 등의 시집을 냈다.
바람이 부는 날엔/ 바람을 상담해 보렴/
두 팔 벌려 반갑게 맞이하고 / 안부도 묻고/
낮은 자세로 경청해주고/
붉은 피처럼 하얀 피는 /체온이 정상인지/
그 향기로운 살결 속에/ 골다공증이라도 생기면/
내 몸은 허공에 부는 / 바람이 될 테지/
바람 부는 날엔/ 너라도 그 사람에게 가보렴/
‘안부’ 전문이다.
여러 작품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작품이다. 지극히 편안한 마음으로 쓴 시이기에 감상자들에게 시인의 메시지가 그대로 읽혀진다. 세상에 대한 미련이나 연민 같은 것을 모두 떨쳐 버리고 지극히 홀가분한 심정으로 단숨에 써 내렸을 것이다. 특히 ‘내 몸은 허공에 부는 바람이 될 테지, 바름부는 날에 너라도 그 사람에게 가보렴’이라는 결구에서 노시인의 성찰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내가 할 수 없다면 너라도 가보라’는 이 구절에서는 모든 것을 비워낸, 그래서 노욕이라고는 전혀 없는 청정한 마음이 느껴진다. 어찌보면 '벽속의 그리움'이란 제목의 시를 따로 싣지는 않았지만 이 '안부'라는 작품이 보고 싶은 사람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몽땅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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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이 달리는 차도 위에 / 연신 눈은 쌓이다 녹는다/
이런 날에도/ 기다림은 무표정하다/
나무 장작 몇 개피/ 양철 난로에 밀어 넣고/
불씨 살려서/ 추위 녹이는 시간/ 지루함이 눈에 무겁다/
난로 곁에 있어도/ 세상은 얼어 있거나 /참을 수 없는 분노 뿐/
슬픔에 빠져/ 헤어날 수조차 없다/
폐허가 된 가슴에다/ 씨는 모종하고/ 별빛 찬란한 노마드의 꿈/
휘날린 종종걸음이 무디다/
인정 없는 시간이/ 낮달처럼/ 희멀거니 떠 있고/
막연함이/ 습관처럼 대항하고 있다/
옆에도 앞에도 뒤에도/ 일그러진 군상뿐/
어께와 어께 사이로 사방무늬가 되어/
난로의 화력 찾아/ 모여들고 있다.
'근로자 대기소' 전문이다. 그야말로 근로자 대기소에서 앉아 일자리를 기다리다가 그냥 돌아가야 하는 쓸쓸한 풍경을 꾸임 없이 묘사했다. 어쩌면 시인은 일자리가 없어 그냥 돌아가는 쓸쓸한 대기소가 이세상에서 없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노래한 것으로 여겨딘다.
평문을 쓴 백수인 교수는 “이남근 시인은 사물과 사물, 사물과 관념. 관념과 관념의 언어들을 매우 참신하고 자유롭게 결합함으로써 새롭고 기발한 시적 정서를 함유하도록 언어를 직조하는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썼다.
이남근 시안은 장흥출신으로 조선대학교와 전북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영문학박사로 조선대 40년 교수를 지내면서 학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광주문인협회 회원, 조선대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