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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6일(화요일)

<현동칼럼>‘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는 몇 살인가?
2020. 12.24(목) 11:15확대축소
“이제 75세이니,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다. 그렇다고 아직 죽고 싶은 생각은 없다.” 최근 어느 신문칼럼 서두(序頭)다. 요즘같이 해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백세시대’에 70대 중반에 ‘죽어도 --- 나이’를 말하다니! 언론인 홍사중도 ‘78세면 언제 죽어도 별로 이상하지 않은 나이’라고 <늙는다는 것 죽는다는 것> 서두에 썼다. 그가 78세 때(2008년)이다.

사실 수명이 늘어날수록 즐거움만 늘어나는 건 아니다. ‘백세시대’란 돈 못 버는 세월만 늘어나는 ‘백수시대’일 수 있다. 노후대책, 병고, 고민도 늘어난다. 그렇다고 ‘죽어도…나이’를 앞세우는 것은 ‘이제 그만 죽어야지!’같은 자포자기는 아니다. ‘죽어도 아깝지 않을 나이, 죽어도 좋을 나이’를 정해, 마치 ‘시한부 생명이 1년이라면!’하고 묻는 질문이다. 진짜가 아닌 가정이니 비참, 절망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를 쓴 셸리 케이건 교수는 “‘앞으로 1년 또는 2년의 시간 밖에 주어져 있지 않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라. 삶에서 정말로 어떤 것들을 가치 있게 여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시한부 생명을 살다 졸업반 2학기를 마치지 못하고 죽은 예일 대학생을 실례로 든다. “죽어가는 한 학생이 내 강의를 신청했다. 그는 남아있는 동안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학교를 졸업하는 일이라고 결정을 내렸다.”

그런 경우, 우리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고 무얼 실천할 것인가? 언론인 홍사중은 “죽는다는 것을 배우는 것은 사는 법을 배우는 것과 다름없다. 잘 죽기 위해서는 반드시 배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과거를 정리하는 기회가 되는 자서전 쓰기, 움직이며 배우는 도자기 굽기, 꽃꽂이, 서예, 에어로빅, 요리하기, 박물관 순례를 하며 역사 공부하기 등’을 즐겁고 멋진 배움의 구체적인 예로 든다. 인생은 배움이다.

시한부 생명이라면 ‘자서전 쓰기’가 정말로 가치 있는 일 아닐까. 자신을 정리하면서, 후손에게 유산처럼 이름도 남길 수 있고…. 만날 때마다 ‘왕년에…’ 이야기를 드라마처럼 한두 시간씩 펼치는 80대 선배가 계신다. 정확한 기억력으로 마치 기록영화처럼 옛날 현장을 그려낸다. 한 번은 그분께 자서전 쓰기를 권해보았다. ‘포기했다’는 답이 너무 쉽게 나왔다. “잘못한 일이 너무 많아서…거짓말로 덮어 쓸 수도 없고…”가 이유이다.

더이상 권하지 못했다. 나는 자서전을 쓰려고 시도라도 해보았나? 엄청난 기억력도 없고, 확실한 기록도 없다. 무엇보다 주변에 감동을 줄 만한 이야기 거리가 없다. 출판업을 하는 한 후배는 사진 중심으로 자서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앨범사진 중 좋은 사진을 골라, 그 사진에 얽힌 에피소드, 얘깃거리 등을 복기하듯 기록한다. 사진 설명을 길고 자세하게 늘어놓아 사진과 함께 엮는 ‘사진집 자서전’인 셈이다.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잘못한 일도 맘대로 쓸 수 있는 자서전이 있었다. 날마다 쓰는 일기장이다. 난 십수 년간 날마다 일기를 써왔다. 나 혼자 보는 일기장이니 못 쓸 말이 없다. 잘못도 내 자랑도, 세상에 대한 비난, 욕도 자유자재다. 글 쓰다 생각이 막히거나 책을 보다 재미가 없을 땐 1~ 2년 전 일기장을 소설책처럼 넘겨본다. 나만 보는 자서전이다. 마음이 편해지고 위로가 된다.

2020년은 1월부터 12월까지 하루도 코로나19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날이었다. 2021년은 어떤 하루하루일까. 2021년 일기장을 샀다. 제일 크고 좋은 일기장을 골랐다. 2021년 1월 1일 첫 페이지를 열고 붓펜으로 미리 서두를 쓴다. 날마다 주문처럼 외울 화두(話頭)다. ‘이제 77세,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언가?’

김종남 위원 mht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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