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9.22(토) 03:59
문화일반 문학/출판 문화화제 전시 공연 영화 연예 특별기고 예술인동정 이슈
2018년 9월 23일(일요일)

<현동칼럼> 태어난 이유를 꼭 알아야 하는 까닭
2018. 07.30(월) 14:34확대축소
장난끼 많은 친지가 넌센스 퀴즈를 하나 냈다. 폭염을 잊기 위한 심심풀이이다. ‘물은 있고 불은 없다. 백은 있고 흑은 없다. 갓은 있고 상투는 없다. 총각은 있고 처녀는 없다. 이게 무어냐?’ 앞에 내세운 전제가 마치 철학적 잠언처럼 들린다. 혹시 한자(漢字)가 아닐까, 이리저리 꿰어 맞추어 보아도 어림없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것’이라는데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더운 날씨에 머리 썩일 필요 없이 쉬운 방법이 생각났다. 네이버 검색창에 ‘물은 있고 불은 없다’고 썼다. 나머지 문장을 치기도 전에 정답 글이 3개나 뜬다. ‘김치’라는 답이다. 질문이나 답변 날짜가 모두 3년 전이다. 알고 나니 쉬운 듯 보였지만 ‘김치’에 대한 스토리를 이렇게 만들 수도 있구나! 재치 있는 퀴즈를 만든 창의력에 감탄하게 된다.

이제 암기력을 자랑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데 인터넷은 넌센스 퀴즈 아닌 진지한 문제에도 답을 잘할는지 궁금했다. 어려운 철학적 문제를 하나 생각해냈다. ‘사람은 왜 사는가?’ 라고 검색창에 찍어보았다. 예상대로 갖가지 질문과 답들이 쏟아져 나왔다. ‘11살입니다.---’, ‘중학생인데 ---’, ‘무엇 때문에 고통의 연속인 삶을 사느냐?’는 질문 등등, ‘그냥 죽고 싶다.’는 사연도 있었다.

답변은 질문보다 대개 더 길다. 한 문장짜리 답변도 꽤 된다. “부모님께서 당신을 낳으셨으니까요.” “이미 태어났으니, 잘살아보고 싶으니까 사는 거 아닐까요.” “죽지 못해 산다.”는 체념형 답도 있다. 훈계형 답이 제일 많다. “어차피 언제든 죽을 거, 경험해보지 못한 것 경험 다 해보고 죽어야 미련 없이 죽을 것 아니냐.” “산에서 먹고 살아보라, 자식이 풀뿌리 먹고 산다면 그런 질문이 나오겠는가?” “사는 이유를 찾기보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 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라.”

‘태어나는 순간, 망각프로그램을 실행하여 태어나기 전 정보를 까맣게 잊게 만든다.’는 가상현실 <매트릭스>스토리를 인용하며 우리가 살아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설득형 답도 있다. 성인군자의 명구와 잠언을 늘어놓으며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논문형 답은 중언부언 길어진다.

우리는 이미 태어나 버렸는데, 왜 꼭 태어난 이유를 알아야 할까? 사실 태어나지 않았으면 사는 이유 자체가 없다. 사는 이유를 알 필요도 없다. 죽을 운명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사는 이유를 알아야한다. 태어남은 삶의 뿌리이다. 태어난 이유도 모르면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건 뿌리 없는 무궁화 심어놓고 꽃을 피우기 위해 날마다 물주는 일 같다.…

<사람은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톨스토이의 시가 생각난다. 톨스토이는 우리가 태어난 이유를 ‘사랑하기 위해’라고 명확하게 말한다. ‘사랑’이라는 답을 먼저 제목으로 확실하게 밝혀놓고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랑이 무엇인지?’ 역으로 질문해 가며 ‘사랑하는 방법부터 배우라’고 시를 시작한다.

“악기 연주하는 법을 배우듯 / 사랑하는 법도 배워야한다. //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 두려울 것도 더 바랄 것도 없이 / 우리는 세상의 모든 존재와 하나가 된다. // … 가장 중요한 일은 / 나와 인연 맺은 모든 이들을 / 사랑하는 일이다. / 몸이 불편한 이 / 영혼이 가난한 이 / 부유하고 비뚤어진 이 / 버림받은 이 / 오만한 이까지도 / 모두 사랑하라. // … 타인 또한 자기 자신임을 깨닫는 것, /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이란 답은 ‘김치’처럼 쉽게 들리지만, ‘오만한 이 또한 내 자신임을 깨달아야하는’ 어려운 답이다. 퀴즈도 되겠다. ’물도 있고 불도 있다. 백도 있고 흑도 있다. 갓도 있고 상투도 있다. 총각도 있고 처녀도 있다, 이게 무어냐?‘

김종남<언론인>



김종남 위원 mhtong@hanmail.net

이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개)
이 름 비밀번호 이메일
이모티콘
제 목
내 용
김종남 칼럼 주요기사
예상치 못한 역에 내려 본적 있는가 태어난 이유를 꼭 알아야 하는 까닭
'늘 그렇게, 푸른 침묵으로 우리를 지켜주소서… 하루하루가 ‘멈추고 싶은 순간’이 된다
왜 오름을 오르나 여행의 별미는 신비한 이름이다
‘인생열차’ 언제 내릴지 알게 되면….“하루 8시간씩 대하소설 읽는다”
줄지어 서서 기다리며 얻은 ‘입맛’ 비행기 좌석과 ‘글쓰기 감옥’이 닮은 이유
최신 포토뉴스

아시아문화전당 추석…

‘다(多)가치 다 …

올추석은 문화예술로…

국립광주박물관, 한…

특집기사 전라도문화수수께끼
통발굴 전남의 마을 1박 2일
인물 해외통신원 리포트
 2018. 9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29
30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1일 2일 3일 4일 5일
6일 7일 8일 9일 10일
‘다(多)가치 다 같이 다문화 한…
광주비엔날레 기념 우제길 화백의 …
제1회 전국실용·생활음악콩쿠르
"평양에 못갔으니 북한미술이라도 …
2018 원로작가 초대전
딸들에게 버림받은 아버지, 연극…
월출미술인회 회원전 '월출산을 탐…
2018 젊은 안무가 초대전
추석 극장가, 한국형 블록버스트…
제1회 ACC 문화상품 디자인 공…
웰빙 라이프
광주-서울 항공요금 4만 1천원으…
한국공항공사(사장 김석기)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과 함께 23일부…
광주-제주 저가항공 신규 운항 시…
호남권 최초 저비용항공사인 티웨이항공이 4일 오전 7시 TW901편을 시작으로 …
인사말 | 회사개요 | 회원약관 | 개인보호정책 | 청소년보호정책 | 공지사항 | 광고문의 | 기사제보 |

Copyright ⓒ . 제호 : 문화통. 관리자에게 mhtong@hanmail.net for more information

사단법인 광주문화발전소 발행인 겸 편집인 : 지형원 등록번호 : 광주아 00031 등록일자 : 2008년 12월 31일

주소 : [61475] 광주광역시 동구 중앙로 196번길 8 오송빌딩 301호 제보 및 각종문의 : 062-226-5511 FAX : 062-226-1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