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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0일(목요일)

<현동칼럼> '늘 그렇게, 푸른 침묵으로 우리를 지켜주소서’
2018. 07.10(화) 16:19확대축소

“늘 그렇게 / 고요하고 든든한 / 푸른 힘으로 나를 지켜주십시오 // … …// 이름을 불러도 희망이 되고 / 바라만 보아도 위로가 되는 산 / 그 푸른 침묵 속에 / 기도로 열리는 오늘입니다 // 다시 사랑할 힘을 주십시오 < 산을 보며 / 이해인 >”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붙어있는 시구다. 마치 기도문 같다. 덕분에 하루 대 여섯 번씩 승강기를 타고 오르내릴 때마다 기도하듯 읽게 된다.

‘부르기만 해도, 바라보기만 해도,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는 산’, 그런 ‘산’을 우리는 가지고 있는가? 누구나 다 자기 산이 있다. 그 이름을 불러 힘을 얻는다. ‘무등산’은 이름이 많다. “담양에서 보면 무덤덤해서 무덤산, 화순에서 보면 골마다 무당이 많아 무당산, 광주에서 보면 상서로운 돌이 많아 서석산, 선돌산, 무돌산---. 무등(無等)은 무등등(無等等; 등급을 매길 수 없이 높고 높은 부처 같은)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몇 년 전 무등산 무돌길 45km를 걸을 때, 해설사 설명이다.

많은 이름은 그만큼 사랑을 많이 받는다는 증표다. 어느 이름이든 사랑하는 사람 마음이다. 무등산은 8천만 년 전 화산이 폭발하여 생겼다. 그 때 용암이 흘러내리며 만든 주상절리가 1,100m고지 ‘서석대(천연기념물 제465호)’다. 지금은 침묵하는 푸른 산이지만 한 때 불을 뿜었던 붉은산이었다니 더욱 좋아진다. 가슴속에 불타는 열정을 감추고 있는 거인처럼 존경스럽다.

“우리가 무등산이 좋은 것은 / 눈을 감아도 그 동서남북 / 서서 바라보는 자리가 화순인 듯 담양인 듯 / 광주 어디 서서 보아도 크고 넉넉함이며 // 우리가 무등산이 좋은 것은 / 춘하추동 계절없이 넘어선 / 언제나 붉은빛이 푸른빛이고 /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만 자색이 꿈 // 우리가 무등산이 좋은 것은 / 알맞게 높고 알맞게 가난하고 / 그 안에 수많은 장단과 고저 / 역사가 바위 되고 흙이 된 긴 이야기 //---- ---- < 無等山 頌 / 범대순 > ”

‘무등산 시인’ 범대순(1930~2014)은 평생 1천1백번이나 서석대에 올랐다고 <무등산>에 썼다.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20년 넘게 계속해야 다다를 수 있는 숫자이다. 시인의 지독한 무등산 사랑은 101편이나 되는 무등산 시 구절마다 절절하다. 세어보지 않았지만 광주토박이인 나도 무등산을 수 백 번 올랐다. 고교 2년 때는 체력단련 한다고 일요일마다 상봉까지 올라갔었다.

왜 주말마다 산에 오르나? 누구나 다 자기 이유가 있다. ‘일주일동안 활기차게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 몇 년 전 무등산에 왔었던 산악인 엄홍 길대장 말이다. ‘산이 거기 있으니까!’, 조지 맬러리경 명언보다 훨씬 피부에 와 닿는다. 산에서 얻은 활기는 일주일 아니라 일 년도 유효하다. 꼭 상봉에 오르지 않고도 넉넉하고 든든한 푸른 힘이 가슴 가득이 찬다.

천왕봉 인왕봉 지왕봉을 가까이 바라보며 숲과 산마을 길을 걷는다. 도원마을 개망초 우거진 풀밭을 흔들던 바람소리. 평촌마을 여름하늘에 하얀 눈송이처럼 늘어선 설악초, 독수정 가는 길에 줄줄이 나무 백일홍 붉은 꽃무더기, 금곡마을 담장을 덮은 마삭줄 덩굴, 흔들리는 강아지풀까지 …, 지금 걷지 않는데도 귀에 들리듯 마음속에 살아난다.

산이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새벽 10층 아파트 창을 열면 동쪽하늘 가운데 청록색 무등산 상봉이 떠오른다. 가까이 군왕봉 장원봉 향로봉 조대 뒷산 깃대봉이 녹색병풍처럼 둘러친 위로 빛나는 청록색 ‘푸른 침묵’이다.

무등산은 아침마다 빛고을 광주에 첫 햇살을 보내는 태양의 전령이다. 새날을 여는 성자이다. 두 팔을 벌리고 천년 ‘빛고을’에 새벽빛을 뿌린다. 무등을 보며, 기도를 올린다. “늘 그렇게 고요하고 든든한 푸른 침묵으로 우리를 지켜 주소서!”

김종남<언론인>

김종남 위원 mht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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