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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7일(월요일)

향촌 허연 선생 시비 고향 영산포에 건립

'나의 나무' '꽃이 되라시면' 2편 친필로 새겨
영산포 양천허씨 선산에
2018. 07.04(수) 15:56확대축소
허 연 선생 시비 제막 모습
언론인이자 시인, 시조시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폈던 향촌(香邨) 허 연(許 演) 선생이 지난해 연말 머나먼 이국땅 미국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4세. 천수를 누렸다고는 하지만 이국땅에서의 별세는 많은 사람들에게 슬픔을 안겨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생은 36년 전 미국으로 건너간 뒤 늘 고국과 고향친구들을 그리워하다가 부음조차 전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으니 얼마나 아쉬웠을 것인가?

그런데 지난 5월 19일 그가 고향땅을 밟았다. 비록 불귀의 객으로, 나무상자 속의 유해로 고향을 찾았지만 그가 고향으로 돌아오던 날 많은 지인들이 영전을 찾아 악수를 건 낸 것이다. 후배시인 손광은 전 전남대교수, 친구인 서양화가 김영태 선생, 박보융 전 광주MBC편성국장, 박명선 국선도 광주·전남회장 등 평소 그를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뒤늦은(?) 귀향을 반겨주었다.

아름다운 삶을 살았던 사람은 뒷모습도 아름다웠다. 그의 유해가 돌아오던 날 생전의 유언이었던 시비가 세워져 많은 사람들의 슬픔을 달래준 것이다. 앞면은 ‘나의 나무’라는 시가. 뒷면에는 ‘꽃이 되라시면’이라는 두 편의 대표작이 친필로 새겨져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어느 날 내가 떠나거든/ 내 나무를 보시게나/ 살갗이 찢어져도/ 잎 피우던 긴긴 세월/ 바람이 잘날 없기에/ 펄럭여야 했거든/ 더러는 찍히다가/ 가지가 꺾이어도/ 스스로 아물어서/ 열매를 맺었거니/ 꽃이란 눈부시게 피어도/ 한 때 임을 어쩌리/ <나의 나무>
생전의 허연 시인


내가 다시 태어날 때/ 꽃이 되라시면/ 하얀 목련이 되오리다/ 차가운 눈 속에서/ 꽃망울 마다에 / 맑은 사랑 가득 담아/ 바쁜 걸음으로 가오리다/ 후미진 산골/ 바위 그늘에서/ 미적거리는 진달래도/ 낙엽에 덮여있는/붓꽃도 깨워놓고/ 서둘러 가오리다/ 어느 가난한 뜨락에서 건 / 하얀 꽃 연달아 피워/ 매마른 가슴마다에/ 그리움으로/ 채워주고/어둠이 내리거든/ 봉오리 마다/ 촛불이 되어/고은 인연/ 맺어주리다/ 이다음에 꽃이 되라시면/ 그런 한세상 살으오리다 /
<꽃이 되라시면>

실제로 시인은 영산포 양천허씨 문중산 증조부 묘소 아래 큰 소나무 밑에 수목장으로 모셔졌다. 아마도 시인은 수목장을 염두에 두고 ‘ 내가 떠나거든 내 나무를 보시게나’라고 하면서 바람 잘 날 없이 펄럭이고‘ 살았지만 그 또한 어찌할 수 없는 한때의 삶이라고 술회하고 있다.
또 ‘꽃이 되라시면’이란 시에서는 하얀 목련이 되어서 봄을 세상에 봄을 알리고, 메마른 가슴마다 그리움을 채워주고, 아직 만나지 못한 인연이 있다면 맺어주고 싶다고 말해 그가 얼마나 따스하고 아름다운 시인인가를 알게 한다.
수목장 나무


사실 허 연 시인은 2년 전 마지막 시조집 ‘종장을 출간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시집 ’그냥 그렇게 흘러갔으면‘ 시조집 “ 내 혼만은 정녕코’를 펴낸 뒤 4년 만에 내놓은 시조집이다.

종장(終章)
외톨이로 태아난 몸/ 자연 속에 자랏기에/ 선하고 형제 같은/ 벗들이 많았으니/ 한세상/ 이만함도 족하기에/ 즐거움도 얻었어라./ 이 나이 되어서도/ 애 같은 마음 남아/ 고국을 떠나 살며 얽매임이 그리 없어/ 이토록/ 홀가분하게/ 한 생애를 접는 것을/ 더러는 돌부리에/격랑에도 휩쓰리다/ 크고 작은 인연들이/ 힘을 입어 막다른 곳./ 어디로/ 행할지 설레지만 /가물가물 모르는채-/ 아득히 돌아보면/ 꿈일레라/ 가진 것 하나 없이/ 빈손엔 바람 한 줌/ 끝끝내 / 무지갤 쫓던 우를/ <종장>으로 갈음하는 …/

왜 시인은 시집의 제목을 <종장>이라고 하고 그 종장을 시집 마지막 페이지에 실었을까? 시인은 특히 ‘아득히 돌아보면 꿈일레라’ ‘ 빈손엔 바람 한 줌’이라고 말로 인생의 종장을 노래하면서 이승과의 작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시인은 이 시조집에서 나주의 완사천, 친구 백열 김영태 선생(서양화가)과 손동 화백에 대한 찬, 운정 박진동 선생(언론인)에 대한 그리움 등을 빼곡히 담았다. 그가 그리워했던 친구들도 김영태 선생을 말고는 모두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선생은 구진포구 어디쯤으로 친구들을 불러 ‘무등산 막걸리’ 한사발 주고받으며 ‘일배일배부일배(一杯一杯復一杯) 흥에 취해 있을 줄도 모른다.

한편, 이날 시비건립 제막식은 시비건립과 함께 추모비가 함께 세워졌는데 추모비는 광주MBC 방송국장 시절부터 각별히 아꼈던 박보융이 썼다. 그는 추모비에서 “ 나주가 낳은 시인이며 언론인으로 호남을 빛낸 허 연을 기려 후배들의 본을 삼고자 한다.”면서 “ 선생의 시정신과 시의 향기가 오래오래 만대에 전해지기를 기원하면서 추모비를 세운다.”고 썼다.
한편 이날 제막식에는 장남 허걸욱 (66.미국거주)이 선친의 유해를 품에 안고 고향을 찾았으며 지역문단의 후배, 그리고 양천 허씨 문중의 후손들이 참석해 고인의 뜻을 기렸다.

허 연 시인은 호남신문 편집국장, 광주 문화방송국장, 광주시립민속박물관장, 예총 전남지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대문학에 천료 된 뒤 1953년 처녀시집 ‘ 향나무’ 출간을 시작으로 동시집 ‘새싹’ ‘ 시조집 ’불망비‘ 시집 ’얼굴‘ ’산란초‘ ’ 백수가 다 되어도‘ ’그냥 그렇게 흘러갔으면‘ ’내혼만은 정녕코‘ ’종장‘ 등 많은 작품집을 남겼다. 이 같은 활동으로 전라남도 문학상, 현산문화재단 문학부문 특별상, 시조 월드 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슬하에는 걸욱, 민 등 형제와 선히, 윤히, 난히, 경 등 4녀를 두었는데 모두 미국으로 건너가 생활하고 있다. <지형원 발행인>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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