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말의 정자 경렴정(景濂亭)
광산탁씨 세거지 비아 월계리에 경렴정과 탁송정 터
복원추진위 창립… 문헌조사 등 거쳐 모금운동 전개
| 2018. 04.24(화) 09: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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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렴정복원추진위는 고문으로 강원구 한중문화회장, 자문위원에 이종범 한국학호남진흥원장을 추대했으며 위원장에 시인 김종 전 조선대교수, 상임부위원장에 탁인석 전 순천폴리텍대학장, 감사에 기세규 성균관유도회광주본부 교육원장을 선임했다. 이날 선임된 집행부가 중심이 돼 구체적인 기구를 구성키로 했으며 학술조사팀이 구성 되는대로 정확한 문헌조사 등을 거쳐 복원시기와 규모, 예산 등을 확정키로 했다. 소요예산은 1차로 추진위원회와 탁씨 문중이 중심이 되어 모금을 하고 나머지 예산은 광주시나 해당 지자체 등과 협의, 광주의 새로운 문화명소로 복원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경렴정은 고려 말 문인 탁광무(卓光茂, 1330~1410)가 별장(광산구 월계동)에 작은 연못을 파서 연꽃을 심고 못 가운데에 정자를 지어 말년을 지냈다고 하는 정자다.
주인공 탁광무는 본관이 광산, 자가 겸부(謙夫), 호가 경렴정(景濂亭), 시호가 문정(文正)이다. 예조판서, 문하시중을 역임한 정치가이자 학자였으나 신돈(辛旽, ?~1371) 일파의 미움을 받아 유배를 갔다. 이후 광주로 돌아와 자신의 호인 경렴정이란 이름의 정자를 짓고 많은 시를 남겼다.
그는 우탁(禹倬)·이제현(李齊賢)에게 배우고 이색(李穡)·정몽주(鄭夢周)·문익점(文益漸)·이숭인(李崇仁) 등과 폭넓게 교유했다. 정자의 이름은 지어준 사람이 익재(益齋) 이제현(1287~1367)인데 이는 ‘주돈이(濂)를 경모한다(景)’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제현이 탁광무의 정자에 경렴정이란 이름을 붙여준 사실은 탁광무의 문집 <경렴정집>에 ‘경렴정익제소명(景濂亭益齋所名) ’이란 글의 제목을 통해 밝혀놓았다.
또 정도전은 ‘경렴정명후설(景濂亭銘後說)’에서 탁광무가 선생의 광주별장에 연못을 파서 연꽃을 심고 못가운데 흙을쌓아 작은 섬을 만들어 정자를 지었는데 익제가 그 이름을 경렴이라 했다고 썼다. 그리고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어떻게 해야 그 정자에 한 번 올라 겸부(謙夫)와 같이 참여할 것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 글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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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렴정명후설(景濂亭銘後說)
겸부탁선생광무어광주별서(謙夫卓先生光茂於光州別墅) 겸부(謙夫) 탁(卓) 선생 광무(卓光茂)가 광주 별장에
착지종련(鑿池種蓮) 못을 파서 연꽃을 심고,
축토지중위소도(築土池中爲小島) 못 가운데에 흙을 쌓아 작은 섬을 만들어
구정기상(構亭其上) 그 위에 정자를 짓고
일등이락(日登以樂) 날마다 오르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았다.
익재이문충공명기정왈경렴(益齋李文忠公命其亭曰景濂) 익재(益齋) 이 문충공이 그 정자를 경렴(景濂)이라고 이름하였는데,
개취렴계애련지의(蓋取濂溪愛蓮之義) 이는 아마 염계(濂溪)의 연꽃을 사랑하는 뜻을 취하여
욕기경모지야(欲其景慕之也) 그를 경앙(景仰)하고 사모하고자 한 것이리라.
미견기물칙사기인(未見其物則思其人) 대저 그 물건을 보면 그 사람을 생각하고,
사기인칙필어기물치의언(思其人則必於其物致意焉) 그 사람을 생각하면 반드시 그 물건에 마음을 쓰게 된다.
감지심이후지지야(感之深而厚之至也) 이것은 느낌이 깊고 후하기가 지극한 것이다.
- 중략-
문충공지명왈(文忠公之銘曰) 문충공(文忠公)이 명(銘)하기를,
구염위좌(鉤簾危坐) 발 걷고 꿇어앉으니
풍월무변(風月無邊) : 풍월이 가이없네.라고 하였으니,
일구(一句): 이 한 구절은
절단고인공안)(截斷古人公案) 옛사람이 단정한 공적인 안문(案文)이다.
안득일등기정(安得一登其亭) 어떻게 해야 그 정자에 한 번 올라
여겸부동참(與謙夫同參) 겸부(謙夫)와 같이 참여할 것인지 모르겠다.
이밖에도 경렴정과 관련된 많은 시와 기록 등이 남아 있어 경렴정의 위상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그 위치가 어디냐는 것인데 정확한 문헌이 없기 때문에 명쾌하게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당시의 선비들이 남긴 속에 등장하는 정황과 증언 등으로 미루어 지금의 광산구 월계동(구 광산군 비아면 월계리 내촌)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이곳 광산군 비아면 월계리가 광산탁씨 시조 광산군(시호 문성공)을 비롯하여 대대로 광산 탁씨 세거지였고 1950~60년대에 살았던 주민들이 ‘탁정자 터’라고 증언했음에 기인한다.
이 마을에는 2개의 정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마을 앞쪽 낮은 곳에는 ‘경렴정’이, 마을 뒤 언덕의 소나무 숲에는 ‘탁송정(卓松亭)’이 있었다. 탁송정은 탁광무의 아들로 9세인 탁신(1367~1426)이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 향토문화개발협의회가 간행한 광주 첨단기지 문화유적”에도 “광산군 비아면 월계리 407번지 일대는 약 600년 수령의 노거수 푸조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조사 당시 마을주민들은 마을 고샅길 끝에 있는 당산을 귀향나무 당산, 할아버지 당산으로 불렀으며 탁신이 심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향토사학자 이종일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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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광산 탁씨 종회 부회장 탁형채의 증언에서도 귀향나무라고 부른 것은 탁신이 고향으로 돌아와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한 두 그루가 첨단공원으로 이식된 것으로 알려진다.
탁신(卓愼,1367 1426)은 고려 말과 조선 초의 문신으로 탁광무의 아들이다. 공양왕 때 식년문과에 급제하였으나 부모가 연로해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를 잘 모셔 이로 인해 우습유(右拾遺)로 천거되었다. 이후 세종 조에 이조참판, 예조참판 예문관제학, 의정부참판 등에 올랐다. 광산탁씨 대동보 권1에 따르면 탁송정 내에는 어제시(御製詩)와 갑계도대여맹시(甲契圖帶礪盟詩)가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갑계도대여맹시는 이방원이 태종에 오르기 전 탁신을 비롯한 21명의 갑계원들과 뜻을 함께 하기로 맹세한 시라고 알려진다.
또 이곳에 경렴정이 있었을 것이란 또 하나의 이유는 정도전의 이야기에서 유추할 수 있다. 1478년 서거정(徐居正)이 편찬한 동문선 제97권 설편(說遍) ‘경렴정명후설(景濂亭銘後說)’에 삼봉 정도전(1342~1398)의 이야기가 있다.
정도전은 1377년 가을 유배가 풀려 돌아가는 길에 전남 장성의 진원 불태산 취봉사에서 “스님이 멀리 선생 댁을 가리키는데, 하얀 돌 맑은 샘 있는 골짜기가 그윽하군요.”라고 소식을 전하고 ‘경렴정명후설’에서 “어떻게 해야 경렴정에 올라 선생과 동참할 수 있으랴?”고 했다.
정도전은 12년 연상인 탁광무를 존경했다고 한다. 정도전이 말하는 ‘맑은 샘 골짜기’가 월계리 천곡(泉谷) 내촌(內村)마을이다. 비아면의 옛이름이 천곡면이다. 현재 천곡중학교가 있어 지명을 확인할 수 있으며 탐진 최씨들의 무양서원과도 가까운 곳이다.
두 번째 장소인 벽진동(마륵동)설은 내력이 이렇다. 탁씨 시조의 묘는 현재의 광주기상청 자리인 광주시 북구 운암동 봉림산 정상에 있었다, 1990년 이곳에 기상청이 이전하면서 탁씨 문산(門山)인 광주시 서구 마륵동으로 이장하게 되는데 회격묘로 발견되었다. 같은 시기에 광주 첨단지구가 개설되면서 월계리의 탁송정 아래 내촌마을 뒤쪽 언덕에 있던 탁신의 둘째 부인 광주정씨의 묘소도 마륵동으로 이전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운암동 시조묘와 같이 회격묘(灰隔墓)로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회격묘란 관을 구덩이에 넣고 석회를 넣어 다진 묘를 가리키는데 시신이 미라로 남아 있기도 하다.
탁신(9세손)의 묘는 이보다 500여년 앞서 마륵동 선산으로 옮겨졌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80년(1506년), 또는 90년(1516년)으로 알려진다. 원래 탁 신의 묘는 지금의 광주향교 자리에 있었는데 전 광주향교가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지금의 마륵동 산36번지, 36-1, 36-7(당부면 유목동 검암(劍岩)으로 이장한 것이다.
당시 광산 탁씨 문중산은 마륵동 이외에도 만호동과 마륵동 등까지 뻗어 있었으나 포로수용소(현재의 탄약고 자리)가 들어서면서 수용되고 현재는 4천여 평만 남아 있다. 그러나 경렴정 주인 탁광무의 묘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탁씨 문중에 따르면 시조가 있던 봉림산 아래쪽(신안동 쪽)에 있었으나 묘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현재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탁씨의 시조묘가 마륵동에 있다보니 그런 얘기가 나온것.
따라서 경렴정은 여러 정황상 광산 탁씨 세거지였던 광산군 비아면 월계리에 있었음이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현재 이곳은 첨단지구가 개설되면서 보훈병원 일대가 아파트 단지로 바뀌어 연꽃방죽이나 정자를 복원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입장이다. 때문에 광산 탁씨 시조묘가 있는 벽진동 선산에 탁광무의 묘를 설단(設壇)하고 이곳과 가장 가까운 연꽃방죽(운천지 서호)에 경렴정을 복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개진되고 있다.
복원추진위는 정자의 모양은 남도에서 현존하는 정자 가운데 가장 오래된 독수정(담양군 남면 연천리 산 913번지)을 모델로 복원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독수정 역시 고려 말 공민왕대에 북도안무사 겸 병마원수를 지낸 서운(瑞隱) 전신민(全新民)이 세운 것이다. 고려가 멸망하자 두문동 72현과 함께 두 나라를 섬기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이곳에 은거해 시기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독수정은 고종28년(1891)에 후손에 의해 재건된 것이며, 1915년에는 떼지붕을 기와지붕으로 바꿨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정자로 정면 1칸과 후퇴(後退)를 온돌방으로 되어 있다.
한편, 광산 탁씨의 선계(先系)는 중국인이며 광산 탁씨의 시조는 탁지엽(卓之葉)으로 되어 있다. 고려 선종 때 한림학사를 거쳐 태사(太師)에 이르렀다, 장남 탁도민(卓道敏)은 보문각 대제학과 좌정승을 지냈으며 차남 탁도집(卓道集)은 이부상서를 역임하여 크게 가문을 중흥시켰다.
탁도민의 아들 탁원광(卓元光)은 선종의 부마가 되어 광성군(光城君)에 봉해졌으며 손자 탁종성(卓宗成)은 신종 때 보문각 대제학을 역임하고 해양군(海陽君)에 추봉되었다. 탁종성의 증손인 탁광무(卓光茂)는 공민왕 때 좌간의대부를 거쳐 예의판서에 올랐다. 그리고 탁광무의 아들 탁신(卓愼)이 조선 태종 때 예조참판과 이조참판 등을 지내고 예문관제학을 거쳐 의정부참찬에 올랐다.<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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