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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3일(일요일)

<현동칼럼>‘인생열차’ 언제 내릴지 알게 되면….
2018. 04.17(화) 10:35확대축소

‘SRT654’를 타기위해 광주송정역에 갔다. 출발시간이 40여분이나 남았다. 열차는 1분도 어김없이 칼같이 떠나기 때문에 서둘렀더니 너무 일찍 왔다. 덕분에 느긋하게 대합실에 앉아 TV도 보고 벽에 걸린 광고도 본다. 역에는 여기저기 시계가 많다. 숫자가 반짝이는 디지털시계들이다. 디지털시대에는 4차원인 시간도 점과 숫자로 변한다. 시침분침이 시간을 그리는 아날로그시대에는 시간이 느릿느릿 가더니, 디지털시대에는 시간도 숫자로 변해 번쩍번쩍 가는 것 같다.

철로 옆 플랫폼 바닥에 몇 호 차가 멎는지 숫자가 새겨져 있다. ‘6호차’표지에 줄서 기다리다, 6A좌석을 찾아 앉자마자 열차는 바로 움직인다. 달리는 차창 밖은 봄이 한창이다. 만개한 싸리 살구 진달래, 연초록 신록이 가득한 산과 들판이 파노라마처럼 흐른다.

“창밖은 오월인데 / 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 /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 // 라일락향기 짙어 가는데 / 너는 아직 모르나 보다. / 잎사귀 모양이 심장인 것을 // 크리스탈 같은 美라 하지만 / 정열보다 높은 기쁨이라 하지만 / 수학은 아무래도 수녀원장… <창밖은 오월인데 / 피천득>”

시인 피천득은 ‘미적분을 풀고 있는 너’에게 창밖을 보라고 말한다. ‘라일락 잎사귀 모양이 심장(하트)인 것’도 모르느냐고 묻는다. 수학을 ‘크리스탈 같은 美’, ‘정열보다 높은 기쁨’이라고 말한 사람은 수학선생님일까. 숫자와 기호는 수학의 언어다, 고교시절 말이 별로 필요 없는 수학을 좋아했었다. 긴말로 해야 하는 영어를 잘못하는 대신이었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고 <어린왕자/생텍쥐페리>는 말한다. 수지타산부터 따지는 어른은 숫자로 얘기해야 관심을 기울이고 기억한다.
“소혹성 B 612를 떠난 어린왕자는 4번째별에서 상인을 만난다. 상인은 산보도 하지 않고, 별을 세고 있다. 5억162만2천731개의 별을 다이아몬드처럼 세고 다시 센다. 어린왕자는 ‘그걸로 무얼 해요?’라고 묻는다. ‘부자가 되는 거지…. 별을 세고 다시 세는 거야. 그리고 조그만 종이위에 내별 숫자를 쓰고 그 종이를 서랍 속에 넣고 잠근단 말야. 그것뿐이지!’ ”

숫자는 의미가 없다. 가리키는 대상이 있어야 의미가 생긴다. ‘654’도 ‘SRT’가 앞에 붙어야 ‘수서행 광주송정역 8시 39분발 열차’라는 의미가 생긴다. ‘612’도 ‘소혹성B’가 붙어야 어린왕자가 살고 있는 조그만 별이 된다. 그러나 모두가 아닌, 나에게만 의미 있는 숫자가 있다. 통장에 기록된 돈 숫자, 수집해놓은 만년필 숫자, 신발장에 있는 신발 숫자…. ‘의미 있는 내 숫자’중 변하지 않는 숫자가 있다. 태어난 생년월시, 사주(四柱)다.

사주명리(四柱命理)를 믿는 사람은 그 숫자로 길흉화복을 점쳐보기도 한다. 태어난 생년월시 사주에 죽는 날짜 사주도 들어있을까? 항시 궁금하다. 시한부생명 암환자에게도 그 시한을 알리는 게 좋다는 게 요즘 추세다. 그래서인지 시한부 인생을 그린 드라마가 많아졌다. 죽는 날짜를 알게 되어 지금 삶을 훨씬 삶답게 사는 이야기이다. ‘죽는 그날의 내가 되어, 오늘 이 삶을 따뜻한 눈으로 보라’는 잠언(이성복시인)이 생각난다. 바로 그 순간부터 하루하루를 덤이나 선물처럼 느끼며 최소한 몇 개월 전부터라도 인생열차에서 내릴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조물주는 인생열차에서 우리가 언제 내려야하는지 하차시간을 알려주지 않는다. 다행히 SRT는 도착시간이 정해져있다. 5분 전, 내릴 준비를 한다. 열차는 1분도 어김없이 수서역에 도착했다.

김종남<언론인>

김종남 위원 mht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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