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웅컬렉션 '오일 -ZERO의 외침'
5월 27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 2018. 03.31(토) 11: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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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하정웅미술관 개관 1주년이자, 재일미술가 오일 작고 3주기를 기념하여 마련되었다. 전시는 회고전 형식으로 광주시립미술관과 수림문화재단에 소장된 하정웅컬렉션 300여점 중, 주요작품 80여점을 선별하였으며 오일 작가의 생애와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아카이브 자료를 함께 선보인다.
오일(1939~2014)은 일본 히로시마 태생이다. 원폭투하 당시 다행스럽게 온가족이 살아남아 한국으로 피난하여 1950년까지 경남 거창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이후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지만 12세에 가출하여 후쿠오카 탄광, 교토의 염색가게, 고철회사, 빠찡코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힘든 청소년기를 지냈다.
1958년 도쿄로 이주하고, 화가가 되기 위해 통신교육으로 만화와 삽화그리기를 익혀 조선신문사에 근무하며 정치만화를 그린다. 그러던 중 유화를 접하게 되고 자유미술전에 출품하여 입선하면서 화가의 길에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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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조총련 계열의 ‘재일본조선문학예술가동맹미술부’(문예동)에 소속되어 활동하며 1961년부터 일본 앙데팡당전(1961-1968), 자유미술전(1962-2014), 재일조선청년전(1964-1966), 평화미술전(1964-1968) 출품, 수차례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의욕적인 활동을 보인다.
오일은 이십 대에 정신질환에 걸려 20년 동안 치료 받았고, 자이니치(在日)로서 사회적 차별과 가난 속에서도 1962년부터 2004년까지 35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을 정도로 왕성하게 작업했으며,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붓을 놓지 않으며 예술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오일은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조국의 정치상황에 대한 비판적 시각, 복잡다단한 인간사, 20세기 야만의 시대를 향한 울분과 분노, 자연의 신비와 우주의 원리 등을 테마로 작업을 전개해 나갔다. 그는 젊은 시절 민족과 조국의 통일을 위해 예술적 신념을 불태웠다면, 점차 예술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찾고 실천하고자 예술관을 확장해 나갔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일의 작품세계를 주제별로 ‘망향’, ‘인간-미완에서 미완으로’, ‘미칠 것만 같은 계절’, ‘무한의 수수께끼’로 분류하여 오일 회화의 전모를 조망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오일의 회화의 특징은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단순하고 밝고 거침없다. 분출하는 감정과 영혼의 소리를 거침없이 쏟아 낸듯한 직관적 붓터치와 대담한 표현력은 그가 정열적이고 감각적이었으며,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반면 오일이 자이니치(在日)로서 겪은 20세기 역사의 태풍은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휘젓고 산산이 깨뜨려버릴 정도로 사나웠다. 오일은 자신의 생을 장악하고 있던 고통의 20세기를 ‘어떻게 할 수 없는 미칠 것만 같은 계절’이라 칭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계절은 지나간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는 세상에 대한 치열한 응시와 시대와 민족, 자기 자신에 대한 바른 인식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생과 싸우며 암울한 현실을 극복해 나가고자 하였다.
전시를 기획한 광주시립미술관 김희랑 분관장은 “오일은 처절하리만큼 험난한 인생 역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 미칠 것 같이 괴롭고도 힘든 현실을 극복할 수 있었던 버팀목은 예술이었다. 그에게 창작활동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어둠의 터널 속에서 한줄기 빛과 같이 자신을 지탱해주는 삶의 동력이었다”고 전시서문에서 밝혔다.
○광주시립미술관 조진호 관장은 “재일작가의 작품세계는 20세기 비극적 역사의 기록이자 증언이다. 하정웅 명예관장의 재일미술의 수집과 국내로의 기증은 자칫 역사 속으로 묻힐 뻔한 재일미술을 보존하고 연구할 수 있게 한 의미 있는 활동이다. 앞으로 광주시립미술관은 재일미술의 지속적인 전시 및 연구를 통해 그들의 가치를 재조명해 나갈 것이다”고 말하였다.
개막식은 4월 3일오후 5시에 열릴 예정이고, 개막식에 앞서 오후 4시 30분부터 작가 오일의 삶과 예술세계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サラムとの出会い(사람과 만남, 複田 孝 후쿠다 다카시, 1980년)> 상영회가 개최 될 예정이다.
또한 전시연계프로그램으로 관람객들이 초상화를 그리고 전시하는 ‘나, 너, 우리의 초상화 그리기(상설)’, 미술치료전문가와 함께 하는 ‘초상화로 마음 읽기(전시기간 중 2회)’ 등이 진행된다.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