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임종호의 '익숙한 것들에 대한 상상'
24일~30일까지 예술의 거리 무등갤러리
| 2016. 11.24(목) 15:04 |   |
|
작가의 여덟 번째 작품전인 이번 개인전에는 ‘익숙한 것들에 대한 상상’을 중심으로 즐겨그리는 인물과 꽃, 정물화 등을 선보인다. 그는 이런 대상들이 매우 익숙한 것들이지만 작품마다 '집중탐구'의 흔적이 드러난다. 가까운 것들이라 하여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은 진지함이 묻어난다.
화가라는 이름으로 힘들게 젊음을 건너온 작가는 요즘, 체념이라는 것을 배운 것 같다. 작가 스스로의 표현을 빌자면 ‘가공되지 않은 날것과 날것에 상상의 입히는 일’을 자신의 숙제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불평보다는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 지나간 세월을 반추하고 꽃과 정물, 인물 하나하나에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하면서 화폭을 메웠다, 그러니까 같은 장미꽃이라도 전혀 의미가 다르다. 어떤 장미는 초등학교 친구가 선물한 것이지만 어떤 장미는 화실을 드나드는 중년의 선물이기도 하다.
그는 팸플릿 앞쪽에 초등학교 때의 단발머리 친구가 보내온 글을 실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던 작가에 대한 상념을 실었는데 ‘ 햇볕줍던 아이들이 물가로 다가오니 / 지느러미 감춘 물살/ 수초속으로 숨어들어/ 첨벙하며 뛰어든 햇살/, 뽀얗게 씻은 속살 물위에 띄운다’ 고 썼다, 어린시절 물가에서 뛰어놀던 머슴아와 가시내의 싱그런 이야기 속에 ‘돌아가고 싶은 상상’이 느껴진다.
임종호는 경기도 안성출신으로 만학으로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광주에 정착해 전업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작업초기부터 탄탄한 데생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수채화 공모전 특선작 등은 전형적인 아카데미즘에 충실한 사실주의 회화였다. 2000년대로 접어들어 추상적 세계로 변화를 시도했다. 이후 표현주의적 풍경과 장식적 회화로 바뀌게 된다. 특히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두차례나 특선을 차지하면서 화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 그는 검정색을 주조로 한 단순하고 명료한 형태의 회화에 천착했다.검정색 나무와 이파리, 그리고 백색의 두루미 등 극명한 색의 대비를 통해 다소 철학적인 화면을 전개하였다. 이후 검은색이 서서히 빠지면서 회색톤의 모노크롬 회화로 변화되었고 여기에 작고 강한 원색들이 일부 등장하면서 작품세계의 변화를 예고하게 된다.단순한 형태미, 평면성, 화려한 원색의 구성 등은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의 후기 작업인 색종이를 사용한 작업들을 떠올리게 한다. 처음에는 꽃과 나비가 등장하는 정원의 풍경이 전개되고 여기에 동물이 나타나고 꽃과 동물과 인간이 어우러진 독자적인 조형어법을 구사하기에 이른다.
|
임종호의 이상향은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더불어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한 세상이다. 세상만물이 한데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지만 짐짓 작가의 현실은 그곳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어 화면은 더욱 화려하게 전개된다. 그늘이나 어두운 구석이라고는 없는 화면 전체가 밝고 맑은 색채의 향연으로 출렁이는 그의 작품은 빛과 색채가 만들어내는 조형의 마술과도 같다. 다양한 색깔과 모양을 가진 꽃과 나무들, 또 동물과 인간을 등장시켜 조화와 화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는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화면과 색채에서 보다 단순화된 경향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음이 보인다. 성숙한 시인이 시어를 아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임종호는 내향적 화가답게 많은 그룹전에 참여하지 않고 상형전과 토요일에 만나는 누드크로키회(토만사)에 참여하면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