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스텐레스에 따스함을 채우다"
최향 작가의 '파꽃 세상 밖으로'전
20일~29일까지 예술의 거리 아트타운 갤러리
| 2016. 04.16(토) 14: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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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꽃 세상 밖으로’를 테마로 한 이번 작품전에는 ‘파꽃 일기’ 시리즈와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스텐레스 조각 작품인 ‘파꽃, 세상 밖으로’ 시리즈가 첫 선을 보인다.
그가 평생 소재인 파꽃을 조각으로 창작해낸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실 그는 오랫동안 파꽃을 집중탐구 해왔고 ‘파꽃 일기’ 시리즈에서도 부조를 연상시키는 조형작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기존 작업에서도 캔버스에 모래를 흩뿌려놓은 것 같은 거친 질감을 드러내 부조를 연상시키는 회화작업을 계속해왔다. 이번 ‘파꽃 세상 박으로’는 거칠고 차가운 스텐레스 이미지에 아름다운 색을 덧입혀 유화보다 더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을 살려내는데 성공했다. 마치 아름다운 연인으로 받은 키스의 숨결이라도 머금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잘 알려진 대로 최향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아홉 번의 전시회를 가질때까지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젊은 시절 스스로 ‘초월적 추상’이라고 이름붙인 자기의 세계 안에 굳게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특이한 기호나 문양 같은 것이 있는 화면에서 점차 형태를 무너뜨리던 작가는 어느날 갑자기 ‘파꽃’이라는 소재의 그림을 들고 나타났다. 그림이 잘 되지 않아 무작정 시골길로 떠났다가 이제 막 생명을 다하고 생을 마감하려는 양파꽃과 만난 것이다. 일부러 가꾼 양파꽃도 아니고 겨울들판에 버려진 양파꽃에서 50대 후반의 여류작가는 일종의 동류의식을 가졌을 수도 있다.
최향은 그날 이후 오랫동안 좋아하는 블루와 옐로우, 그린의 회화적 변주를 시작한 것이다. 차가운 따뜻한 이르는 화려한 색채의 스펙트럼을 만들어 냈다. 모래를 흩뿌려놓은 것 같았던 질감도 더욱 발전시켜 부조를 연상시키는 회화로 변신했다. 파꽃의 질감을 표현하는 독특한 기법을 특허까지 받아냈다. 은박지를 구긴 것으로 물감 덩어리를 찍어낸 것 같기도 하고, 서예가들이 뼈대의 글씨를 쓰기 위해 사용하는 장닭털 붓으로 거친 터치감을 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향의 파꽃은 화려하지만 군더더기가 없다. 빼어난 기교나 꾸밈도 없어 순수하고 소박하다. 소재자체가 단순한 데다 다른 것들과 섞이지 않고 피어 있어 소박미의 극치를 이룬다.
‘파꽃송이’는 보는 시각에 따라 하트, 원, 모스크의 첨탑 등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핑크, 바이올렛, 울트라머린, 네이비블루, 연두, 노랑, 자주, 연분홍, 크롬옐로, 에머럴드 그린 같은 원색들과 다양한 색채의 향연을 통해 환상적인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작가는 26회 화랑미술제에 이어 서울 진화랑 초대전을 성공적으로 마감함으로써 좋든 싫든 파꽃 작가라는 닉네임을 얻게 되었다. 작가 스스로도 파꽃은 자신의 분신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북 익산출신으로 브라질 쌍파울로 예술원 초대 출품(브라질 녹색미술관), 뉴욕 한국 현대미술 초대작가전(뉴욕), 일본 쿄토 국제미술교류회 초대전(일본 교토), 1996년 전국 여류작가 초대전(광주시립미술관), 헝가리 기오르 비엔날레 한국전 출품(헝가리), 일본 동경 현대작가 초대전(동경), 스위스 쮜리히 NEW ART Fair 2001(스위스), 서울 진화랑 초대전, 프랑스 파리 퐁데자르 갤러리 초대전 등 비중있는 전시회에 참여한 바 있다.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