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한 墨妙의 멋' 학정 이돈흥 고희전
28일~2월 3일까지 유스퀘어 금호갤러리
| 2016. 01.26(화) 10: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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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인생 50년 기념전이기도 하는 이번 전시회에는 일생의 대표작들을 엄선해 선보인다. 서예5체를 비롯해 이른바 학정체로 불리는 독특한 행서체와 한글, 그리고 여기로 그리는 문인화와 아크릴 회화까지 내어걸고 이 세상에 함께 해온 많은 지인과 예술인, 시민들과 교유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학정은 송곡(松谷) 안규동(安圭東) 문하에서 서법을 익히고 아산(雅山) 조방원(趙邦元) 문하에서 문인화를 배우고 석촌(石村) 윤정복(尹丁鍑)으로부터 사서삼경의 깊은 뜻을 전수받았다. 그래도 부족하여 선배들의 서실을 오가고 중국 각지의 갑골(胛骨)과 비첩(碑帖)을 익혔다.
그리하여 한없이 자유롭되 결코 고법을 떠나지 않은 이른바 학정체(鶴亭體)를 창신한 것이다. 학정체는 육조체의 근간위에 금석문을 접목한 행초의 근간이 되는 서체다. 학정 이돈흥의 서예술 특질은 견고함과 단아(端雅)함에 있다. 또한 일필(一筆)의 리듬감에서 오는 낭만적인 품격과 질탕한 아름다움도 빠뜨릴 수 는 특질이다.
학정의 서예술이 지극히 자유분방하되 견고·단아의 품격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은 ‘수(守) 파(破) 리(離)’라는 예술에 대한 확고한 철학 때문이다. 고법을 지키되 파괴할 줄 알아야 하고, 고법을 떠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공자가 ‘칠십이종심소욕 불유구(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라고 했듯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까지를 마음깊이 새기고 있다.
학정 이돈흥은 서예술이 기교가 아니라 조형성을 충분히 갖춰야 하는 심화(心畵)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그리고 시중화(詩中畵), 화중시(畵中詩)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다. 이는 그가 오늘날 이룩한 서예가로서의 성과가 단순히 글씨를 잘 쓰는데 있지 않고 글씨와 그림과 그것의 바탕이 되는 시문학까지를 깊이 섭렵했기 때문이다.
학정이 태어난 호남은 추사 김정희와 원교 이광사의 필맥이 상호교차하고 삼투되어 이상적인 결과를 낳은 지역이다. 여기에 창암 이삼만의 서맥까지 보태져 동국진체라는 한국적 서체를 창안한 곳이기도 하다. 학정은 이러한 서맥의 바탕위에서 고첩연구를 통해 파생결구를 시도하고 미산의 ‘작대기 산수’ 처럼 획과 점을 떼어내버린 무기교의 기교를 터득하였다.
학정 이돈흥은 서예5체를 두루 섭렵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유달리 행초(行草)를 좋아한다. 이는 행초가 의도적이지 않고 순수한 그 대로를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스승인 송곡과 그의 스승 설주선생이 추사바람을 외면하고 동국진체를 취해 예서체보다 행초를 쓴 것은 마음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서예는 선과 같이 자유롭게 운용되어서는 안 되고 천근의 무게가 있어야 한다.”는 추사의 주장을 잊지는 않는다. 학정의 작품 가운데 일부는 그 호처럼 학(鶴)이 정자에서 노니는 것 같기도 하지만 결코 무너뜨릴 수 없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행초는 자유분방한 필세와 다양한 변화, 종횡으로 질탕한 운미와 품격이 특징이다. 중국의 유명서예가 유정성(劉正成)은 이러한 학정의 행초에 대해 “선기가 넘치는데 구속은 없다. 강함과 유함, 철학과 시심의 융합되어 천진난만함과 유머스러함, 풍류와 호방스러움을 더한다.”고 평하고 있다.
학정 이돈흥은 20살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송곡문하에 들었다. 아홉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혼자서 글씨를 쓴 아들을 위해 좋은 스승을 만나게 한 것이다. 학정은 언젠가 자신을 회고하는 글에서 “어머니는 늘 마음의 달이 되어 어둔 가슴속을 밝혀주었다. 나는 붓을 잡으면 언제나 가슴에 묻어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듯 임서하였다.”고 술회한 바 있다.
학정 이돈흥은 자신의 서예술을 연마시키면서 후학 양성이라는 큰 뜻을 실천하였다. 문하생들로 구성된 연우회, 지선묵연회, 향덕서회를 이끌어 왔으며 1982년부터 매년 한글날 전국학생서예작품공모전을 개최하여 서예인구 저변확대에 기여해 왔다.
학정의 문하생 가운데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만도 이십 여 명에 이르며 시·도전 심사위원, 초대작가도 수없이 많다. 아울러 스승에 대한 숭모정신으로 송곡 기적비를 세웠고 1990년부터는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한국서예의 국제화와 서예 종주국의 분방하고 개성 넘치는 필법을 한국서예 접목하는데도 크게 기여하였다. 특히 학정은 한국의 일부서단에서 현대서예라는 이름으로 획과 점으로 분석하여 도형화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추상화의 길을 걸을 때도 ‘자유로워지되 법을 떠나지는 않는다.’는 예술철학을 실천하였다.
그가 평소 제자들에게 들려주는 가르침은 “서예를 기(技)로만 보지 말고 예와 함께 기를 읽혀 예(藝)를 도(道)의 경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과 “자신의 정신세계를 선(線)으로 태세(太細)를 조절하여 어떻게 결구하고 장법에 맞게 배치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정의 서예술은 60대 이후 필선에 살이 오르고 리듬감이 더해지면서 작의와 운필의 조형적인 하모니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제 고희로 접어든 그의 서예술의 변화가 자못 기대되는 끊엄없이 변화를 추구해온 삶의 궤적이 있기 때문이다.
고희연은 오픈 당일 오후 6시 라페스타 웨딩홀 연회장이다.
문의: 360-8473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