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창무극 무형문화재 ' 공옥진 여사 별세
창무극으로 카네기홀에 섰던 '예인' 추모
| 2012. 07.09(월) 11: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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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여사는 지난 199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투병 중이었다.
고인은 우리의 전통에술인 소리와 춤, 극을 하나로 묶은 ‘1인 창무극’으로 단독으로 미국 카네기 홀에 섰고 런던 페스티벌에 한국대표로 참가하는 등 한 시대를 풍미한 특별한 예인(藝人)이다. 좌절이 있을 때마다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새로운 예술을 창조했다. ‘병신춤’이 장애인들의 저항에 부딪히자 ‘동물춤’을 만들었고 노년에는 ‘환자춤’이란 새로운 춤으로 도전하기도 했다.
공옥진은 전남 승주출신으로 국악가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판소리 명창 공대일씨이고 할아버지 역시 명창으로 이름난 공창식이다. 때문에 공옥진은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부터 장고와 북소리를 들으며 귀장단을 익혔다.
아버지로부터 단가 ‘전국 명산’과 ‘옥루사창’을 배웠으며 춘향가도 간간히 익혔다. 그러다가 1937년 한국을 방문 중이던 세계적인 발레리나 최승희(1911~1967)의 광주를 방문을 계기로 그녀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갔다. 7년 동안 무용을 배우기 위해 잡일과 아이를 돌보았으나 춤을 배우지 못하고 해방과 함께 광주로 돌아왔으나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고 각설이패들과 생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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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두 번의 각설이패 생활을 하게 되는데 각설이패에는 신체장애자들이 모여 있었다. 앉은뱅이, 곱사등이, 절름발이, 언챙이 등과 살면서 병신춤을 연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영광에 산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심청가와 흥부가를 배운다. 17살이 되던 1948년 군산, 정읍 등의 명창대회에서 1등을 한 뒤 ‘광주성악연구회’와 ‘조선창극단’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 무렵 공옥진은 부친으로부터 판소리를 배우면서 권번에 나가 춤, 민요 등을 두루 배웠다. 또한 임방울, 김연수, 박록주 등을 사사했다.
공옥진은 심청가와 흥보가를 공대일과 김연수에게 배웠고 수궁가 ‘용궁 들어가는 대목부터 토끼 배 가르는 대목’까지는 임방울에게서 배웠다. 임방울은 공옥진을 자주 무대에 세웠다. 공옥진은 임방울 창극단에서 곱사춤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때 춤은 주변의 장애자들을 흉내만 낸 것이다. 그의 창극은 계면조 가락과 애원성이 주를 이루며 슬픔과 한의 정서를 토해냄으로써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
공옥진은 1963년 (33세)에 영광으로 돌아가 ‘옥진관’이라는 요정을 차리고 북이나 장고, 토막 소리를 가르치기도 했다. 또 공옥진국악단을 조직해 소리와 춤에 재주 있는 기녀, 장고잽이, 공대일 문하생 37명이 함께 ‘심청전’과 ‘장화홍련전’으로 순회공연을 했다.
이후 1968년부터 1977년까지는 ‘1인 창무극’ 넘어가는 시기로 1인 창무극의 기본적인 구성요소와 기틀을 마련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그녀는 1968년 재일교포 광복기념 경축행사 초청 공연에서 곱사춤을 췄는데 병신춤이 흉내 내기가 아닌 독창적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공옥진국악단 활동을 계속하면서 빈민, 장애자들에게 음식과 공연을 무료로 해주다보니 창극단을 해산하게 된다. 공옥진은 지친 심신을 이끌고 사미니계를 받아 비구니 생활을 하기도 했다.
1977년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본격적인 1인 창무극 활동기이다. 1977년 당시 민속춤을 조사하던 정병호에 의해 공옥진의 춤은 서울에서 소개된다. 전통무용연구회와 공간사가 공동주최한 ‘전통무용의 밤’에서 병신춤 57가지를 선보인 공연을 성공했다. 이어 광주에서도 ‘병신춤 발표회’를 계획했다가 장애자들의 항의로 공연을 계속할 수 없게 되자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 뒤로는 1인 창무극 ‘심청가’ ‘흥보전’을 발표하고 1979년 ‘명무전’에서는 ‘허튼춤’을 공연했다. 바닷가와 산을 오가며 생계를 유지하던 공옥진은 1980년대에 들어 ‘동물춤’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됐다. 병신춤이 장애인들로부터 비난을 받게 되자 병신춤은 접고 동물춤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공옥진은 또 배창호 감독 영화 ‘꼬방동네 사람들’에 출연, 병신춤을 선보인 뒤 300여회 공연을 가질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다.
1982년 영광예술원을 개원해 제자들을 양성하던 그녀는 담석으로 인해 1985년 이후 7년여 간 무대를 떠났다가 1993년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뉴질랜드, 대만 등 세계각지 순회공연을 가졌고 1995년에는 미국 카네기홀에서 단독공연을 가졌다. 수많은 해외공연을 통해 그는 가장 한국적인 몸짓을 표현하는 예술인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왕성한 활동을 하던 그는 1998년 호암아트홀 공연을 일주일 두고 방송 촬영도중 뇌일혈로 쓰러진다. 재활훈련을 통해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환자춤’을 만들어냈고 1999년에는 동승홀 대극장에서 ‘공옥진 1인 창무극’을 발표했다.
제자로는 한안선, 김병한, 이미라, 신순영, 김주희, 김영란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딸 김은희(63) 씨와 손녀 김형진(40) 씨가 있다.고인은 아이돌그룹 투애니원의 공민지에게는 고모할머니가 된다.
빈소는 전남 영광 농협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되었으며 발인은 11일 오전 8시로 잠정 결정됐다.
문의: 061-353-0444.
<인터넷 신문 문화통 자료제공>
박원지 기자 mtong@mtong.kr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