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예술가들의 그림자, 사진작가 리일천
| 2011. 03.14(월) 17: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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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진작가로 활동해온 사람도 아니고 2000년대 초 예고없이 나타나 행사장마다 고개를 기웃거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행사 주최 측의 요청으로 돈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는 돈 받고 예술행사를 스케치 하는 사람이 아니다. 광주 예술인 100명의 삶을 사진으로 남기겠다는 생각으로 날마다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100명을 하루 한 명씩 만난다고 하더라도 3개월이 넘는다. 아마 이 일은 평생이 걸리는 힘든 작업이 될 것 같다.
그는 최근 광주 예술의 거리 무등갤러리에서 ‘ India+人(바라나시에서 스라바스티까지)-1부’ 초대전을 가졌다. 그의 전시에는 삶과 죽음, 인생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부처님 성지순례길을 따라 1월 초 인도에 가게 된 그, 30~40년전으로 돌아간 듯한 인도의 거리에서 그가 발견한 건 삶과 죽음이라는 테마였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인도 모습에 주목했다. 아름답게 담으려 노력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인도의 모습을 머릿속에 새겨넣고, 앵글에 그대로 담아냈다.
이 특별한 사진전을 계기로 그가 살아온 이야기, 리일천씨의 또 하나의 기록을 들어봤다. 처음 그가 사진을 찍게 된 건 1993년이다. 고등학교때는 체격이 좋아 검도 선수도 했고, 태권도도 수준급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월간 ‘내외춘추’ 특집부에서 근무하다 1989년 4년간 국민일보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에게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일을 해야하는 목적도, 보람도 느낄 수 없을 만큼 무료함이 찾아왔다. 그렇게 자포자기하며 시간을 보내던 그. 그러던 중 그는 우연히 카메라를 들게 되었다. 수도 없이 ‘이 길이 내 길인가’ 의심했던 시간들이 무색할 정도로 사진을 접하는 순간부터 그는 운명이라는 느낌에 빠져들었다.
그의 가족은 단출하다. 조선대 미술대학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 딸과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아들 그리고 지인의 소개로 만나 결혼에 골인한 평범한 회사원 아내가 전부다. 가족은 그에게 있어 든든한 지원군이다.
예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아내. 그녀에게 자신의 포부, 기록 작업에 대해 말했을 때 아내는 단 한 마디로 정리했다. “다른 일에 비해 보람은 있겠네요.” 무언의 허락이었다. 먹고 사는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교통비 하나까지 개인 돈으로 써야하는 작업이지만 아내는 그의 편이 되어주었다. 어차피 말려도 듣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아내는 일찌감치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지난 3년 전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2008년 1월 “지역 미술인 100인을 선정해 10년 동안 작품세계와 삶을 기록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가 기록하는 예술가는 모두 전업 작가다. 한희원, 정상섭, 박태후, 정광주씨 등 40대 이상으로 나이를 제한했고, 별도의 직업이 있는 작가들은 제외했다. 현재 70~80명의 작가들을 선정해, 기록한 상태다.
얼마만큼 작업이 진행되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말을 아낀다. 애초 10년이라는 시간을 정해놓은 것 자체가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한다. 한 사람을 알아가고 한 사람의 인생을 사진으로 기록한다는 것은 그가 평생 동안 해도 될까 말까한 작업이라는 듯, 그의 표정은 무거워진다. 전시회를 할 때나, 작업실에서 작업을 할 때 쉬지 않고 쫓아다녀야 하지만 몸이 둘이 아닌 이상 그것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는 한 번 촬영을 시작하면 300~400컷을 찍는다. 그가 남기고 싶은 기록은 눈을 크게 뜨고, 사진을 응시하는 작가의 모습이 아니다. 하품을 하고, 눈을 감고, 기지개를 펴는 일상 그대로를 담아내는 게 그의 목표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를 타고 가야하는 기분이다”고 비유적으로 설명한다. 그의 기록 작업은 부담이면서도 사명이 되어버렸다.
그의 목표는 ‘빛의 사냥꾼’이 되는 것이다. 최대한 단순하고, 정직하고, 객관적으로 사진에 담아내는 것. 꾸미는 사진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그는 오늘도 예술의 거리를 뛰어다닌다.
약력
1962년 전남 보성 출생
1987년 월간 내외 춘추사, 특집부
1989년 (주)국민일보사 근무
2003~2004년 한국프로사진협회 광주광역시지회 제9대 지회장 역임
2005~2006년 한국프로사진협회 광주광역시지회 명예지회장 역임
2005~2009년 한국프로사진협회 중앙, 교육이사 역임
개인전
2001년 PORTRAIT, RENAISSANCE전-가톨릭갤러리(광주)
2003년 PORTRAIT, RENAISSANCE classic beauty전
2005년 PORTRAIT, RENAISSANC전-상계갤러리 초대전(광주)
2007년 광주 미술인 사진기록전-무등갤러리(광주)
2010년 전남대학교 치의학 55주년 기념 특별기획초대전-전남대 아트스페이스갤러리(광주)
2011년 India+人(바라나시에서 스라바스티까지)-1부 -무등갤러리 초대전(광주)
그룹전
1999년 다큐멘터리 사진전 ‘영산강’ 출품
2008년 ‘고려 500년의 숨결을 만나다’ 개성답사, 그룹전(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2009년 대숲나라 청정 담양기획전 출품-광주전(무등갤러리), 서울전(매트로갤러리)
2010년 한국 예술사진 기록 작업 참여 및 출품- 갤러리 라메르(서울)
2011년 한국의 오늘전 출품-갤러리라메르(서울)
손옥연 기자 soy1164@mtong.kr 손옥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