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지다"   백초회집에 들어갈 때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손님의 얘기다. 그 찰지다는 말이 자연산 능성어의 식감이었다는 것을  회를 씹으며 알아냈다.  여수 돌산대교를 넘어 왼쪽으로 돌아 200m쯤 가면 맨 끝에 있는 허름한 집이다. 첫인상은 실망이다. 접대를 받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일단 자리에 앉아 젓가락을 들면 그 맘이 싹 가신다.   하동아짐(박영희 할머니)이 40년 가까이 운영하며 아이들 대학공부시키며 죽자살자 살아온 식당이라 악착같은 프로근성이 있다. 횟감하나 뜨는 것이나 된장하나 무쳐내는 것도 모두 하동아짐의 눈짐작과 손맛으로 결정된다. 

첫번째 자랑은 낚시꾼들이 잡아온 자연산 회만을 고집하는 횟집이라는 것이다. 백초회집 앞에는 낚싯배들이 여러척 대기하고 있다. 값을 후하게 쳐주니 좋은 횟감은 늘 백초회집에  가만히 넣어준단다. 숙련된 일식집 주방장처럼 백지창처럼 엷게 썰지 않고 뭉뚱뭉뚱 썰어주는데 씹는 맛이 오돌오돌하고 찰지기 그지없다.  여름 능성어,  가을 농어, 겨울 노래미 등 제철 횟감으로 차린 식탁은 여수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자랑 그만하고 반찬으로 눈을 돌려보자. 여수에서는 횟감을 초고추장보다 된장에 찍어먹기 때문에 된장 맛이 중요하다.  해마다 국산 메주콩을 사다가 메주를 직접 띄워 된장과 간장을 담그기 때문에 다른 집들이 흉내낼 수 없다. 시골집 외할머니 김치맛을 아는 사람은 '딱' 그만이다. "한국인의 건강은 장독대에 있다"는 말이 있듯 그 된장과 간장으로 만드는  반찬들과 젓깔,  갓김치,   간장게장,  파김치,  깻잎,  장아찌 등 그야말로 한국인의 밥상이다. 운좋은 날에는 민어를 말렸다가 찐 것도 맛볼 수 있다.

 막내아들 부부가 어머니를 도와 식당을 하는데 아직 "시어머니의 손맛은 며느리도 모른다"고 한다.  하동아짐의 손맛에 길들인 사람들은  다른 집으로 갈 수가 없다. 단골들이 좋아하는 것까지 꿰차고 식탁에 올려주니 다시 찾을 수 밖에.  연예인 김구라도 단골 중 한사람이다.

횟감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1인당 2만원에서부터 4만원까지 다양하고 메운탕은 4인 기준 60,000원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