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정명희 '길 만들면 따라온다'

2023. 04.18(화) 09:35

소나기 지나간 뒤
운동장에 고인 물

막대기로 이리저리 길을 만드니
쪼르르 쪼르르
물이 앞으로 나아간다

“야, 그쪽 말고 이쪽으로 와!”
상준이가 소리친다

신기하게 물은 말도 잘 듣는다
막대기 따라
구불구불 흐르는 물

세상 어디에도
길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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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아침엔 서울, 점심은 뉴욕, 저녁은 세느강 미라보 다리 위의 날이 곧이라고 한다. ‘열려라 참깨!’가 아니어도 절로 문이 열리고, 현금이 없어도 카드가 있으니 돈 세려 손가락에 침 묻히지 않아도 된다. ‘손전화기 향해 묵념’하면 세상 소식도 내 눈앞이지만, 더 앞의 세상이 어찌 다가올지 두렵다. 하지만 정명희 시인의 동시 ‘길 만들면 따라온다’에 ‘아! 내가 세상의 주인이구나’ 싶어 어깨가 펴진다. 이쪽저쪽도 좋고 구불구불도 좋다. 물은 말도 잘 들으니 더 좋다. 또 세상 어디에도 길이 있다지 않은가? 내가 갈 길, 내가 만들어 보자.

김 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