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숙 2시집 '조각보를 깁다'
| 2023. 04.03(월) 09: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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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사랑 꽃으로 피고 외로움 잎으로 지다’ 이후 10년 만에 펴낸 이 시집은 1부 ‘쉽게 꺾지마’ , 2부 ‘맹물이 꽃을 피운다’ , 3부 ‘어머니의 골무’ , 4부 ‘마침표 없는 5월’ 등으로 나눠 90편의 시를 담았다.
홍영숙 시인의 시집을 읽고 그의 시세계, 또는 시정신을 한마디 단어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 감상자에 다를 수 밖에 없지만 ‘몽돌’ 또는 ‘맹물’ 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시어가 시집의 끝장까지 구르고 있거나 흘러내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몽돌’은 오랫동안 물에 닳아서 귀퉁이가 둥글해진 돌이다. 아마도 시인은 스스로를 ‘몽돌’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듯한데 세상의 굽이 굽이를 돌아 뒤늦게나마 세상의 이치를 알아차린 성숙한 여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몽돌 여자’라는 시에서 ‘날카롭던 모서리도 닳아버리고/ 눈과 코도 닳아져 / 마침내 입마저 닳아서 / 벙어리가 된/ 둥글어진 그 여자’ 라고 노래하고 있다. 누군엔들 세상살이가 쉬울까마는 홍 시인의 삶도 그리 녹녹하지 않았음을 엿보게 한다. 몽돌이 된 이후의 평온함이 느껴진다.
‘맹물이 꽃을 피운다’ 에서는 ‘유독 별난 커피향 마셔도/ 산뜻한 과일향 머금어도/ 충족조건이 될 수 없는 몸이 부르는 순수/ 환히 보이는 유리알 같은 포말’ 이라고 노래한다.
시인은 어쩌면 무미(無味)한 맹물이 이 세상의 모든 물맛을 안고 있음을 깨우쳐 알고 있다. 살아보니 한때의 화려함이, 어쩌면 인생의 독이었도을 보았기에 차라리 무미한 맹물 속에 인생이 깊이와 진실이 스며 있음을 통찰하고 있다. 지금 하찮은 것일지라도 ‘쉽게 꺾지마’라고, ‘기다려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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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 조각보를 깁다’는 아주 쉽게 쓴 이지만 시적 상상력과 시어들이 번득인다. 아마도 시인은 고향산 능성이에 여러 꽃들이 피고 지는 것을 보면서 그것을 마치 ‘어머니의 조각보’로 인식하면서 ‘덧댈수록 아름다운 조각보’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텃밭을 가로지르는 산책길/
짜투리 땅도 본을 뜬다/
한 땀 한 땀 노루발 따라/
자수 놀이하듯/
노란 유채 꽃불이 심지 돋우면/
상추 배추 파 고추 모종들이/
형형색색 조각보로 이어진다/
능선에서 바라보니 /
아득한 여백이 짜 맞춘 퍼즐처럼/
이제야 아물었다/
모반 위에 오곡밥 덮어놓은 듯한 상차림/
산동네는 모자이크 비단길이다/
누덕누덕 내 생도/
조각보 하나 이으며 여기까지 왔나
한 생을 무거운 종종 발걸음에/
엇박자 길 끼워서 넣었지/
덧댈수록 아름답다는 조각보/
벚꽃도 피고 해팽이 꽃도 피어난다/
평문을 쓴 강경호 시인은 “ 일상에서 만나는 정서적 사건들을 시로 형상화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그의 시가 높은 지경에 이른 것은 그의 정신세계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며 언어미학의 정교한 운용에서 비롯된다”고 썼다.
홍영숙 시인은 전남여고와 수도여자사범대학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오랫동안 중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오랫동안 시를 써왔다. 2011년 ‘문학예술’ 신인상을 받았으며 2022년 계간 ‘시와 사람’으로 문단에 공식 데뷔했다. 제 20회 공무원연금문학상, ‘기억하라 5월’ 콘텐츠경연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서은 문병란문학연구소 시낭송회장을 지냈다.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