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초대전 ‘ 꿈틀거림의 미학’
7일부터 18일까지 갤러리 관선재
| 2023. 03.06(월) 10: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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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선재 갤러리가 신춘기획 초대전으로 마련한 이번 작품전은 40년 화업의 대표작들을 선보인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크게 추상적 개념을 도입한 인물 군상 시리즈와 연필 뎃생, 죽펜화 등으로 나눠진다. 추상적 개념의 군상 시리즈는 작가가 오랫동안 관찰해온 다양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자유로운 필선과 색감으로 표현하고 있다. 주목되는 작품은 연필 뎃생 작업인데 언뜻 보아서는 이미지가 다소 거칠게 묘사된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희로애락이 적나라하게 묘사돼 ‘이웃집 아짐’의 거침없는 삶의 독백으로 들린다. 대나무로 만든 죽펜화는 연필 데생과는 전혀 다르다. 그림을 그리기 전 먼저 화면 전체를 구상한 뒤 덧칠하지 않고 ‘일필(一筆)의 미(美)’를 보여주어야 하는 그림이다, 작가의 곧은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데는 더없이 좋은 기법이 아닌가 여겨진다
김필수 선생은 어떤 사조나 이즘(ism)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미적 직관에 따라 예술의 본질에 직입(直入)하려는 강한 의지의 소유자이다. 감각적이고 직설적이며 동시에 생동감이 넘치는 작업을 통해 미적 진실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려 한다. 구차한 설명이나 복잡한 과정을 생략한 채 본질만 추구함으로써 망설임이 없는 화면을 만들어간다.
김필수 선생은 본래 원예를 전공한 원예가로 오랫동안 나무를 가꾸면서 과원(果園)의 나무와 일하는 사람들, 한숨 속에서 희망을 잃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화폭에 담아왔다. 생별(生別)과 생사(生死)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건을 겪으면서 인생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게 되고 그 질문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일에 도전하게 된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그림을 그리고 나무를 가꾸며 살아왔는데 그는 ‘화가이기 전에 땅을 파는 농부이며 자연인’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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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기에는 사실주의 경향의 아카데믹한 화풍의 그림들을 그릴 수밖에 없었지만 상해 국제아트페어, 앙당팡당 코리아 SM퓨처 아이콘상을 수상하면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세계에 천착하게 된다.
단순히 보고 그리는 데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삶의 현장에 접근하여 거기에서 감응 되어지는 미적 직관 및 감성을 이미지화한다. 묘사 중심이 아니라 감성 제일주의, 폭발적인 힘에 의해 분출되는 감성을 그대로 화폭에 쏟아 놓는다.
일그러진 군상, 변형되거나 기형적 인물상, 풍경과 군상과 누드도 해체와 재창조의 과정을 거쳐 가식이나 거짓이 없는 알몸 그대로의 생명력을 표출한다, 현대사회의 익명성과 농민이나 노동자. 소외된 사람들, 그들의 삶을 통해 인간 내면의 깊숙이를 들여다본다.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민중미술의 범주를 훨씬 뛰어넘는 철학적 의미의 회화로 다가가고 있다.
작업의 오랜 테마는 ‘한숨 속에서 희망을 잃어가는 가난한 이웃들’이다. 세계적인 명화를 그린 화성(畫聖)들도 현대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완성해냈음을 기억하면서 자잘한 미술이론 속에 자신을 가두려 하지 않는다,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이중섭과 박생광, 그리고 뭉크와 크림트, 특히 크림트의 제자이자 친구이기도 했던 에곤 쉴레(Egon Schiele)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김필수 선생에게 에곤 쉴레는 시대를 넘는 스승이긴 하지만 선과 면이 각을 이루면서 그가 그리고자 하는 형태미를 완성해 간다든지 관능이 아닌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생명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내는 독특한 ‘형상의 미학’은 그 스스로 터득하고 완성한 결과다.
그의 미적 관점은 색채와 행위를 수반한 선에 모아 진다. 선은 묘사 의지가 약한 대신 행위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형태나 그 형태를 설명하는 사실적인 이미지는 중요하지 않다.
또한 역동감이 있는 선은 일체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한다. 이미지에도 구애되지 않고 색채의 조화조차 신경 쓰지 않는다. 선(線) 자체로서의 존재감을 꿈꾼다. 소재는 미적 진실에 들어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 결과이거나 완결점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몸부림과 절규, 더러는 아우성을 통해 대상 세계의 내면을 들춰내는 적나라함이 그가 추구하는 미학의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평이다.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