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시인 김완 제 4시집 '지상의 말들'
4부로 나눠 64편 상재
| 2022. 04.04(월) 16: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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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완 시인은 광주출신으로 지난 2009년 ‘시와 시학’으로 문단에 데뷔해 시집 ‘그리운 풍경에는 원근법이 없다’ ‘너덜겅 편지’ ‘바닷속에는 별들이 산다’ 등 3권의 시집을 간한 바 있다. 좋은 시로 평가를 받아 2019년 제 4회 송수권 시문학상 남도시인상 수상했으며 현재 김완 혈심내과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시집 첫머리에 쓴 시인의 말에 먼저 공감이 간다 “ 말들이 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탐역스런 말들이 세상을 어지럽게 한다. 말보다 말 없음이 큰 울림을 주기도 한다” 등으로 요약되는 시인의 말은 넘처나는 언어의 홍수 속에서 시인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한마디로 정리해 두었다.
이 세상에는 시인이 너무도 많고 그들이 세상에 내놓은 시들 가운데 상당수는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시인의 한마디에 눈시울을 적시고 가슴 뛰는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우리 시대의 시들이 얼마나 가볍게 태어나고 버려지는가를 알 수 있다.
김 완 시인의 시들을 우선 어렵서 않아서 좋다. 가슴을 걸러나오는 시어들이 정제되어서 그냥 읽으면서 시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고 그가 고민하는 데 같이 고민하고 그가 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어렵지 않게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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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사람 구경하기 어려운 외진 산길
무너져 내리는 무덤 한 기 서 있다.
그늘 사이로 을씨년스러운 바람만 드나드는 곳
때가 된 봄은 어김없이 찾아와 무덤가에도
동배꽃 피고, 산벚꽃 분분분 흩날린다
무등산 토끼등 올라가던 청춘남녀
무덤을 바라보고 앉아 봄을 마시고 있다
청춘은 아무런 장식없이도 저리 빛나는데
쓸쓸한 무덤은 언제부터 허물어져 갔을까
쉬지 않고 앞만보고 달려간 세월
그 많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마을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둘러앉아
가난의 껍질 벗겨 먹어도 맛좋던 감자
하하 호호 평경은 엊그제 일인 듯 생생한데
흙 한 줌 부스스 흘러내린다
한 세상 건너 꽃이 지고 바람부는 봄이다
<붐, 무덤> 전문이다.
‘너덜겅 편지’라는 시집을 발간했을 정도로 무등산을 유달리 사랑하는 시인은 무등산 한 켠에 쓸쓸히 허물어져 가는 무덤을 통해 인생의 허무함, 어쩌면 세상을 떠난 뒤의 모습까지를 상상하며 세상이 모든 것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얘기한다.
그런 점에서 시인의 가슴은 참 따스한 것 같다. 다른 시인들처럼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가슴 속에 오래 품어서 따뜻해진 시어들이 독자들의 마음을 녹여준다. 진실은 訥言이라고 했던가. 말이 입밖으로 나오면서 타락하고 있음도 꿰뚫어 보고 있다.
평문을 쓴 임동확 시인은 “정직한 시간과 존재의 방정식을 꿈꾸며 끝끝내 돌아오지 않는 말들을 찾기 위한 긴 여행의 노상에 있다;”고 말한다.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