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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24일(화요일)

<현동칼럼> 올 한해 화두는 무엇인가?
2022. 01.13(목) 11:17확대축소
세상일이 안 풀리고 답답할 때면 일기장을 펼친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나 고통도 일기장에 증명사진 찍듯 문자로 정착시켜놓고 여러 번 읽으면 길이 보인다. 2022년 새 일기장, 벌써 열 페이지가 문자들로 가득 채워졌다. 1월 1일 일기장 첫 줄, 한 해를 여는 문장이다. ‘올 한해 어떤 결심으로 살 것인가.’ 이해인 수녀의 시 ‘어떤 결심’에서 따온 화두다.

“마음이 많이 아플 때 /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 몸이 많이 아플 때 / 꼭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 ------ / 내게 주어진 하루를 /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 저만치서 행복이 / 웃으며 걸어왔다. <어떤 결심 / 이해인 >”. ‘하루씩만’ 사는 삶, ‘하루를 전 생애로 생각하는’ 삶이 가능할까? ‘고마운 것, 사랑한 일만’ 써놓은 일기장이 있을 수 있을까.

지난해 일기장을 펼쳐본다. 2021년 1월1일, “인생은 질문이다.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살아보자! 올해 나를 이끌어줄 질문은 무엇인가? ‘절실하게 묻고 가까이 생각하면, 인이 그 안에 있다 (切問而近思 仁在其中矣; 논어 19편5장)’ 가까운 일상, 다반사에서 나만의 질문을 찾자.” 지난해 화두는 ‘질문’이었다. ‘나만의 질문’을 찾아 열심히 일기장을 메우는 하루하루였다. 일기를 쓰기 위해 하루를 사는 느낌이 드는 때도 있었다,
<월든>작가 소로(1817~1862)는 일기광이었다. 20세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 44세 폐결핵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24년간 모두 39권(2백만 단어)의 일기장을 남겼다. 20세에 하버드를 졸업한 천재, 소로가 주위 사람들이 다들 황금을 찾아 서부로 떠날 때 혼자서 그 조용하고 작은 고향마을 콩코드를 평생의 거주지로 삼을 수 있었던 것도 일기쓰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28세부터 2년2개월2일 동안 월든호숫가에 오두막을 지어 생활하고 37세(1854년)때 발간한 체험담, <월든>도 사실은 17년간 쓴 일기장을 축약한 기록이다. 소로는 “일기를 쓰기 위해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두려워했을 정도였다”고 고백한 적도 있다. 그는 일기를 ‘매일 신들에게 한 장씩 써 보내는 나의 편지’라고 말했다.

오늘치 일기장을 펼친다. 소로의 일기는 ‘신들에게 쓰는 편지’라지만 나의 일기는 ‘나에게 쓰는 편지’다. 고마운 것, 사랑한 일만 기록하는 감사편지는 아니다. 나 외는 아무도 읽지 않는 기도문 편지다. 비밀 기도는 사랑처럼 고난을 이겨낼 동력원이다. 비밀이기에 사랑처럼 세상의 고난을 이겨낼 에너지를 생산한다. 지금 이순간, 내일은 없다. 오늘치만큼만 괴로움, 고통을 기도 올린다.

세상은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박 터지게 싸우는 ‘탐진치(貪瞋痴; 탐욕, 분노, 어리석음)세상’이다. 탐욕은 괴로움, 고통, 분노, 어리석음의 원천이다. 그런데 이제, 세상은 소유경제에서 공유경제로 간다고 한다. ‘내것 네것이 없는 세상’이 온단다. 디지털 세상이 미래 비전이다. ‘내일 먹을 것을 오늘 걱정하지 않는 세상이 온다’고 믿어도 될까. 이제 공유경제 세상에선 인간 탐욕은 어디로 흐를 것인가.

“그 때 계시처럼 떠오른 나의 죄는 이러했다. 나는 남에게 뭘 준 적이 없었다. 물질도 사랑도, 내가 아낌없이 물질과 사랑을 나눈 범위는 가족과 친척 중의 극히 일부와 소수의 친구에 국한돼 있었다. --- 고통도 나눌 가치가 있는 거라면 나누리라.” 박완서(1931~2011)의 일기, <한 말씀만 하소서> 중 1988년 10월 X일 자 한 부분이다.
정성들여 내 일기장에 필사한다. 베껴 쓴 구절을 여러 번 되풀이 읽어본다. 오늘 내고통은 얼마나 좁쌀같은가!


김종남<언론인>

김종남 위원 mht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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