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 시집 '멈추니 보인다' 출간
| 2021. 06.08(화) 11: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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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 포에지’ 114권으로 발간된 이 시집은 시인이 ‘시를 읊조리는 나그네’ ‘새벽의 햇귀를 데리고 왔다’ 에 이어 펴낸 시집으로 1, 2집에 비해 성숙한 내면과 성찰이 엿보인다.
1,2,3부로 나눠 모두 60여 편을 실었는데 표제작 ‘멈추니 보인다’는 시인의 성숙한 내면과 오랜 세월 함께 해온 아내에 대한 고마음을 마냥 내어줄 뿐 아까워하지 않는 물처럼’이라고 쓰고 있다. ‘멈추니 보인다’의 전문이다.
공기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편한 숨을 내쉬었다/
항상 거기 있는 빛처럼/ 응당 머묾 그 자체로/ 그냥 가득하기만 한 것 같은 공기마냥/ 내가 있으니까 네기 있는/ 넉넉한 빛으로만 느꼈었다/
흐르다가 고였다가/ 쓰임새 있으면 머무르고/ 마냥 내어줄 뿐 아까워하지 않는 물처럼/
그것은 /없음의 씨앗이 발아하여 / 있음의 열매를 가꾸어 주었던 오램의 믿음이었고/ 안쓰럽게 여겼던 내자의 보살핌이었다/
지금은 아집을 전정해주는 따끔함으로/ 생각을 바꾸니 비로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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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시는 ‘갈때는 여지없다’ 와 ‘몽당연필’이다. 시인은 갈때는 ‘여지 없다’라는 시를 통해 자연과의 깊숙한 대화를 시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따사한 3월 어느날/ 봄을 분가시켰다.
작는 늦가을 /시들며 아파하던 꽃들을 / 안방으로 옮겨와 한겨울 동거하려고/
두 손 힘들게 합방했다/
만년 세월 식구늘어 생기가 온 집안으로 활개치며 /가끔 색깔 머긍은 어리광도 내보이니/ 다독거리고 같이 즐거워하여 살가운 정 나누는데/
이젠/ 춘풍이란 녀석이 꼬드기자/ 사춘기 소녀 멍을 노돌적 드러내 보이고/
노르스름, 파르스름. 붉으스레 얼굴 변하며/ 밖으로 나가겠다고/ 칭얼거린디/
애지중지 내 사랑인줄 여겼더니/ 손자 놈들과 똑같이 갈때는 여지없구나/
아무래도 둘 뿐이로구나/
시인은 가을날 시들어가는 화분 하나를 방으로 가져와 애지중지 보살펴주었더니 봄이 되자마자 밖으로 내달려고 몸부림하는 것 같은 화분 속 꽃들이 마치 제 어미가 부르자마자 달려가 버리는 손자들 같다고 느낀 모양이다. 여기서도 ‘ 둘 뿐이구나’라는 말로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낸다.
‘몽당연필’
가시면류관처럼 지근지근하게/ 머리를 찔러대는 몽당연필이/ 당근과 채찍으로 하 편의 시를 쓰게 한다/
칼로 다듬어 담금질하며/ 혓바닥 끝으로 녹여 쓰는 몽당연필이여/ 늙은 로댕처럼 반가의 자세로 고뇌하노니/
어쩌면 내가 죽은 뒤 / 몽당연필처럼/ 자투리로 쓴 시만 남을지 모를 일이다.
시인은 몽당연필을 들면 시가 쓰여 지나 보다. 그러나 시라는 것을 쓰고 또 써도 늘 아쉬움이 남아 있듯이 완성 시키지 못한 시들이 몽당연필처럼 남아 있을 것 같다는 순백한 고백이다.
발문을 쓴 허형만 시인은 “ 이창민의 시는 삶의 폭넓은 정신세계를 구추하고 있다‘면서 ” 순수하고 따뜻한 가슴이 하나로 잘 어우러진 시적 성취로 인하여 깊은 감동을 일으킨다.” 평했다.
이창민 시인은 전남매일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옸으며 ‘문학예술’신인상을 수상했다. 고교시절 다방에서 시화전을 열었을 정도로 시를 좋아했던 문학청년이었다. 한국문협, 전남문협회원, 한국문학예술가협회 광주전님지회 부회장, 남도문학회장, 광주문협 이사, 승달문학 부회장 등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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