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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17일(토요일)

'사직동 기록보관소' 프로젝트 온라인 오픈

7개월간에 걸쳐 사직동의 과거, 현재 이야기 담아
2021. 03.02(화) 13:43확대축소
광주에서 70~80년대를 보낸 이라면 '사직동'의 추억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동물원과 야외수영장이 있었던 사직공원은 당시 초등학생은 물론 중·고등학생들의 단골 소풍장소였고, 벚꽃 만발한 산책길은 청춘들의 데이트코스였다.

사직공원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이미지가 있다. 공원가는 길 좁다란 골목에 자리한 전국 유일 통기타거리이다. 기타를 한켠에 걸어두어 주인장이든 손님이든 연주를 하면 함께 노래를 부르고 맥주를 마실 수 있게 한 데서 시작된 이곳은 퇴근 후 모여든 직장인들에게 하루의 고단함을 달래는 무대를 제공했다. 사직공원 주변으로 골목골목 이어진 동네는 천년도 더 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한때 광주의 중심지로 번성했음을 증명하듯 성거사지 오층석탑, 향교 등 역사적인 장소들이 동네 곳곳에 들어서 있지만 최근 30여년간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구도심으로 급격히 쇠락하고 있다.

최근 사직동이 도시재생사업이 절실한 공간이 되면서 광주 남구 사직동 주민들이 새로운 형태의 도시재생 모델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있다. 사직동 주민공동체 담쟁이 사랑회가 주관한 주민제안공모사업 사직기록보관소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최성혁 문화기획가를 포함한 마을기록가 5명이 참여한 프로젝트는 사직동을 배경으로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7개월에 걸쳐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사직동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최성혁 문화기획가는 "대부분의 도시재생사업은 외형적 변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사직동엔 무수한 추억과 이야기가 녹아있지만,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면 이 이야기들은 묻혀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도시재생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게 됐다"고 프로젝트 취지를 설명했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마을기록가들은 마을 기록관련 워크숍과 현장 실사를 통해 아카이브에 대한 방향과 기본개념을 정리했다. 마을 기록에 대한 사전 협의와 현장 답사를 통해 대상 및 대상지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마을 기록 활동을 시작했다. 마을기록교육과 아카이브 멘토링은 현장 아카이브 조직인 만렙백수 협동조합(버틀러스코리아)와의 협력으로 진행됐다.

프로젝트는 크게 '인물' '사물'로 나누어서 진행됐는데, 인물부문에는 과거부터 사직동에 살아온 이들에 관한 이야기와 외지인으로 최근 사직동에 정착하게 된 이들을 취재했다. 사직동으로 시집와서 같은 장소에서 30년째 대성수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유정애씨, 마찬가지로 29년째 한곳에서 곡성빨래방을 운영중인 신찬수씨, 사직동에서 태어나 51년째 사직동을 벗어나지 않는 박태한씨 등은 과거 사직동의 모습을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대표적인 원주민이다.

서동카페 주인 최재용씨는 어린시절 사직공원에서의 추억을 잊지 못해 결국 사직동에 사업공간을 열었다. 전통혼례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해담헌 대표 임현정씨는 오랜시간 수집해 온 전통의상과 소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선비마을' 사직동만한 곳이 없다고 여겨 수년 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SAZIK'카페 겸 쇼핑몰을 운영중인 윤하린씨의 사례는 더욱 특별하다. 수년전 인근 양림동에 카페를 열 계획으로 공간을 보러가던 중 길을 잘못들어 사직동으로 들어서게 됐다고 한다. 되돌아가려는데 고즈넉하고 아기자기한 사직동의 모습에 반해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

사직동을 보여주는 사물은 '천년마을'이라는 사직동의 정체성을 담은 소품들을 수집했다. 왕실에서 썼던 가채와 비녀, 어릴 적 할머니집에 가면 볼 수 있었던 소반과 대바구니, 화로와 인두 등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소품들을 발품을 팔아 한점한점 모았다. 특히 전통혼례가 종종 치러지는 향교가 사직동에 있는 점을 고려, 전통혼례와 관련된 기러기와 가채, 꽃신, 화관 등의 소품도 마을 주민으로부터 기증받았다.

사직동주민들의 마을 기록에 관한 이야기는 온라인(http://www.archivesajik.com, https://www.facebook.com/ArchiveSAJIK,https://www.instagram.com/archive_sajik)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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