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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일(월요일)

<현동칼럼>‘나의 물건’'나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2020. 03.26(목) 13:06확대축소
코로나19 사태로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도 IMF때나 6,25보다는---’하고 자위해보지만 안개처럼 밀려드는 불안은 어쩔 수 없다. 카뮈가 1947년 쓴 <페스트>가 잘 팔린단다. 무슨 이야기가 이 시간 이불안을 걷어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불안은 자기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라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말이 뜬금없이 생각난다. <남자의 물건>을 찾아 다시 본다. 2012년 2월 ‘21세기북스’가 발간한 책이다.

프롤로그에서 김정운은 “할 이야기가 많아야 불안하지 않다. 한국남자들의 존재불안은 할 이야기가 전혀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모여서 하는 이야기라고는 정치인 욕하기가 전부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물건을 통해 매개된 존재의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살펴보기 위해’ 김정운은 이어령, 신영복, 안성기, 이왈종, 박범신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열 분을 만나 ‘자기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이끌어간다.

열 분이 펼치는 ‘자기이야기’는 자기물건사랑이다. ‘앞뒤로 총 여섯 대의 컴퓨터가 놓여있는 이어령의 책상은 지식에의 욕망과 근원적 외로움을 확인하는 이어령의 물건’이며, ‘먹을 갈 듯 인생을 사는 신영복의 물건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벼루’다. “무기수 신영복은 감옥에서 오직 편지 쓰는 것(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외에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삶에 가장 중요한 물건도 쓰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벼루다.”

김정운은 자기의 만년필사랑 이야기도 풀어놓는다. “커피 한잔 앞에 놓고 종이 질이 아주 좋은 수첩에 만년필로 끼적거릴 때처럼 행복한 순간은 없다 ---- 앞으로 돈 들어갈 일 많다. 이제 겨우 60개 정도 모았다.--- 요즘도 약간의 여윳돈이 생기면 바로 만년필 가게를 기웃거린다.”고 털어놓는다. 사진도 곁들였다. 이름을 외우기도 어려운 귀한 만년필들이 즐비하다. 지금도 김정운은 한 개에 수 십 만원씩 하는 만년필을 사려고 가게를 기웃거릴까.

남의 물건 이야기 듣다가, ‘나의 물건은 무엇인가’ 궁금해진다. 함께 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되는 물건? 책상 첫 번 째 서랍을 여니 일기장과 함께 펜이 한 무더기 나온다. 붓펜 만년필 1개, 펜촉 만년필 3개, 검정 빨강 파란색 버튼식 수성볼펜 8개다. 아무데서나 문구점에 가면 살 수 있는, 잉크가 떨어지면 카트리지나 심지만 바꿔 끼우는 일회용이다. 우연히 12개가 된 나의 펜은 이야기꺼리는 아니다.

나의 물건은 일기장이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12개 펜을 모두 꺼내 책상에 늘어놓은 후 일기를 쓸 때이다. 0.28mm 까만 수성볼펜으로 쓰다가 생각이 바뀌면 파란색으로 바꿔 쓴다. 생각이 멈추면 세필 만년필로 바꿔 본다. 붉은 색 볼펜으로 줄도 쳐본다. 일기장이 아니라 공부노트나 낙서장 같다. 굵기도 다른 글씨에 색깔도 다양하다. 펜을 바꾸면 글씨도 생각도 달라진다.

일기는 내가 나에게 쓰는 편지다. 아침에 쓰고 저녁에 쓰고 다음날도 쓴다. 쓸 때마다 볼 때마다 위로가 된다. 쓰다가 생각이 막히면 A4이면지에 낙서를 한다. 붓펜과 중필 만년필은 낙서용이다. A4이면지에 시원스럽게 죽죽 큰 획을 내려 긋는다. 일기장 글이나 낙서글씨는 나만 보는 글이나 글씨다. 그래도 단정하게 천천히 쓴다. 여러 번 다시 보아도 내 눈에는 예쁘다. 손글씨를 쓰는 순간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단정한 낙서는 막혔던 가슴을 뚫어준다.

붓펜은 마음속 응어리가 먹물을 통해 종이위로 흘러내리고, 만년필은 사각사각 종이 위를 달리는 펜촉감촉이 손끝을 통해 가슴에 울린다. 불안이 스며들 틈이 없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今臣戰船 尙有十二)’. 생즉사 사즉생의 결의를 보인 이순신장군의 명문을 붓펜으로 써본다.

김종남<언론인>


김종남 위원 mht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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