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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9일(목요일)

<祐含칼럼>그 골목은 어디에 …
2019. 12.31(화) 10:48확대축소
12월이다. 70,80년대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초저녁 골목에는 어김없이 ‘모찌여 찹쌀떡’을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었다. 저녁을 먹은지 한 십경이라 촐촐함을 이기지 못하고 찹쌀떡 장수를 불러 세우곤 했다. 골목에 나가보면 우리식구 뿐 아니라 이웃집 사람들도 서너 명은 나와 모찌를 사들고 사라지곤 했다. 가로등 불빛사이로 함박눈이 내리는 날의 풍경은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아름다웠다.

이른 새벽이면 바로 그 골목에서 두부장수의 풍경소리가 들려왔다. 가끔은 개짖는 소리가 섞이기도 하지만 신새벽에 듣는 풍경소리는 아침잠을 깨우는 자명종 같은 것이기도 했다. 동네 사람들은 두부를 사러 나왔다가 지난밤 근방에서 일어난 일들을 소상하게 주고받는다. 아무개 아버지가 술을 먹고 늦게 들어와 싸우더란 얘기에서부터 누구네 딸이 서울에서 잠시 내려왔는데 구두나 옷차림이 어떻다는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간섭하면서 또 하루를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골목은 훌륭한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실핏줄처럼 얽혀 사람과 사람도 얽히고설키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길. 자동차가 쑥쑥 지나갈 수 없었기에 사람들이 주인이었던 길, 그 골목을 잃어버리면서 사람들은 지금 자동차에 길을 내어주고 불안하게 길을 건너고 있다.

광주 출신의 전숙 시인은 이런 골목을 이렇게 노래했다.
… 들여다보면 내 집처럼 내다보이는 마당들/ 한 이불 덮은 식구들 같다/ 생일날이나 제삿날 아침은 대나무평상에 둘러앉아 /골목은 한식구가 된다…<후략>
또 김성수 시인은 ‘오래된 골목’이란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때론 머리끄댕이를 잡고 싸우더라도/ 뒷날 평상에서 함께 마늘을 까며/간지러운 웃음으로 털어내는,/ 오래된 골목의 풍경은 조각조각 덧댄/ 상처를 땜질하는 소리로 저문다…<후략>

두 시인은 골목을 가리켜 ‘한이불 덮은 식구들 같다’고 했고 ‘때론 머리끄댕이를 잡고 싸우더라도 뒷날 평상에 앉아 함께 마늘을 까며’라고 회고하고 있다. 그렇다. 골목은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통로다.
명절이면 길고 긴 골목을 지나 신작로까지 마중을 나가거나 내바람을 해야 했다. 지금처럼 자동차가 흔하지 않아 무거운 짐을 들고 오는 가족을 마중하거나 선물꾸러미를 들려 보내려면 내바람이라는 것을 해야했다. 지금은 모두 아파트 생활이라 현관문을 열고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 일상이지만 그때는 길목을 같이 걸으며 못다한 이야기, 또는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정을 나눴다.

그러나 광주에는 그런 골목이 없다. 다른 도시들은 이미 골목의 소중함을 깨닫고 골목 지키기에 나섰지만 아파트 점유율 1, 2위를 자랑하는 광주는 골목이 없다. 양림동이나 동명동을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이미 ‘골목길’을 벗어나 버렸다.
부산의 감천마을 골목길이나 대구의 김광석의 거리를 말하지 않더라도 세종자치시 전의면 같은 곳에서는 골목의 소중함을 깨달아 골목 축제를 열고 있다. 골목길을 가꾸고 100년 역사의 기차역 앞에서 특산물을 팔기도 한다. 면민들을 대상으로 골목 그리기 사생대회도 연다.

중국의 취안저우시는 골목을 살리기 위해 ‘천년 인큐베이팅’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사람과 사물, 생활을 본다.’는 건축원칙으로 역사문화를 재현해 동아시아문화도시 원년 도시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공자묘 부근에 있는 진위상 골목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노포(老?)가 즐비하고 옛 영화관이 핫 플레이즈로 부각되면서 관광객이 밀려들고 있다. 동탑과 서탑이 있는 동가(東街)와 서가(西街)의 허름한 골목들도 사람들이 찾아오고 ‘평생 한번은 와보아야 할 곳’이라는 유명한 언론인의 글귀 앞에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옛모습을 보여줄 그 골목은 어디에서 찾을까?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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