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동칼럼> 춤추는 차라투스트라를 본적 있습니까
| 2019. 06.24(월) 07: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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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춤추는 니체’가 그냥 ‘비유의 천재, 니체’를 비유하는 말 인줄 알았다. “니체(1844.10/15 ~ 1900.8/25)는 실제로 춤을 엄청 사랑하고 알프스 산자락을 춤추며 다녔다. 초인 차라투스트라는 ‘춤추는 자’이며 차라투스트라는 춤추지 않는 신은 섬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학술대회에 가서 듣고야 안 사실이다. 니체 학술대회는 이달 초 광주 은암미술관에서 열렸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어보려고 했었다. 옛날이야기다. 저명한 작가들이 ‘영감(靈感)을 받았다’며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 처음부터 이해하기 힘든 비유투성이였다. 몇 장 못 읽고 닫았다. 최근 중고서점에 들렀을 때 <중학생이 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눈에 띄었다. ‘신은 죽었다’던 차라투스트라는 왜 ‘춤추는 신은 섬기겠다.’고 했을까? 호기심이 일었다.
“내가 만일 신을 믿게 된다면 춤을 즐기는 신을 믿고자 한다.(66p) … 나는 나는 법을 배웠다. 그 후로 누군가에게 밀려 움직이게 되는 일이 사라졌다. / 나는 가벼워졌다. 나는 날아다닌다. 나는 내 아래 있는 나를 본다. 이제 신이 내 몸 속에서 춤을 춘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67P)… 일찍이 나는 춤춘 일이 없기 때문에 춤추길 원했다. 하늘을 뛰어 넘는 놀라운 춤을 추려고 했다. … 나는 오직 춤을 통해서만 최고의 사물의 비유를 말할 줄 안다. (181P)”
‘서사시 형태의 잠언집’이라더니 비유는 여전히 어렵다. 중학생이 보는 책이면 ‘쉽게 읽어지겠지’ 지레짐작은 틀렸다. 590페이지나 되는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엮은이는 말한다. “강렬한 문체와 탁월한 시적 표현으로, 삶의 의미가 신앙이나 진리에 대한 유약한 복종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삶의 주체적인 힘에 대한 의지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니체 연구학자들은 무어라고 말하는가. “1885년, 니체는 모든 경직되고 고착화된 규칙과 관습, 종교 등 우리를 묶고 있는 울타리를 깨기 위해 인간이 만든 영원한 진리, 신을 죽였다. ‘신은 죽었다’는 유럽문명의 종말을 선언하는 말이다. 니체의 춤은 관념론이나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오직 자기의 춤을 추라는 은유다, 차라투스트라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면서 능동적으로 창조적으로 허무주의를 극복하는 자를 은유한다. 삶의 역동성, 운명애(運命愛)의 몸부림, 자신의 춤을 추라, 자신만을 사랑하라, 자유와 사랑의 길로 나서라,”
‘19세기 유럽문명의 종말’을 선언한 니체를 130년이 지난 지금, 21세기 우리가 다시 만나야하는 이유는 무언가? 20세기 물질만능주의 서양문명을 끝내기 위한 영감이 차라투스트라에 있지 않을까. 새로운 시대를 이끌 새로운 영감(靈感), 니체가 말하는 ‘창조와 생성’은 21세기에 어찌 작용하는지 알고 싶다. 이제 우리도 춤을 추어야 할 때이다. 나는 나의 춤을 추고 있나?
“차라투스트라는 춤추는 자이다. 그는 날렵한 자이다. 날개로 신호를 하는 자이다. 하늘을 날 준비가 다 된 자이다. 온갖 새들을 향해 신호하는 자, 모든 준비를 갖춘 자, 행복하고 명랑하게 웃는 자이다, (480p)“
김종남<언론인>
김종남 언론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