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로 건너간 종자곡식 2만석
임진왜란 이듬해 3월 선조 지시로 2만석의 題給
정유재란 때는 전라도가 피폐했으나 돌려받지 못해
| 2019. 05.08(수) 15: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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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실은 선조실록과 김성일 문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선조실록에서는 “이에 비변사가 곡식을 옮겨 호남과 영남을 구제하는 일을 아뢰니 선조가 명하여 구휼하였고, 이듬해는 종자곡식 2만석을 선조의 유지로 전라도에서 경상도로 가져갔다.”고 되어 있다. 김성일의 문집에서는 “곡식을 옮겨 호남과 영남을 구제하는 일은 전에 김성일(金誠一)의 장계(狀啓)에 의해 이미 행이(行移)하였습니다.” 라는 대목이 있어 경상우도병마절도사 김성일이 경상도지역의 백성들을 위해 비변사에 곡식을 보내달라는 요청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김성일 문집에는 “유 문충공(유성룡)이 선생이 보낸 글과 첩문을 보고는 즉시 계사(啓辭)를 작성해서 계청하였다. 그러자 상께서 가엽게 여겨 특별히 전라도 관찰사에게 명해 2만 섬을 제급하게 하였다. 그러자 선생은 종사관(從事官)을 나누어 보내 수로와 육로로 아울러 운반해 온 다음 여러 고을에 나누어 주어 제때에 씨를 뿌리게 하였다.”고 기록돼 있다.
학봉(鶴峰) 김성일(金誠一,1538 1593)은 안동 출신의 조선중기의 문신으로 이황의 문인이다. 1590년 통신부사로 일본에 파견되었는데, “왜가 반드시 침입할 것”이라는 황윤길의 보고와 달리 군사를 일으킬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고 견해를 밝힌 사람이다. 형조참의를 거쳐 경상우도병마절도사로 재직하던 중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잘못된 보고에 대한 책임으로 파직되어 서울로 올라오다가 유성룡(柳成龍) 등의 변호로 직산(稷山)에서 경상우도초유사로 임명되었다.
김성일·유성룡 등이 비변사에 요청
1593년 3월 소달구지 이용 육로이송
김성일은 동인(東人)에 가담하였고, 1590년 정여립(鄭汝立)의 모반사건에 연루되어 옥사한 최영경(崔永慶)의 신원(伸寃)을 위하여 서인(西人)의 영수 정철(鄭澈)을 규탄하였으며, 그 후 동인이 남인과 북인으로 갈릴 때 유성룡·김우옹(金宇暮) 등과 입장을 같이하여 남인을 이루었다. 김성일은 동복현감과 나주목사를 지내기도 했다.
김성일과 황윤길이 일본에 파견되었을 때 제봉 고경명은 동래부사로 재임하고 있었는데 황윤길이 제봉과 친하게 지내 일본의 정황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시도 전한다. 그러나 고경명은 정철사람이라는 이유로 동래부사직에서 파직되었다.
비변사는 조선 후기 최고의 정무기관이다. 원래는 국방 문제에 대처하는 임시 기구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임란이 일어나자 선조는 국난을 수습, 타개하기 위해 비변사를 전쟁 수행을 위한 최고 기관으로 활용했다. 즉, 수령의 임명, 군율의 시행, 논공행상, 청병(請兵), 둔전, 공물 진상, 시체 매장, 군량 운반, 훈련도감의 설치, 산천 제사, 정절(貞節)의 표창 등 군정, 민정, 외교, 재정에 이르기까지 전쟁 수행에 필요한 모든 사무를 처리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비변사가 너무 비대해지면서 비빈(妃嬪)의 간택까지도 처리하는 등 국정 전반을 관장하였다. 인조 때는 서인 정권이 후금과의 전쟁 과정에서 국방력 강화를 명분으로 새로운 군영들을 설치하고 제조당상(提調堂上)을 겸임하는 등 정부의 전 기구를 지배하였다.
임란의 피해가 컸던 지역에 종자곡식을 건네준 것은 동포로서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전라도는 1597년 정유재란이 일어나 그해 8월 15일 남원성이 함락되고 정읍 김제 장성 진원, 영광, 나주 장흥지역이 그야말로 왜군들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분탕질을 당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을 때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남원의 ‘만인의 총’도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임란 때 권율과 이순신에게 패했던 일본군은 정유재란을 일으켜 5만6천여 명의 대군으로 남원성내 수많은 백성들을 목숨을 앗아버렸다. 만인의 총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한 곳에 묻은 합동 묘이다.
우의정 이항복·강항 등의 글에
정유재란 이후 호남의 피폐상 드러나
1601년에 쓴 우의정 이항복이 남방 4도체찰사가 되어 호남을 순시하고 선조에게 보고한 글을 보면 전라도는 1596년까지는 임실,진안,장수,운봉을 제외한 전지역이 왜적의 침략을 잘 막아 곡창을 잘 지켰기에 사정이 괜찮았던 것으로 보인다.
“임진년 초기에 영남은 적의 소굴이 되고 호남은 완전한 지역이 되었으므로, 영남에서 내야할 모든 공부(貢賦)를 점차 호남으로 옮겨 징수하였고, 심지어는 명나라 장수들의 요구에 응하는 것과 조정에서 명나라 주둔군 군량 공급하는 것과 영남의 군량과 경사(京師)에 실어 보내는 물품까지도 모두 호남에 의존하였으니 호남에서 국가에 치력(致力)한 것은 참으로 남김없이 다했다고 이를만합니다. 그런데 정유년 변란에는 호남이 또 버려진 땅이 되었으니 모든 공부의 감면을 의당 영남과 똑 같은 비례로 해주어야 할 터인데 질질 끌어 오늘에 이르러 아무런 구처(區處)도 하지 않아서 정유년의 패망으로써 그 백성둘을 위무해주지 않고 항상 임진년의 완전하던 때와 같이 그 공부(公賦)를 징책(徵責)하고 있습니다.… 백성들은 “‘우리들은 임진년 무렵에 죽을힘을 다하여 관가에 제공했는데 정유년 이후로 관가에서는 옛 노고를 생각해주지 않고 독징(督徵)만 더욱 엄격하게 하고 있다’고 합니다”라고 쓰고 있다.
당시 호남지역 민생의 피폐함은 수은 강항(1567~1618) 의 ‘목죽가(木竹歌)’를 보면 알 수 있다. 집이 바닷가라서 소와 송아지를 팔아 배를 사서 고기를 잡아 부모를 봉양 하려 하고 있는데 관청의 명령으로 나무와 곡식을 나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쓰고 있다.
임란 때 임실 장수 운봉 진안 등에 방어벽을 쳤기 때문에 피해가 적었던 것. 그러나 정유재란으로 전라도 전 지역이 쑥대밭이 되고 많은 백성들이 초근목피로 살아야 했다.
당시 광주지역은 정유재란 후 빈집이 늘어나고 민생이 더욱 피폐해지자 유림들이 광주향교에 모여 1천석의 백미를 국가에 바치면서 성안의(成安義) 홍명원(洪明元) 김류(金煜) 가운데 한 사람으로 광주목사로 제수해주라고 청사 고용후와 명곡 오희도는 상소를 올린다, 이 상소는 나주출신 명곡(明谷) 오희도(吳希道)가 썼는데 바로 그가 담양 명옥헌의 주인이다. 명옥헌은 오희도가 벼슬에서 물러나 산천경개를 벗하며 살던 곳으로 아들 오이정이 선친의 뒤를 이어 이곳에 은거하면서 만든 정원이다
극심한 민생고에 가뭄까지 겹친 와중에 신익전 (申翊全,1605~1660)이 1645년 광주목사로 부임해 1648년까지 재임했다, 신익전은 영의정 신흠의 2남으로 1636년 별시문과에 합격했는데 그해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청나라에 볼모로 갔다가 돌아와 부응교 사인. 사간을 거쳐 광주목사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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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익전 광주목사의 애민정신
백성들이 ‘천년완골’ 비석세워
광주목사로 발령을 받아 관아에 부임해보니 도저히 거둬들일 환곡이 장부상의 수만 수만 곡(斛)이었다. 납세자가 죽거나 이사를 가서 찾을 수 없거나 아전들이 횡령하고 가공의 인물에 체납한 것으로 징수가 불가능 한 것이 태반이었다. 그래서 가구 수를 정확히 조사해 갚을 수 있는 것은 징수하고 징수가 불가능한 조세장부는 한곳에 모아 불태워버렸다. 왕권이 서슬 퍼런 시기에 국가의 국세장부를 불태워버렸으니 배짱이 대단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신익전은 소현세자(昭顯世子)의 죽음으로 한때 위태로운 경우도 있었으나, 충신(忠信)을 생활신조로 삼아 큰 위난을 당함이 없이 자기를 지킬 수 있었다.
신익전이 광주목사 임기를 마치고 승정원 동부승지로 떠날 때 관아에서 남문 밖까지 백성들의 전송행렬이 이어졌다. 그 끝자락에 ‘목사신공익전선정비(牧使申公翊全善政碑’와 ‘천년완골(千年頑骨)’의 비석을 세웠다고 전한다. 천년완골이란 오래오래 뼛속까지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아니었을까?
이 비석은 지금 전남대의과대학 박물관 앞쪽 학동 느티나무(광주광역시시정 기념물 제19호) 옆에 세워져 있는데 다른 글은 없고 ‘목사신공익전선정비’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곳은 지금 대학병원 구내이지만 옛날에는 화순에서 광주를 지나 한양으로 가던 큰 길목으로 논밭이었다. 전남대학교는 몇년전 화순전남대병원과 전남대치과대학병원에도 ‘천년완골’ 복제비를 세워 백성들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신목사의 애민정신을 기리고 있다.
그는 학문에도 뛰어나 관아에서 향교까지 새끼줄을 이어서 종을 치면서 공부하도록 독려했다고 한다.
신익전은 가뭄이 심해지자 손수 기우제문을 지어 무등산 천제단에서 기우제를 지냈는데 기우제문을 보면 눈물이 난다.
“아, 지독합니다. 이 백성들의 고난이 어찌 이처럼 혹독하다는 말입니까? 병자년과 정축년 호란이후로 한 해도 흉년에 고통 받지 받는 해가 없었습니다. 또 국가에 일이 많은 탓에 때 아닌 부역과 부득이한 세금이 매월 발생하는데 남쪽지방은 또 양서(평안도와 황해도) 대신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합니다. 이어 전염병마저 돌아 열에 네다섯은 죽었으니, 장래에 피폐한 백성들을 살릴 희망은 오직 금년 농사에 달렸습니다. 이 오월에 절기도 망종이 지났건만 열흘이 넘도록 해만 쨍쨍 뜨고 비가 오지 않는다 말입니까? …<중략> …하늘은 오직 살리기를 좋아하고 신령도 반드시 그렇건만 이런 재앙의 징조가 보이는 것은 저와 같은 자가 그저 먹고 마시기만 할 뿐 제대로 직분을 수행하지 못한 탓이니 저 서민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중략> …
목민관이 되어 폐단을 제거하고 은혜를 베풀지도 못한 처지에 백성들만 두려움에 떨게 하였습니다. 또 태형을 지키고 구금하는 것으로 태만한 자를 감독하기만 하였을 뿐 간악하고 교활한 자들이 권세를 믿고 수탈하는 것을 또 살피지 못하였으니 이야말로 하늘이 노할 만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 백성들은 노할 만한 실정이 없고 오로지 불쌍히 여길 점만 있으니 오지 하늘을 받드는 신령께서 지성으로 올리는 저의 기도를 어찌 살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중략> …성심으로 바라건데, 산신령께서는 살리기를 좋아하는 하늘의 도를 속히 본받아 가련한 이 백성을 불쌍히 여기시어 단비를 흡족히 내려 온천지에 고루 스며들게 하심으로써 쟁기질 멈추었던 자들이 깊이 밭을 갈고 속수무책으로 있던 자들이 수월하게 모내기를 하도록 해 주소서 <동강유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상도에서 가져간 나락을 되돌려준 일은 없었고 대동법이 도입돼 농사짓는 사람이 없이 토지에 따라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대동법은1608년(광해군 즉위) 경기도에서 처음 시행되기 시작하여 1708년(숙종 34)에 걸쳐 약 100년에 걸쳐 완성된 제도다. 집집마다 부과하던 각종 공납(貢納)과 잡역(雜役)을 토지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토지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을 주었으나 토지는 있으나 농사를 짓지 못하는 경우는 큰 부담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토지세는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결(3,000평)에 쌀 12말~16말 정도이며 효종(1619~1659) 이전에는 지역에 따라 세액이 달랐으나 효종 이후 전국적으로 세액이 같아짐으로써 전라도는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내야 했다. 그래서 보성출신의 우산 안방준 (1573~1654) 선생은 대동법 시행에 반대하기도 했다고 알려진다.
어찌 되었든 지금부터 426년 전 전라도에서 종자나락 2만석이 경상도로 건너간 것은 사실이다. 이를 년 1할의 단리(單利)로 계산해도 1년에 2,000석의 이자가 붙으니 426년이면 이자만 852,000석이다. 원금과 이자를 합하면 872,000석이나 된다. 이를 복리(複利)로 계산하면 엄청난 액수가 된다.
향토사학자 신계 김장수 선생은 “당시 전라도의 세력이 약해 빼앗긴 것이지만 오늘 날 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경상도에서도 고마운 마음이나 가져주었으면 한다."면서 “예나 지금이나 호남의 역할이 대단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문화通 취재팀>
1. 선조실록
선조 25년 임진(1592) 11월 6일(임술)에] 비변사가 곡식을 옮겨 호남과 영남을 구제하는 일을 아뢰니 선조가 명하여 구휼하였고 이듬해는 종자곡식 2만석을 선조의 유지로 전라도에서 경상도로 가져갔다.
3. 김성일 문집
1. 선조 25년 임진(1592) 11월 6일(임술) 비변사가 곡식을 옮겨 호남과 영남을 구제하는 일을 아뢰다.
비변사가 아뢰기를,
“곡식을 옮겨 호남과 영남을 구제하는 일은 전에 김성일(金誠一)의 장계(狀啓)에 의해 이미 행이(行移)하였습니다. 지금 경상좌도 감사(監司)의 장계를 보니, 우도의 곡식을 옮겨 좌도를 구하고 전라도의 곡식을 옮겨 우도를 구하기를 청했습니다. 경상도는 명년 봄에 반드시 구황해야 할 형세라 차차 곡식을 옮겨 운반해 두는 것이 매우 편리할 것이니, 장계대로 시행하도록 삼도 감사에게 행이 해야 합니다. 또 영해(寧海) 등 10고을은 적변이 그리 심하지 않으니 편리한 대로 수합하여 적로(賊路)의 군량을 돕게 하고, 청도(淸道) 등 18고을은 공사(公私)간에 재물이 탕갈되어 군량 및 구황(救荒)이 백계무책(百計無策)이니 민간에 사사로이 저장된 곡식을 넉넉하게 납부시켜 계문(啓聞)하여 상을 주게 하도록 아울러 행이하소서.”
하니, 상이 그대로 따랐다. 【원전】21집 563 면
2. 김성일 문집(1593년, 학봉연보)
유지(有旨)를 내려 특별히 호남에 있는 곡식 2만 섬을 제급(題給)하게 하였다.-
이노가 직산(稷山)에 이르러서 문충공(文忠公)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이 체부(體府)의 정승으로서 임진(臨津)에 머무르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으나, 길이 막혀서 가지 못하고는 다른 사람 편을 통해 선생의 글을 보냈는데, 유 문충공이 선생이 보낸 글과 첩문을 보고는 즉시 계사(啓辭)를 작성해서 계청하였다. 그러자 상께서 가엾게 여겨 특별히 전라도 관찰사에게 명해 2만 섬을 제급하게 하였다. 그러자 선생은 종사관(從事官)을 나누어 보내 수로와 육로로 아울러 운반해 온 다음 여러 고을에 나누어 주어 제때에 씨를 뿌리게 하였다.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