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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3일(화요일)

팬 플루트 연주자 조우상

팬 플루트 하나들고 세상을 떠도는 '바람같은 남자’
팬타곤 연주이야기’ 만들어 매년 150여회 봉사활동
2018. 07.13(금) 10:25확대축소
그를 무어라 불러야 할까? 정확히 말하면 팬 플루트 연주자 또는 팬 플루티스트라고 해야 맞다. 그런데 그를 그렇게만 부르기에는 성이 차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를 가리켜 ‘바람의 소리를 가진 남자’라고 하는 모양인데 그 이름 또한 감칠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바람 같은 남자’라고 부르기로 했다. 안데스 산맥을 넘어 온 바람, 아니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도의 페루 남부 티티카호 (8,288m)를 숨 가쁘게 건너온 바람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팬 플루트 연주자이기에 그렇다.

팬 플루트 연주자 조우상(52)을 말하기 전에 그가 평생을 보듬고 살아가는 팬 플루트란 악기에 대해 알아보자. 팬 플루트는 팬파이프, 또는 판의 피리라고도 부른다. 팬 플루트(panpipe, panflute)란 고대 그리스에서 기원하여 유럽 각국으로 전파되었다. 음높이가 다른 여러 대의 세로피리(縱笛)인 플루트를 보통 평평하게 늘어놓은 것으로 파이프 오르간의 가장 오랜 조상이기도 하다. 그리스 신화의 반수신(半獸神)판이 연주한 데서 이런 이름으로 불리며, 모차르트의 가극 <마적(魔笛)>(1791)에서 파파게노가 갖기 때문에 파파게노의 피리라고도 부른다.

페루의 민속악기로도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팬 플루트를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사람은 서너 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제 막 대중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오늘 만나는 조우상씨도 어쩌면 전문가라는 명칭을 붙이기에는 다소 어색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독학으로 팬 플루트 배워 30년 연주활동

그러나 인터넷 검색창에 팬 플루트와 조우상을 치면 어김없이 인디언복장의 그가 활짝 웃고 있다. 지금까지 가르쳐낸 사람만 100여명이나 되니 훌륭한 팬플루트 선생님이기도 하다. 1년이면 150여회가 넘는 연주회를 하고 특히 올해부터는 ‘찾아가는 음악회’ 단체로도 선정돼 전국에서 순회공연도 갖는다. 매월 넷째주 월요일 오후 6시 30분 상무역 무대에서 팬 플루트를 연주하는 사람이 바로 조우상이다. 지난 4월초에는 ‘펜타곤 연주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광주문화재단의 월요콘서트에도 출연해 갈채를 받았다.
해변에서 팬플루트를 연주하는 조우상


그가 팬 플루트를 처음 만난 것은 스물한 살 때다. 그러고 보니 벌써 30년 전의 일이다. 다섯 친구가 한꺼번에 입대하는 바람에 서울까지 내바람을 갔다가 탑골공원 근처 악기점에서 이상하게 생긴 악기를 보고 주머니를 열었다. 자그마치 6만원이나 했다. 당시 한 달 월급이 12만원이었으니까 반달치 월급을 주고 팬플리트를 산 것이다. 요즘 돈으로 따지면 70, 80만원 정도 되는 셈이다.

팬 플루트를 들고 광주까지 왔지만 지도자는커녕 교재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충장로에 나갔다가 음악사에 들려오는 팬 플루트 곡을 듣고 단숨에 LP판을 구입했다. 당시 흘러나온 곡은 루마니아 출신의 전설적인 팬 플루티스트 게오르그 잠피르가 연주하는 ‘낙원의 새’란 곡이었다.

아름다운 숲과 새소리를 연상시키는 이 곡에 흠뻑 빠져버렸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이 곡을 반복해 듣다보니 귀에 담을 수 있었고 독학으로 연주단계에 이르렀다. 한 달 쯤 되어 연주가 가능해지자 누구에겐가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래서 달려간 곳이 전남대학교 중앙도서관 앞 광장이다. 요즘 말하는 버스킹이라는 것인데 당시에는 그런 단어도 사용하지 않을 때였다. 혼자서 팬 플루트를 연주하고 있는데 젊은 커플이 다가와 한참을 들어주었고 커피까지 한잔 뽑아주고 박수를 쳐주었다. 고마워서 그 곡을 다시 연주하는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얼핏 보아도 30명이 넘는 사람들이었다. 그는 다른 곡을 연주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곡을 되풀이 연주하거나 사이사이에 쉬운 동요를 삽입해 시간을 끌었다.

그렇게 성공적인 데뷔를 마치자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공부하기 시작한 노래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이 곡도 꼬박 한 달이나 걸려 마스터했다. 그리고 당시 유행했던 ‘철새는 날아가고’로 번안된 ‘엘 콘더 파사(El Condor Pasa)’, 레오 로자스의 ‘외로운 양치기’ 등을 죽자 살자 공부해 광주공원이나 사직공원 팔각정을 찾아다니며 연주하기 시작했다.

‘엘 콘더 파사’는 스페인의 200년 폭정에 분노하여 1780년 페루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농민반란의 중심인물인 호세 가브리엘 콘도르칸키(Jose Gabriel Condorcanqui)의 이야기다. 클래식 음악 작곡가인 다니엘 알로미아스 로블레스(Daniel Alomias Robles)가 913년에 작곡한 오페레타 ‘콘도르칸키’ 의 테마 음악이다. 마추피추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잉카인들의 슬픔과 콘도르칸키의 처지를 빗대어 표현한 노래이다.

농민혁명을 일으킨 콘도르칸키는 1년 후인 1781년 체포되어 처형당했다. 그러나 그는 라틴 아메리카의 해방을 상징하는 존재로서, 영웅이 죽으면 콘도르가 된다는 그들의 전설처럼 그도 역시 죽어서 콘도르가 되었다고 잉카인의 후예들은 믿고 있다고 한다.


쇼카 제작 프리랜서 … 인터넷방송도 운영

여기서 잠시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기로 하자. 그는 화순 이서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할머니와 함께 광주로 전학해 광주생활을 시작했다.
광주기계공고를 졸업하고 경남 창원의 화천기계에 입사해 일하다가 군대 입대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하모니카와 기타연주를 잘해 군대생활도 늘 인기 ‘짱’이었다. 여러 차례 포상휴가를 받기도 했으며 손재주가 좋고 글씨를 잘 써 브리핑 차트나 훈련계획서, 교생보고서 등도 모두 그의 차지였다. 어려서 만들기를 좋아해 나무를 깎아 손수 칼이나 활을 만들어 친구들과 놀기도 했다. 이런 취미가 훗날 자신의 인생에 큰 도움을 주게 된다.

군 제대와 함께 포항제철과 여수 LG화학, 아시아자동차에 원서를 넣었는데 운 좋게도 모두 합격했다. 지금 같으면 당연히 포항제철이나 여수 LG화학 등 대기업에 취업했겠지만 장남으로서 고향을 떠나는 일이 쉽지 않아 광주에 눌러 앉았다. 24살 때의 일이다. 동기생 200명과 함께 아시아자동차에 취업해 일하고 있는데 6개월 후 생산직이 아닌 생산관리직으로 차출 되었다. 화천에서 일했던 경력과 특유의 리더십이 평가를 받아 관리직으로 전환된 것.

그는 곧바로 회사 내에 ‘팬아회’란 아시아자동차 팬플루트 동호회를 결성했다. 회원은 그에게 팬 플루트를 배운 남녀 회사원 30명이었는데 결성 1년 만에 회사 안에서 작은사랑음악회를 열어 대 히트를 기록했다. 김선홍 사장을 비롯 공장장이 직접 나서 팬 플루리트 동호회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높은 사람과 친해질 수 있는 모임이 되다보니 ‘회장자리’에 눈독을 들인 사람들이 많았다.
조우상은 그때부터 동호회 활동을 접고 바깥으로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광주 시민회관과 사직공원 등에서 주로 연주활동을 폈는데 고정 팬이 생길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낮에는 훌륭한 직장인이고 저녁이나 휴일이면 시민들을 위해 음악을 선물하는 봉사자로서 행복한 삶을 살았다.

아시아자동차 디자인실에 근무할 때는 국민대 대학원 자동차디자인과에 들어가 공부도 계속했다. 그가 디자인실에서 했던 일은 디자이너가 설계한 모형을 진흙으로 자동차의 외형을 만드는 모델링 작업이었다.
그런데 IMF이후 아시아자동차가 기아자동차에 흡수되면서 연구소 직원들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는 무남독녀였던 부인의 만류도 있어 2000년 34세의 젊은 나이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처음 1년은 자동차 회사의 프로젝트에 참가해 돈을 벌면서 대학원을 마쳤다. 그때 참여했던 프로젝트가 서울 모터쇼에 참가하는 쇼카 제작 프리랜서나 대우자동차와 현대 자동차 EF소나타 실내 인테리어, 그리고 용인자동차 경주차량 개발 등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계속할 수 없어 광주로 내려와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바로 그것이 팬시용품 제작이다. 남평에 30평짜리 공장까지 짓고 조각칼이나 문구용품 등을 제작해 납품했는데 고철파동이 나면서 2년 만에 거덜이 났다.

그래서 다시 시작한 것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납품하는 교구장이었다. 교구장 시장은 1,2개 업체가 독점하고 있어 거래처를 뚫기가 쉽지 않았지만 틈새전략으로 경쟁대열에 뛰어들었다. 제품생산에서부터 페인트를 칠하는 일, 인테리어까지를 혼자서 해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5개 업체 납품에 성공했다. 초중고 납품업자도 만나 필요한 교구장을 만들어 공급했다. 그러나 납품업체이다 보니 마진이 적어 자체 브랜드로 생산하게 되는데 이 또한 홈페이지 제작 외에 프로그램 제작에서부터 포토샵, 3D맥스까지를 혼자서 해결했다.

인터넷 시장을 검색해 유치원과 초등학생용 교구장을 만들었는데 아이들이 직접 칠을 하고 피스조립까지 가능하도록 설계해 대박이 났다. 그러나 그런 호강이 계속되지는 않았다. 2016년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예산이 삭감되면서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누리예산이 삭감되다보니 원장들이 거액을 들여 교구장을 구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그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준 것이 인터넷방송이었다. 2000년대 초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시작한 인터넷 방송 국내외 회원이 무려 3만여 명에 이른다. 사업대신 인터넷 방송에 올인하면서 다시 팬플루트를 들고 버스킹을 시작했다. 2014년 한해만 무려 120여회가 넘는 공연을 했다.

공연을 계속하면서 더 많은 층의 관객을 확보하기 위해 금호평생교육원의 동화구현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여기서 동화연구가 박애정 선생을 만나게 된다. 조우상은 박선생의 도움으로 ‘굿모닝 양림’ 버스킹 공연에 출연해 대히트를 기록했다.
곳곳에서 팬플루트 강좌를 요청해왔다. 서구문화센터, NC백화점, 봉선동 공유센터 등에서 무려 80여명을 지도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0여명은 4년차가 넘는 베테랑들이다.
그가 즐겨 연주하는 곡은 ‘철새는 날아가고’ ‘외로운 양치기’ 이외에 영화 OST ‘The last of the Mohicans’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히트팝송 ‘Nella Fantasia’ 등이다.
오카리나 연주자 고은영씨와 함께


그는 지금도 이들 회원들과 함께 1년에 150여회의 봉사활동을 다닌다. 장애인 단체인 ‘실로암센터’를 비롯해 매일 500여명이 모이는 금남로 4가역, 빛고을 건강타운, 효덕동 공유센터, 재능기부센터, 빛고을건강타운 등을 돌고 시간이 나면 다문화가족 결혼이나 아이들의 돌잔치에서 선뜻 함께 해준다.
2년여 전부터는 이탈리아 전통악기인 오카리나 연주자 고은영씨(57)을 만나 함께 하는 시간도 많다. 고씨는 2016년 광주U대회 때 15,000명이 함께하는 오카라니 연주로 기네스북에 도전했던 오카라나 연주가다. 그와 함께 ‘고은영+조우상 달빛음악회’도 열었고 인간의 오감(五感)을 100% 만족시키겠다는 큰 꿈으로 ‘팬타곤 연주이야기’라는 모임을 결성해 전국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국회원은 270명으로 이들 회원 가운데는 팬플루트 오카리나 연주자 말고도 해금, 바이얼린, 요들송 주자들이 참여해 가는 곳마다 ‘앙코르’를 받는다.

‘팬타곤 연주이야기’ 회원들은 서울, 대전, 부산, 울산 전북, 통영 등지에 분포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각 지역별로 활동하면서 교류공연이나 합동공연을 통해 우의를 다진다. 경상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꿈&꾼’ 멤버들은 광주에서도 상당한 팬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올해부터 국가 공모
‘찾아가는 음악회’에도 참여

팬타곤 연주 이야기는 담양 메타세콰이길이나 매월 네번째 월요일 6시 30분 상무역 공연, 금남로 4가역, 광주공원 등지에서 계속된다. 올해부터는 국가 공모사업인 ‘찾아가는 음악회’ 연주단체로도 선정돼 전국 공연에 나선다. 그는 2년째 팬 플루트 동호회 밴드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사단법인으로 등록. 전국 지부를 둔 모임체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음악으로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오래도록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팬타곤 연주이야기’는 음악봉사 이외에도 초록어린이재단과 자매결연을 하고 입양되기 전의 아이들 300여명에게 후원금을 전해왔다. 이 후원금은 버스킹 때 관객들이 감동으로 표시한 성금들이다. 그가 초록어린이재단에 애정을 쏟고 있는 것은 아들 어진(24) 하준(22) 키우면서 남모를 어려움도 겪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팬 플루트는 가격이 궁금했다. 최저는 3만원에서 300만원까지로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보급용은 20~30만원 선이다. 조씨가 가지고 있는 팬 플루트는 얼마나 될까? 어려서부터 나무를 깎아 칼을 만들었던 그는 이 악기도 손수 만들었다는데 “시중에 나와 있는 어떤 팬 플루트와도 바꿀 수 없다”며 팬 플루트를 입에 물었다. 참으로 소리가 청량하다. 알프스의 산맥을 되돌아 나오는 바람소리, 바람 같은 남자 조우상의 이야기다.

<박원지 기자 >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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