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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3일(일요일)

<현동칼럼> 여행의 별미는 신비한 이름이다
2018. 05.09(수) 17:22확대축소
여행의 별미는 신비한 이름을 만나는 재미다. 나중에 외롭거나 힘들 때, 그 이름을 부르면 이름 속에 잠들어있던 비밀스런 추억이 우리를 감싼다. “…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 <꽃/김춘수>” 향기도 느껴진다. 올레 7-1코스에 있는 ‘엉또폭포’는 이름부터 신비스럽다. 별명도 ‘비밀의 폭포, 신비의 기도처’다.

서귀포 대신중학교 근처에서 길을 물었다. 한가로이 앉아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일어나서 방향을 가리켜주며 엉또폭포를 왜 가는지 물었다. “좋다면서요!”했더니 “좋긴 한데, 지금은 물도 없을 텐데…, 좀 엉뚱한 폭포지요!” 말한다. ‘물이 없다니, 물이 안 떨어지는 폭포?’ 생각도 못했다. 무등산 시무지기 폭포가 장마철에만 폭포수를 볼 수 있다더니!

정말 물이 없었다. 신록 짙은 깊숙한 숲 가운데 울퉁불퉁 바위가 병풍처럼 서있다. 폭포 물이 안 가려주니 붉은 바위 절벽이 맨몸을 그대로 드러냈다. 저 아래 밑바닥 웅덩이에 고인 물이 그나마 콸콸 물을 쏟았던 흔적이다. 관광객 발길대신 바람 소리가 맞는다. 소나무 숲에서 “기익긱기익 기익긱기익” 황조롱이 우는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보이진 않는다. 어떻게 ‘정지비행의 명수,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인 줄 아느냐. 자세한 설명문이 나무에 붙어있다. “우는 소리가 특이하다. ‘기익긱기익 기익긱기익’” 음절 하나하나 틀리지 않게 발음한다.

폭포 옆에 ‘키스 동굴’이 있다. 갑자기 무슨 ‘키스’? 안을 들여다보니 캄캄하다. 스마트폰 전지를 켜고 들어가 본다. 15m는 될 만큼 길다. ‘이곳에서 일하던 인부들이 눈 오는 날 심심해서 파놓은 동굴, 연인들이 이곳에서 키스를 하면 백년해로를 한다.’는 스토리가 붙어있다. 관광객을 끌기 위한 스토리텔링이겠지, 다행히 ‘신비의 기도처’란 별명에 흠되지 않을 듯하다.

진짜 재미는 내려오는 길에 들른 무인카페였다. ‘석가려(夕佳廬)’, 어려운 이름이다. ‘저녁이 아름다운 오두막집’이라고 새겨 기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엉뚱하게도 이곳에서 물이 콸콸 흐르는 엉또 폭포를 만난다. 카페 안 폭포 쪽 벽면에 길게 액자처럼 붙어있는 비디오 화면, 엉또폭포가 엄청나게 물을 뿜어내고 있다. 소리는 없다. 같은 영상이 몇 분 간격으로 되풀이 된다. 아 이렇구나! 진짜 물 흐르는 엉또폭포가!

폭포 숲이 내려다보이는 창문 옆에 비닐 포장한 시 노트가 열댓 장 놓여있다. <방문객 / 정현종> 시도 보인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 ” 비밀스러운 엉또 폭포에 방문객으로 온다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다. 옛사람이 풍치 좋은 정자에 머무르며 시 한 수 남기고 떠나듯, 방문객은 사연을 남겼다. 사연 쪽지들은 마치 담쟁이 잎사귀처럼 사방 벽을 촘촘히 덮었다.

방문객은 신비의 기도처에서 무엇을 기도했을까. 이곳을 거쳐 간 수천 수 만 인연을 상상해본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입니다. 여기 와 행복을 얻고 갑니다.” <방문객> 시에서 두 구절을 빌렸다. ‘2018년 4월18일’ 날짜를 마저 적어 쪽지들 사이에 끼워 넣는다. 언제 이곳을 다시 방문할 수 있을까.

이제 5월, 천리 밖에서 ‘엉또 폭포!’ 이름을 불러본다. ‘신록 숲 능선, 맨몸 드러낸 절벽바위, 잔잔한 바람소리, 캄캄한 키스동굴, 솔향기, 기익긱기익 황조롱이 소리’, ‘행복을 얻고 갑니다’ 쪽지 글까지---. 수 천 수 만 인연을 품은 신비로운 기운이 천리 시공을 감싼다.

김종남<언론인>

김종남 위원 mht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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