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이 찡해지는 이야기 '바나나와 초콜렛'
남화토건 김동기 과장, 수필집 출간
| 2018. 02.05(월) 21:58 |   |
|
그러나 여기, 10년이 아니라 40년 동안 한 사람의 운전기사로 살면서 지금은 사장과 사원이 아니라 형제처럼, 친구처럼 살아가는 ‘영원한 현역’이 있다, 남화토건 김동기 과장. 그가 최근 틈틈이 썼던 글을 모아 ‘바나나와 초콜릿’이란 수필집을 발간했다.
6.25 직후 우리 모두가 가난한 삶을 살고 있을 때 그는 화순동복초등학교에 다니다가 끝내 졸업장을 받지 못하고 학교를 떠났다. 5학년때의 담임선생이 집에 까지 찾아와 광주서중에 들어갈 수 있다며 부모님을 설득했지만 형편이 안 돼 포기해야 했던 한 많은 사람, 김동기 과장, 그는 친구들이 졸업하던 날 땔감나무를 하기 위해 산에 올라 혼자서 목이 터져라 졸업식 노래를 불렀다. 반은 눈물이었고 반은 피멍이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부르는 콧노래가 졸업식 노래다.
화순동복초등학교 100주년 기념문집에 이 슬픈 이야기를 썼고 51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그에게는 대학졸업장, 박사학위보다 더 귀한 졸업장이었다. 이 이야기는 남화토건 사보에도 게재되었고 모든 사원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었고 이런 아픔을 알 리 없었던 자녀들이 ‘장한 아버지’로 추앙하는 계기가 되었다,
|
이번에 출간한 ‘바나나와 초콜릿’은 그날 이후 틈틈이 써온 이야기들이다. 물론 ‘ 끝내 받지 못한 졸업장’이라는 글이 맨 처음에 실렸고 표제작 ‘바나나와 초콜릿’은 어머니와의 추억담이다. 모처럼 부모님 모시고 서울구경을 갔던 날 세상에 태어나 바나나를 처음 먹어본 어머니가 했다는 말이 “세상에 이런 맛난 것이 어디 있다냐?” 는 것이다. 지금도 그는 바나나만 보면 어머니 생각을 한단다.
초콜릿 이야기는 6.25 전쟁이후 미군부대에서 던져 준 초콜릿을 집에 들고 왔는데 고약인줄 알고 기계독이 났던 형의 머리에 초콜릿을 붙였다는 ‘눈물겨운 이야기’다. 어찌 보면 솔직하고 어찌 보면 부끄러운 이야기를 아무 스스럼없이 꺼내는 바람에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김동기 과장은 일흔이 넘은 지금도 현역으로 근무하면서 은퇴이후 외로운 노인들을 위로하기 아코디언 연주에 몰두하고 있다. 자신은 배우지 못했지만 의사아들, 교수 며느리를 얻었고 딸들도 잘 키워 이 사회의 훌륭한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 그러나 그 속에 담긴 한사람의 꾸밈없는 이야기는 그와 같은 사대를 살았던 모두의 눈시울을 적시기에 충분하다.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