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11.17(토) 21:04
문화일반 문학/출판 문화화제 전시 공연 영화 연예 특별기고 예술인동정 이슈
2018년 11월 19일(월요일)

<현동칼럼> 외우다시피 읽고 또 읽은 적 있나요?
2018. 01.20(토) 09:04확대축소
중고서점 알라딘은 참 쓸모가 많은 곳이다. 중고 책 사는 곳을 넘어 시간 때우기 장소로 그만이다. 광주충장로 2가, 알라딘충장점은 도심에 약속이 있을 때 가까워 들르기 쉽다, 약속시간에 여유가 있을 때마다 들러 이 책 저 책 훑어보고 여유를 즐긴다. 커피 대신 킬링타임을 하는 북 카페인 셈이다.

문 열고 들어서자 널찍한 독서 테이블이 맞는다. 열 댓 명이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지난번 읽었던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찾아보았다. 그동안 팔렸는지 안 보인다. 검색창에 ‘유시민’ 대신 ‘사람, 어찌 사는가’를 넣어 보았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십여 권 뜬다. 만화본까지 있다. 읽다보니 어릴 적 읽고 감동했던 단편이 되살아난다. 아, 그 유명한 단편! 제목이 이랬었구나, 이제야 알았다.

오늘은 알라딘에서 책을 한 권 팔았다. 오래토록 알라딘에 드나들면서 내 책을 팔아보기는 처음이다. <삼국유사>. 6천원을 받았다, 책을 팔아 돈을 받다니, 신기한 기분이다. <삼국유사>는 몇 년 전 책읽기 모임에서 샀던 책이다. 너무 두꺼워 <젊은 지성을 위한 삼국유사>를 구해 읽었었다. 며칠 전 버리려다 보니 너무 깨끗해 알라딘에 가져와 본 것이다.

덕분에 밑줄을 그은 책은 팔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았다. 책을 팔아 돈이 생기는 신기한 체험은 <삼국유사> 한 번으로 끝난 것 같다. 밑줄 긋기 좋아하는 책읽기 습관 때문이다. 서재에 짐이 되는 책을 줄이려면 지금까지 하던 방식대로 고물상에 무더기로 넘겨주거나 재활용장에 몇 권씩 버리는 식으로 정리할 수밖에 없다.

알라딘이 주는 가장 큰 쓸모는 역시 책을 사는 재미이다. 뜬금없이 보물(?)을 만날 수 있다. 보물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다만 그게 무엇이든, 싸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고급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값이다. 머릿속에서 계산기 두드려 볼 필요가 없다. 지난번엔 무등도서관에서 <월든>을 빌려보다가, 아예 한 권 사려고 알라딘에 갔었다, <월든>은 없었다.

대신 <소로우의 일기>가 있었다. 단돈 3천원이다. 읽을수록 재미를 느낀다. 3천 원짜리 전복에서 30만 원 짜리 진주를 발견한 느낌이다. 맘에 드는 문장마다 밑줄을 그었더니 밑줄투성이가 되었다. 오늘도 책을 한 권 샀다. 신영복 옥중서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5천9백 원을 지불했다. <삼국유사>를 주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얻었는데도 오히려 1백 원이 남았다.

신영복선생(1941~2016) 2주기가 1월 15일이다. <감옥으로부터-->는 신영복선생이 27살(1968년)때부터 20년 20일 동안 감옥에서 썼던 글이다. 우리라면 신문지만한 창문 하나밖에 없는 옥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무기징역수 신영복은 “책을 읽는 다기 보다 거의 외우다시피 읽고 또 읽었다”. 주역과 노자 도덕경 논어 맹자 한비자 등 ‘동양고전을 좋아한 이유도 한 권이면 몇 달씩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난중일기>, <네루의 옥중서간집>, <중용>, <주역>, <맹자>, <춘추>, 율곡의 <공론>, 허균의 <호민론>, 사마천의 <십팔사략>, <실학>, <도덕경>,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 등 등, 제목만 읽기도 숨차다.

‘책을 외우다시피 읽고 또 읽어’본 적 있나? 옥방에 갇히지 않으면 얻기 힘든 체험이다. 밑줄 친 대목을 여러 번 읽는 것으로 대신한다. “옥뜰에 서 있는 눈사람, 연탄조각으로 가슴에 박은 글귀가 섬뜩합니다. ‘나는 걷고 싶다.’ 있으면서도 걷지 못하는 우리들의 다리를 깨닫게 하는 그 글귀는 단단한 눈뭉치가 되어 이마를 때립니다.”

김종남 위원 mhtong@hanmail.net

이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개)
이 름 비밀번호 이메일
이모티콘
제 목
내 용
김종남 칼럼 주요기사
길고 오래갈 ‘소확행’은 무엇인가 지금 이 순간, 틱 낫한 스님을 만나다
예상치 못한 역에 내려 본적 있는가 태어난 이유를 꼭 알아야 하는 까닭
'늘 그렇게, 푸른 침묵으로 우리를 지켜주소서… 하루하루가 ‘멈추고 싶은 순간’이 된다
왜 오름을 오르나 여행의 별미는 신비한 이름이다
‘인생열차’ 언제 내릴지 알게 되면….“하루 8시간씩 대하소설 읽는다”
최신 포토뉴스

드영미술관장 초청 …

영한아트컴퍼니 단막…

청년작가 박성완 초…

특집기사 전라도문화수수께끼
통발굴 전남의 마을 1박 2일
인물 해외통신원 리포트
 2018. 11 
123
45678910
11121314151617
18192021222324
252627282930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1일 2일 3일 4일 5일
6일 7일 8일 9일 10일
청년작가 박성완 초대전
드영미술관장 초청 미술관 이야기
길고 오래갈 ‘소확행’은 무엇…
베스트셀러 '콜드 스킨' 영화로…
영한아트컴퍼니 단막 창극 공연
웰빙 라이프
광주-서울 항공요금 4만 1천원으…
한국공항공사(사장 김석기)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과 함께 23일부…
광주-제주 저가항공 신규 운항 시…
호남권 최초 저비용항공사인 티웨이항공이 4일 오전 7시 TW901편을 시작으로 …
인사말 | 회사개요 | 회원약관 | 개인보호정책 | 청소년보호정책 | 공지사항 | 광고문의 | 기사제보 |

Copyright ⓒ . 제호 : 문화통. 관리자에게 mhtong@hanmail.net for more information

사단법인 광주문화발전소 발행인 겸 편집인 : 지형원 등록번호 : 광주아 00031 등록일자 : 2008년 12월 31일

주소 : [61475] 광주광역시 동구 중앙로 196번길 8 오송빌딩 301호 제보 및 각종문의 : 062-226-5511 FAX : 062-226-1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