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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3일(일요일)

<현동칼럼> 외우다시피 읽고 또 읽은 적 있나요?
2018. 01.20(토) 09:04확대축소
중고서점 알라딘은 참 쓸모가 많은 곳이다. 중고 책 사는 곳을 넘어 시간 때우기 장소로 그만이다. 광주충장로 2가, 알라딘충장점은 도심에 약속이 있을 때 가까워 들르기 쉽다, 약속시간에 여유가 있을 때마다 들러 이 책 저 책 훑어보고 여유를 즐긴다. 커피 대신 킬링타임을 하는 북 카페인 셈이다.

문 열고 들어서자 널찍한 독서 테이블이 맞는다. 열 댓 명이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지난번 읽었던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찾아보았다. 그동안 팔렸는지 안 보인다. 검색창에 ‘유시민’ 대신 ‘사람, 어찌 사는가’를 넣어 보았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십여 권 뜬다. 만화본까지 있다. 읽다보니 어릴 적 읽고 감동했던 단편이 되살아난다. 아, 그 유명한 단편! 제목이 이랬었구나, 이제야 알았다.

오늘은 알라딘에서 책을 한 권 팔았다. 오래토록 알라딘에 드나들면서 내 책을 팔아보기는 처음이다. <삼국유사>. 6천원을 받았다, 책을 팔아 돈을 받다니, 신기한 기분이다. <삼국유사>는 몇 년 전 책읽기 모임에서 샀던 책이다. 너무 두꺼워 <젊은 지성을 위한 삼국유사>를 구해 읽었었다. 며칠 전 버리려다 보니 너무 깨끗해 알라딘에 가져와 본 것이다.

덕분에 밑줄을 그은 책은 팔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았다. 책을 팔아 돈이 생기는 신기한 체험은 <삼국유사> 한 번으로 끝난 것 같다. 밑줄 긋기 좋아하는 책읽기 습관 때문이다. 서재에 짐이 되는 책을 줄이려면 지금까지 하던 방식대로 고물상에 무더기로 넘겨주거나 재활용장에 몇 권씩 버리는 식으로 정리할 수밖에 없다.

알라딘이 주는 가장 큰 쓸모는 역시 책을 사는 재미이다. 뜬금없이 보물(?)을 만날 수 있다. 보물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다만 그게 무엇이든, 싸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고급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값이다. 머릿속에서 계산기 두드려 볼 필요가 없다. 지난번엔 무등도서관에서 <월든>을 빌려보다가, 아예 한 권 사려고 알라딘에 갔었다, <월든>은 없었다.

대신 <소로우의 일기>가 있었다. 단돈 3천원이다. 읽을수록 재미를 느낀다. 3천 원짜리 전복에서 30만 원 짜리 진주를 발견한 느낌이다. 맘에 드는 문장마다 밑줄을 그었더니 밑줄투성이가 되었다. 오늘도 책을 한 권 샀다. 신영복 옥중서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5천9백 원을 지불했다. <삼국유사>를 주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얻었는데도 오히려 1백 원이 남았다.

신영복선생(1941~2016) 2주기가 1월 15일이다. <감옥으로부터-->는 신영복선생이 27살(1968년)때부터 20년 20일 동안 감옥에서 썼던 글이다. 우리라면 신문지만한 창문 하나밖에 없는 옥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무기징역수 신영복은 “책을 읽는 다기 보다 거의 외우다시피 읽고 또 읽었다”. 주역과 노자 도덕경 논어 맹자 한비자 등 ‘동양고전을 좋아한 이유도 한 권이면 몇 달씩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난중일기>, <네루의 옥중서간집>, <중용>, <주역>, <맹자>, <춘추>, 율곡의 <공론>, 허균의 <호민론>, 사마천의 <십팔사략>, <실학>, <도덕경>,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 등 등, 제목만 읽기도 숨차다.

‘책을 외우다시피 읽고 또 읽어’본 적 있나? 옥방에 갇히지 않으면 얻기 힘든 체험이다. 밑줄 친 대목을 여러 번 읽는 것으로 대신한다. “옥뜰에 서 있는 눈사람, 연탄조각으로 가슴에 박은 글귀가 섬뜩합니다. ‘나는 걷고 싶다.’ 있으면서도 걷지 못하는 우리들의 다리를 깨닫게 하는 그 글귀는 단단한 눈뭉치가 되어 이마를 때립니다.”

김종남 위원 mht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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