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12.19(수) 23:38
문화일반 문학/출판 문화화제 전시 공연 영화 연예 특별기고 예술인동정 이슈
2018년 12월 20일(목요일)

<현동칼럼>“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은?
2018. 01.05(금) 14:29확대축소
시내 큰 문구점에 들러 2018년 일기장을 샀다. 새해가 한 달이나 남았을 때다. 일찍 한 해를 선물 받은 듯 뿌듯하다. 밤색 겉장이 가죽표지처럼 부드럽다. 날짜만 다른 백지 365페이지, 거기에다 세계시차표, 상용한자일람표, 세계지도 등 등 웬만한 책만큼 두툼하다. 값도 1만원이 넘었다.

매일 한 페이지씩 빼지 않고 일기를 쓰기 시작한 때가 언제부터였나. 2011년부터 한 해에 한 권씩, 이제 8권 째이다. 그전엔 꼬박꼬박 일기 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며칠 씩 빠지고, 오랫동안 쓰기 싫어질 때도 있었다. 만년필을 잡고 일기장을 열었는데 머리가 백지장처럼 하얗게 비어버리는 날도 있었다. ‘오늘 무얼 했지? 하루가 갑자기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 느낌’이 드는 날이다.

습관의 힘은 위대하다. 십 여 년 날마다 쓰다 보니 일기 쓰는 시간이 좋아졌다. 요즘은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 일기 쓰는 시간이다. <월든> 작가 소로(1817~1862)의 유난한 일기사랑이 생각난다. “일기를 쓰기 위해 살고 있는 게 아닐까하고 두려워했을 정도였다”. 소로는 에머슨의 권유로 20세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 폐결핵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24년간 모두 39권(2백만 단어)을 썼다.

월든 호숫가 오두막생활(28세부터 2년2개월2일 동안) 체험담, <월든>도 20세부터 17년간 쓴 일기장을 바탕으로 37세(1854년)때 발간했다. 20세에 하버드를 졸업한 천재, 소로가 황금 찾아 서부로 떠나지 않고 그 조용하고 작은 콩코드 마을을 평생의 거주지로 삼을 수 있었던 것도 일기쓰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24세(1841년 2월8일)소로는 이렇게 쓴다. “나의 일기는 추수가 끝난 들판의 이삭줍기다. 일기를 쓰지 않았더라면 들에 남아서 썩고 말았을 것이다.---- <소로우의 일기(Thoreaw’s Journals) 오델 세퍼드 편집, 윤규상 옮김> ”

일기장을 연다. 오늘도 ‘하얀 페이지’가 펼쳐진다. 새해가 지난 오늘도 1월1일처럼 새날이다. 새해가 1년에 한 번 사람이 정한 매듭이라면 오늘 하루는 24시간마다 하늘이 정한 매듭이다. 보름 만에 10미터나 자라는 대나무는 매듭이 있어 거센 폭풍을 부러지지 않고 버텨낸다. 우리 인생도 일 년에 365개의 하루라는 매듭이 있어 거친 세파를 견뎌낸다.

날마다 일기는 24시간마다 새로운 매듭을 짓는 일이다. 9살 때 전신화상을 입어 죽다 살아난 세계적 강연가 존 오리어리(39)는 ‘사람은 살아있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며 ‘24시간마다 굿 뉴스(good news)를 만난다’고 말한다. “24시간마다 새로운 하루(new day)가 오니 굿 뉴스(good news)”라는 풀이이다. 아침마다 맞는 ‘굿 뉴스’를 저녁에 매듭짓는 일이 일기쓰기이다. 굿 뉴스도 일기로 기록해야 매듭이 된다.

새해가 왔다. 365개의 옛 매듭을 한 권 역사책으로 묶고 새로운 365일을 연다. 옛 일기장은 비밀 역사책처럼 재미있다. 혼자만 아는 비밀역사다. 비결서를 훔쳐보듯 옛 일기장을 훑어본다. 1월1일은 언제나 새로운 마음 다짐이다. 2017년 ‘썩지 않도록 매일매일 모과처럼 나를 닦자’, 2016년 ‘筆則道生’ (필즉도생 ; 글로 쓰면 길이 생긴다), 2015년 ‘隨處作主’ (수처작주: 가는 곳마다 그곳의 주인이 되라), 2014년 ‘원래 내 것은 없다, 고통 괴로움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자’.

올 1월1일은 무슨 다짐이었나. ‘인생여행에서 가장 큰 유산은 일기장이다’. 새해 다짐은 꼭 결과를 요구하는 다짐은 아니다. 1년간 동반할 친구이다. 새 페이지를 펼치고 만년필을 쥔다. 마치 요술지팡이를 손에 쥔 소년처럼 행복하다. 하얀 종이위에 사각사각 까만 글씨들, 어디든 내 마음먹은 대로 날아간다. 삭풍이 부는 추운 겨울, 불을 피워놓은 화로를 안고 있듯 마음이 훈훈해진다.

김종남<언론인>

문화통 mhtong@hanmail.net

이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개)
이 름 비밀번호 이메일
이모티콘
제 목
내 용
김종남 칼럼 주요기사
길고 오래갈 ‘소확행’은 무엇인가 지금 이 순간, 틱 낫한 스님을 만나다
예상치 못한 역에 내려 본적 있는가 태어난 이유를 꼭 알아야 하는 까닭
'늘 그렇게, 푸른 침묵으로 우리를 지켜주소서… 하루하루가 ‘멈추고 싶은 순간’이 된다
왜 오름을 오르나 여행의 별미는 신비한 이름이다
‘인생열차’ 언제 내릴지 알게 되면….“하루 8시간씩 대하소설 읽는다”
최신 포토뉴스

우영인 보성 우종미…

소프라노 정수희

‘소확행’을 표현한…

광주문화재단 문화…

드영미술관 기획 ‘…

특집기사 전라도문화수수께끼
통발굴 전남의 마을 1박 2일
인물 해외통신원 리포트
 2018. 12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29
3031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1일 2일 3일 4일 5일
6일 7일 8일 9일 10일
‘위시업’ 12월 흥행가 대미 뮤…
‘소확행’을 표현한 ‘NAZZAM…
전통풍무연구회 초청, '광대와 함…
‘광주다움 + 관문형 ’ 광주폴리…
아시아컬처마켓 파트너스데이 연다
오승희 시집 ' 금조개의 외출' …
드영미술관 기획 ‘연상(聯想)展’…
‘도미야마 다에코, 광주의 피에타…
'산타와 호두까기 인형' 공연
2018 광주문화예술상 수상자 8…
웰빙 라이프
광주-서울 항공요금 4만 1천원으…
한국공항공사(사장 김석기)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과 함께 23일부…
광주-제주 저가항공 신규 운항 시…
호남권 최초 저비용항공사인 티웨이항공이 4일 오전 7시 TW901편을 시작으로 …
인사말 | 회사개요 | 회원약관 | 개인보호정책 | 청소년보호정책 | 공지사항 | 광고문의 | 기사제보 |

Copyright ⓒ . 제호 : 문화통. 관리자에게 mhtong@hanmail.net for more information

사단법인 광주문화발전소 발행인 겸 편집인 : 지형원 등록번호 : 광주아 00031 등록일자 : 2008년 12월 31일

주소 : [61475] 광주광역시 동구 중앙로 196번길 8 오송빌딩 301호 제보 및 각종문의 : 062-226-5511 FAX : 062-226-1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