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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9일(월요일)

<현동칼럼> ‘야수욕’ 해본 일 있습니까?
2017. 08.15(화) 21:07확대축소
'야수욕’을 해본 일이 있는가? ‘야수욕(夜水浴)’은 사전에 없는 말이다. ‘밤에 하는 해수욕’을 한자 뜻으로 맞춘 말이다. 얼마 전 시목해수욕장에 갔다. ‘시목(柿木)’, 이름도 멋있다. 옛날엔 감나무(柿木)가 많았단다. 지금은 달맞이꽃 해당화 소나무 ‘숲길’에 둘러싸인 풍광 좋은, 도초도(都草島) 최남단 해수욕장이다.

밤 9시 너머 초승달이 막 서쪽 능선으로 넘어간다. 바닷물은 멀리 빠져있다. 캄캄해서 백사장 끝이 안 보인다. 수영복 안 입었다고 눈총줄만한 사람 하나 없다. 신발 위에 반바지 티셔츠 벗어 놓는다. 바다엔 깊이 들어갈 필요도 없다. 허리께 물이 오면 앉는다. 목까지 잠긴다. 따뜻한 바닷물이 몸을 감싼다. 하늘엔 별들이 많기도 하다. 큰 국자 모양 일곱별 북두칠성이 찬란한 북극성을 가리켜보인다.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 밤이 깊을수록 /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 나는 어둠속에 사라진다 // 이렇게 정다운 / 너 하나 나 하나는 / 어디서 무엇이 되어 / 다시 만나랴 ” - <저녁에>, 김광섭(1905~1977)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화백의 명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떠오른다. 이웃 섬, 안좌(安佐)에서 백 년 전 태어난 수화가 젊은 시절 바라본 그 별밤하늘이 바로 이 하늘이었으리라. 이 고향의 별밤이 ‘어디서 무엇이 되어---’ 그 많은 점들로 승화했겠지. 잔잔한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별 가득한 밤하늘을 쳐다보며 밤바다와 하나가 된다.

도초도는 목포에서 2시간여 카페리를 타야 닿는 섬이다. 카페리는 잔잔한 다도해 크고 작은 푸른 섬들 사이를 헤치며 나아간다. 섬은 역시 배를 타고 건너야 섬이다. 섬을 찾는 관광객 수가 급증한다고 한다. 왜 오기 힘든데도 배타고 굳이 찾아올까? 수평선으로 둘러싸인 섬은 해방이다. 사람들은 배를 타면서 일상을 육지에 내려놓는다. 해방이다. 마음 속 스트레스는 달리는 배에서 바닷바람에 날려버린다.

“태어나 보니 섬이었다. … 나는 바다에 갇힌 것이 아니다. 바다를 향해 나의 모든 문이 열려 있는 것이다. 나는 수인이 아니라 자유인이다.…이 너무 큰 자유, 감당할 수 없는 크기의 자유 … 섬은 작을수록 바다는 크다.… ” ‘언어의 마술사, 문장의 천재‘라 불리는 언론인 김성우(1934~ )가 자전적 수필 <돌아가는 배>에서 읊은 섬 찬가다. 그는 통영 옆 욕지도(欲知島)라는 작은 섬에서 태어났다.

도초도는 해안선 길이가 42km나 되는 작지 않은 섬이다. 욕지도보다 3배나 넓은, 우리나라 섬 중에서 13번째 크기이다. 바로 2백m 사이를 두고 약간 큰 비금도(飛禽島)와 부부처럼 붙어있다. 아취형 연도교를 건너 비금으로 건너간다. 비금(飛禽)에는 바둑 천재 ‘이세돌 바둑기념관’이 있다. 그가 공부하던 비금초등학교가 아예 그의 기념관이 되었다. 섬에서 세계로 날아오른 어릴 쩍 천재 소년 웃는 모습이 천진하다.

그러고 보니 섬에는 천재들이 많다. 당장 주위만 둘러보아도 비금엔 바둑천재 이세돌, 동쪽 이웃 섬 안좌(安佐)엔 미술천재 김환기, 남쪽 이웃 섬 하의(荷衣)에는 정치천재 김대중 전대통령이 있다. 도초는 천재들 섬에 둘러싸여있다. 멀리 욕지도에는 문장천재 김성우. ‘천재를 낳으려면 섬으로 가라’는 우스갯말이 나올만하다.

두 밤을 도초펜션에서 잤다. 야수욕을 두 밤이나 했다. 천재들이 몸을 담그던 그 바다이다. 달이 없어도 좋다. 밤하늘 한복판 찬란한 북극성이 수천만 별들에 둘러싸여있다. 30년 전 들깨 섬 임자도(荏子島) 야수욕 생각이 난다. 그때는 달밤이었다. 청풍명월(淸風明月) 가득한 대광해수욕장 잔물결에 몸을 담그고 맑은 바람 마시며 친구들과 술 한 잔 나누었었다.

어딜 가나 달빛비치는 백사장이 수 십리씩 펼쳐진 섬들, 어딜 가나 별밤 야수욕 섬들이 널려있는 다도해는 축복이다.

김종남<언론인>


김종남 mht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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