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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3일(일요일)

<현동칼럼> 어떻게 해야 이름이 불리어지나?
2017. 06.15(목) 09:00확대축소
며칠 전 고교동창들이 야유회를 갔다. 1년에 한차례, 부부동반나들이이다. 버스에 타자마자 총무가 명찰을 나눠주었다. 남자들은 자기 이름만 있는 명찰, 여자 분들은 자기 이름과 그 아래 괄호에 남편이름을 쓴 명찰이다. 명찰을 목에 걸면서 갑자기 초등학생이 된 느낌이었다. ‘명찰 거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 만들게 되었다’고 총무가 설명했다.

설명이 맞았다. 부인들 입장에서는 누가 누구의 짝인지 잘 모른다. 수 십 년 친구들인 남자들도 거의 비슷하다. 나에게는 더욱 도움이 되었다. 밖으로 말은 못했지만 친구들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곤란한 때가 많았다. ‘네 이름이 뭐더라’고 대놓고 물을 수도 없다. 이번에도 버스 옆자리에 앉은 친구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애먹고 있는 참에 이름표 도움을 받았다.

사실 사람이름은 고유명사 중에서도 외우기 힘든 고유명사이다. 이름에 그 사람의 얼굴모습이나 성격이 들어있는 것도 아니다. 미당 서정주선생은 돌아가시기 전 하루아침에 1천개씩 산 이름을 외우셨다고 한다. 산 이름이나 지명에는 그래도 대개 유래가 있어 기억하기 쉽다. 금강석 일만 이천 봉 금강산(金剛山), 말 귀가 솟은 듯 마이산(馬耳山), 매 바위 같은 응암산(鷹巖山), 불로초를 구하러 온 서복이 서쪽으로 돌아갔다는 서귀포(西歸浦) 등등.

사람이름도 한자 뜻을 새기면 좀 외우기 쉽지 않을까. 그러나 한자이름은 대개 항렬이나 오행을 맞춰 지은 좋은 뜻 조합일 뿐이다. ‘성태(煋泰)’는 영리할 성(煋) 클 태(泰)이니 ‘영리하고 크다’는 뜻이다. ‘성순(聖淳)’은 성스러울 성(聖) 순박할 순(淳), ‘성스럽고 순박하다’이다. 뜻이 좋더라도 이름주인과 연결시킬 스토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중학생들에게 멘토링 수업을 했다. 한 반에 10명밖에 안되는데도 이름 외우기가 어려웠다. 교실에 있을 때는 앉는 자리 순서대로 이름 메모지를 만들어 그런대로 넘어갔다. 교실 밖에서 아이들이 뛰어놀 때는 누가 누군지 헷갈린다. 곱슬머리 재우, 큰 키에 긴 속 눈썹 재정이, 꽁지머리 은미, 피부 검고 작은 키 유민이, 머리가 눈썹까지 내려온 구인이 등등, 외모 특징을 묶어 외우는 방법을 썼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사람이름을 잘 외우는 것은 의식주 다음 갈만큼 중요하다. 세상은 이름을 아는 관계로 엮어지는 사회이다. 이름을 모르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들다. 이름을 부르는 것은 그 사람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인연을 맺는 일이다. 남의 이름을 많이 외우고 부르는 사람, 또 자기이름이 널리 알려지고 불리어지는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다.

공자도 “군자는 세상을 마치도록 이름이 남에게 일컬어지지 않음을 근심한다(君子疾沒世而 名不稱焉)”고 말했다. 군자는 학식과 덕행을 갖춘 지도자이다. 지도자는 학식만 쌓을 게 아니라 세상에 이름이 일컬어지도록 덕행을 펼치라는 말씀이다. 지도자는 세상 마치기 전 세상에서 부름을 받고 일컬어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소시민은 어떻게 해야 이름이 널리 불리어 질 수 있을까. 명승지에 가면 한자이름들이 어지럽게 새겨져있는 바위들을 볼 수 있다. 옛날 양반(?)들이 유람 차 왔다가 새겨놓은 흔적들이다. 공력이 엄청 들었겠다. 석공까지 대동했을 거다. 바위뿐인가. 해마다 백만 명이 찾는다는 담양 죽녹원에는 대나무 줄기에 개발새발 칼로 새겨놓은 이름들이 보인다. 개중에는 애인이름까지 써놓고 ‘사랑해’ 고백을 한 사람도 있다. 이런 억지 이름 알리기는 공적자산 훼손에다 자기 이름 욕되게 만들기일 뿐이다.

공자말씀을 찾아본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라(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김종남 < 언론인>

김종남 위원 mht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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