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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일(화요일)

<祐含칼럼> 아, 그리운 손편지
2017. 06.12(월) 07:07확대축소
얼마 전 5·18 광주민중항쟁 37주년을 보냈으니 꼭 37년 전의 일이다. 그러고 보니 친구의 결혼기념일도 벌써 37주년이 지났다. 정확히 1980년 5월 16일 오전 11시, 지금은 없어진 국제예식장에서 결혼식을 갖고 새로운 인생을 출발했다. 그 친구는 섬마을 선생님이었고 5월의 신부는 문학소녀였다. 자주 만날 수 없었던 이들은 오랫동안 목요일마다 편지를 주고받았다. 결혼식 날 두 사람은 편지글을 모아 ‘목요연가’라는 작은 책자를 만들어 하객들에게 답례품으로 전달했다.

“ 보고 싶은 형, 편지가 도착했나 싶어 수위실에 갔다가 쓸쓸히 발길을 돌려야하는 심정을 헤아려본 적이 있나요? 지난번 보낸 편지 말미에 ‘사진의부진(辭盡意不盡. 말은 다하였으나 뜻은 다하지 못했다)’이라고 적혀 있어 이번에는 그 뜻이 무엇인지 한편 설레고 한편 궁금하여 미칠 것 같습니다.”

‘목요연가’의 말미에는 ‘사진의부진’이라는 말이 여러 번 나와 있다. 그 친구는 편지를 통해 사랑을 이뤘고 편지의 위대함(?)을 알기에 자녀의 결혼식에서도 손편지를 강조했다. 아들의 결혼식 날 주례를 대신해 당부의 말을 하면서 “결혼 후 당분간은 돈이 들어가는 선물 대신, 생일이나 어버이날에는 정성스런 손편지를 보내달라.”고 주문했었다. 사실 그는 가난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나 힘들게 세상을 살았다. 그래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자녀들에게 경제적 보은이 아니라 마음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친구가 지난 어버이날 직후 친구들의 모임에 한통의 편지를 들고 나왔다. 며느리가 보내온 편지글은 ‘아버님 전상서(前 上書)’로 시작되었다. 얼마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전상서’인가.

“아버님, 어머님. 사흘 후면 어버이 날입니다. 아버님이 예뻐하시는 손주의 코를 닦아주면서 부모님을 생각합니다. 결혼식 날 주신 말씀대로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삶, 가족과의 아름다운 추억, 그리고 친구와 이웃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합니다. 선물 대신 손편지만 쓰라고 하셨지만 예쁜 커플 티셔츠 사서 보내오니 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십시오.”라는 내용이었다.

참석자 모두가 숙연한 모습이었다. 사실 손편지를 받아본 적이 무릇 얼마인가? 아니, 나 자신 손편지를 써본 것이 언제인가? 새해 덕담도 카톡이나 핸드폰 문자로 주고받는 시대에 다른 사람도 아닌 며느리에게서 받은 손편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과 부러움 그 자체였다.

손편지가 급격히 사라진 것은 1997년 다음 커뮤니케이션이 국내 최초의 무료 웹메일 서비스 ‘한메일넷’을 오픈한 뒤부터다. 이후 그해 9월 야후 코리아, 98년에는 네이버와 네띠앙이, 99년에는 라이코스, MSN, 알타비스타 등이 이메일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메일 서비스가 맹위를 떨치면서 손편지는 점점 잊혀져갔다. 우정사업본부 자료에 따르면 2003년 당시 3억6,800만 장을 웃돌던 우표판매량이 2008년에는 1억8,500만 장으로, 2012년에는 1억2,900만 장으로 감소했다. 그 가운데서도 손편지에 붙인 우표는 극히 미미하다고 한다.

편지왕래가 줄어들면서 우체국과 우체통도 줄었다. 우체통은 1993년 5만7,000여대에서 2007년 2만5,000대로, 2011년에는 2만1,000대로 줄어들었다. 70,80년대는 외국인과 편지를 연결해주는 ‘펜팔회사’도 많았고 군부대장병에게 보내는 단체 위문편지도 수없이 썼다. 편지를 통해 맺어진 인연은 정말 많았다.

그렇다면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가 편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No”라고 대답한다. 실제로 2012년 하버드 경영 대학교에서 미국과 영국, 남아프리카의 근로자 2,6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E-Mil: Not Dead, Evolving” 연구에 따르면, 이메일의 본질적인 기능이라 할 수 있는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이메일 기능 중 다섯 손가락 안에도 꼽히지 못했다.

한 자 한 자 힘주어 쓴 아날로그식 손편지에는 IT기술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진짜’가 담겨 있다. 그래서 아직도 육필(肉筆)의 원고를 고집하는 문인들이 있다. 쓰고 또 지우면서 다시 쓴 편지, 그리고 편지를 우체통에 넣은 뒤에도 주소를 잘못 쓰거나 우표가 떨어져 배달이 되지 않을 것을 염려했던 시절의 설레임은 어디로 갔는가?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라는 청마 유치환과 이영도 여사의 편지가 사뭇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오늘은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쓰자. 우정사업본부는 ‘전국민 편지 쓰는 날’ 같은 것을 제정해 봄직하다.

지형원 <문화通 발행인>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이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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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용
박인숙

10-27 04:28

아주 어렵습니다.

펜들고 편지글 써 본것이 언제인지 생각이 아주 안납니다.
올 년말에는 손자, 손녀에게 편지를 써 보내야 하겠습니다.
목단 한송이 먹으로 그리고, 4B연필로 쓰는 즐거움을 누려보려고 합니다.
일개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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