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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9일(월요일)

<현동칼럼> 조감도속 조그만 점을 보며---
2017. 01.02(월) 11:06확대축소
16년 만에 차를 새로 샀다. 새로운 기능이 엄청 많아졌다. 무엇보다 핸들 옆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이 마음에 든다. 예전 차에는 내비가 없었다. 모르는 장소를 찾아갈 때면 스마트폰 안내를 받아야 했다. 스마트폰 지도 내려다보랴 좌우 차들 신경 쓰랴 힘들었었다.

차에 붙은 내비는 시동만 걸면, 길잡이처럼 자동으로 지도를 펼친다. 목적지를 누르지 않아도 운전하는 시간 내내 바둑판같은 조감도가 흐른다. 나는 그 지도 속에 꼬물거리는 조그만 점이다. 수 십 년 동안 옆을 지나다니면서도 말바우 시장, 동강대 건물들을 하늘위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은 처음이다. 덕분에 그동안 직선, 곡선만 있었던 1차원 세계가 너른 평원이 있는 2차원 세계로 변한느낌이다.

내비지도가 가장 돋보일 때는 역시 생소한 곳에 갔을 때이다.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좌표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삶에 있어서도 이렇게 순간순간 내 좌표를 확인해가면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학 ROTC 훈련 때 독도법을 배운 적이 있다. 독도법교관이 여러 번 되풀이하며 겁(?)을 주던 이야기가 있다. 소대장이 지도를 잘 못 읽어 아군 포탄에 자기소대원을 잃었다는 이야기이다. 아군의 지원 포격을 요청하면서 소대위치 좌표를 잘못 알려주어 아군포탄을 맞게 되었다는 6.25 때 실화이다.

지도를 읽으려면 지금 내가 어디 서있는지, 좌표부터 알아야한다. 다음은 지도 바로 놓기이다. 나침반과 주요 지형지물 도움을 받아 지도를 현재지형과 일치하게 방향 잡아 놓는다. 그래야 목적지로 가는 경로를 찾을 수 있다. 제대 후 기자시절, 5만분의 1지도를 들고 섬진강, 영산강 시원부터 수 백리 물길 따라 내리며 르포기사를 쓰던 때 그 구식독도법은 큰 도움이 되었다.

위성에서 바로 좌표를 쏘아주는 GPS시대에 이런 독도법은 원시시대 얘기이다. 지금은 좌표를 알려고 힘쓸 필요도 없다. 내비는 켜자마자 나를 중심으로 지도를 그려내고, 목적지를 입력하면 최단경로는 물론 도착예정시간까지 내놓는다. 잘못 경로를 벗어나더라도 즉각 새 경로 지도로 바꾸어 보여준다. 진입로 들어설 때는 차선까지 지정한다.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편리함의 극치이다.

그러나 편리함이 다 좋은 것일까. 뻔히 아는 길도 내비에 의존하게 된다. 내비로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점점 더 길치, 지리치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며칠 전 영산포에 갈 때는 아는 길인데도 틀리지 않기 위해 주소를 입력해 안내를 받았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생긴 도로들이 많아져 헷갈릴 수도 있었다. 돌아오는 길은 되짚어 오는 길이라 내비안내가 필요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갈 때와 시각이 반대로 바뀌어서인지 지나왔던 길을 제대로 분간하기 힘들었다. 갈 때 내비안내만 따라가느라 주변 건물이나 교차로에 신경 쓰지 않아 기억에 잘 안 남은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국 다시 내비의 도움을 받아야했다. 이러다가 나중엔 종이지도 읽는 지능까지 사라지지 않을까.

자동차여행을 즐기는 친구 얘기가 생각난다. 기계를 잘 다루는 공대교수인데도 그는 내비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내비만 따라 가다보면 아스팔트길만 기억에 남고 주변에 무엇이 있었는지 가는 길 주위를 둘러보는 즐거움이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그는 복잡한 도시 안에 목적지가 있을 때나 내비를 켠다. 시간이 더 들더라도 가로수가 운치 있는 지방도로로 천천히 달리면서 길을 달리는 즐거움을 가진단다.

새 차 내비 덕분에 나는 운전하는 내내 새로운 재미를 얻었다. 조감도를 보는 즐거움이다. 목적지를 지정하지 않으면 내비지도는 그냥 하늘서 내려다보는 조감도이다. 나는 조감도 속에 하나의 점이다. 이름도 모르고 지나치던 조그만 저수지들, 아파트들 길들이 이름을 얻어 새롭게 태어난다. 도시 안에 조그만 절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매일 지나던 길이 여행길처럼 새로워진다.

김종남<언론인>


김종남 mht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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