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법성포 굴비덕장에는 정말 파리가 없을까?
강한 해풍과 염분의 영향… 타 지역에 비해 현저히 적어
| 2016. 12.20(화) 14: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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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팀은 우선 영광 법성포 향토 사학자와 굴비덕장을 오랫동안 운영해온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이들 취재원 모두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실제로 법성포에는 타 지역에 비해 파리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문화통은 특별 취재팀을 편성, 법성포로 향했다. 우선 즐비하게 늘어선 굴비가게를 돌아다니며 파리떼(?)를 확인했다. 10월이라는 계절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10개의 가게를 돌아다닌 결과 네거리에 있는 굴비 가게 한곳에서 파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50대 중반의 아주머니 점원은 “이상할 정도로 파리가 거의 없다”라고 말한다. 20년 가까이 굴비를 팔고 있는데 한두 마리 날아다니는 것 말고는 다른 지역처럼 파리 떼를 본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 이유는 뭘까?
파리는 알을 까서 구더기가 되고 번데기 과정을 거쳐 파리가 된다. 파리 한 마리가 까는 알은 2,000마리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세상은 파리천지가 되어야 마땅한데 그렇지 않다. 풍뎅이붙이라는 것이 구더기의 대부분을 잡아 먹어버리기 때문에 파리천지가 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파리는 음식물 찌꺼기가 많은 곳이나 시궁창, 옛날 화장실 등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 많이 서식한다. 그렇다면 법성포가 타 지역에 비해 환경이 월등하게 좋아야 하는데 그렇게 말할 만한 충분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
법성포 토박이들의 주장을 근거로 그 이유를 찾기로 했다. 첫째는 해풍이 강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굴비를 염장할 때 보통 3년 이상 저장해놓은 천일염을 사용하기 때문에 염분이 높다는 것이다. 셋째는 타 지역에 비해서 밤과 낮의 일교차가 심해 파리의 서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성포 앞바다는 바람이 세다. 칠산 앞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구수산 기슭에 부딛쳤다가 갑자기 좁은 포구로 밀고 들어오면서 강한 바람을 일으킨다. 그래서 예부터 법성포구 끝자락은 파도가 많아 다랑곳(多浪)이라 했다. 강한 바람과 파도가 해안을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파리가 서식하기 어렵고 상대적으로 알의 수도 적을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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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원인은 염분도이다. 법성포에서는 굴비를 염장할 때 3년 이상 된 천일염을 사용하기 때문에 간수가 완전히 빠져 짠맛이 강하고 쓴맛이 크게 줄어든다. 우리 조상들이 김장을 할 때도 3년 이상 간수를 뺀 소금을 사용한 이치와 같다. 3년 이상 된 소금을 사용하는 이유는 굴비의 맛과 깊은 관련이 있다.
세 번째 원인인 일교차가 크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한 조사결과다. 영광군내에는 현재 영광읍과 염산, 낙월도에 광주기상청 관할 관측소가 있다. 법성포와 가장 가까우면서 비슷한 조건을 가진 염산과 영광읍, 낙월도의 강우량과 강설량 등을 비교한 결과 유의미한 결과를 찾지 못했다. 또 바닷물의 염분을 측정하는 기준인 퍼밀(psu)에서도 법성포의 경우 28정도로 다른 바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상의 여러 원인을 비교한 결과 법성포에 파리가 거의 없는 것은 강한 해풍에 밀려 살기 어렵기 때문이며 3년 이상 간수를 뺀 짠 소금으로 섶간을 하기 때문에 굴비덕장에 파리가 엉겨 붙기 어렵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영광굴비 집중탐구
영광굴비가 유명한 까닭은 무엇일까?
첫번째 이유는 영광굴비는 칠산 바다에서 어획한 산란 전의 참조기를 염장하여 말리기 때문이다. 3,4월에 칠산 바다에서 잡은 산란 전 조기라서 알이 꽉 차 있고 살이 올라 있다. 이때의 굴비는 복부에 황금빛을 띄고 있다.
조기는 제주도 서남쪽에서 겨울을 지내고 북상하여 3월 말이나 4월 초순께 칠산 바다에서 산란한다. 칠산 바다는 프랑크톤이 풍부한 갯벌이 있고 수심이 얕아서 조기의 산란장으로 적합하다. 반면에 칠산 바다에서 잡히지 않고 살아남은 조기는 연평도 근해에서 잡히는 데 여기는 잡히는 것은 산란 후의 늘그막한 조기라 빛깔과 맛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영광굴비가 맛있는 두 번째 이유는 염장비법 때문이다. 타 지역에서는 소금물에 조기를 담갔다 말리는 방법(물간)을 사용하는 데 반해 영광굴비는 섶간을 하는 것이 다르다. 섶간은 조기의 아가미를 헤치고 조름을 떼어낸 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다음, 아가미 속에 소금을 가득 넣고 생선 몸 전체에 소금을 뿌려 항아리에 담아 절이는 방법이다.
이 때의 소금도 간수가 완전히 빠진 천일염을 사용하며 절인 조기를 꺼내어 보에 싸서 하루쯤 눌러 놓았다가 채반에 널어 빳빳해질 때까지 말린다. 천일염에 포함돼 있는 마그네슘염(Mg)은 소금의 맛과 식품의 침투성에 많은 영향을 주며 조해성이 높아 소금이 습한 상태로 유지된다. 이런 성분은 자연정제 방식인 장기간 저장에 의해 제거될 수 있는데 기간이 너무 오래되면 무기물질의 양이 감소한다. 맛, 영양, 색깔 등 식품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3년산이 가장 좋은 품질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우리 조상들의 경험과 일치한다.
다시 말해 3년산 소금이 굴비의 맛, 조직감, 색 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건조방식도 저온건조 방식으로 습도가 낮은 상태에서 바람에 의한 건조가 지방의 산화를 최소화하여 굴비의 수축과 변형이 적다. 이로 인해 굴비의 쫄깃쫄깃한 맛과 부드러운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원료 조기의 수분함량이 75%였던 것이 염장 및 건조과정을 거치면서 48.1%로 감소하였다. 3일간의 염장과정 중 소금의 삼투압에 의한 탈수가 16.1%, 30일간 건조과정 중에 약 11.3%의 수분이 감소돼 3일간의 염장에 의한 탈수가 30일간의 건조에 의한 탈수보다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번째는 지리적 특징이다. 전남대 여수캠퍼스 수산생명과학부 한경호 교수팀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법성포의 갯바람은 특수한 지리적 요인으로 낮에는 습도가 45% 이하로 떨어졌다가 밤에는 95% 이상 5~6시간 지속돼 한낮에는 건조가 이뤄지고 밤에는 조기 내부의 수분이 외부로 확산되어 급히 마르거나 부패되는 것을 막아준다. 다시 말하면 해풍, 습도, 일조량 등이 적절한 셈이다.
그러나 파리가 없는 법성포의 행복도 바다를 매립해 개발함으로써 언제끝날지 모른다.
가장 맛있고 비싼 굴비가 오사리조기
굴비 중에 곡우 (음력 4월 20일) 무렵에 잡은 조기를 ‘오사리조기’ 또는 ‘곡우살조기’라고 하고 이것으로 만든 것을 ‘오사리굴비’라고 한다. ‘밥도둑’ 이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 보통 굴비는 스무 마리가 한 두름인데 오사리 굴비는 열 마리가 한 두름이며 값도 서너 배 비싸다. ‘오사리’, ‘오가잽이’라고도 한다. 어원은 ‘오지다’에서 유래했다는 설, 일본말로 크다(大)를 뜻하는 ‘오’자가 붙었다는 설 등이 있는데 정확한 어원은 알 수 없다.
보리굴비라는 것은 해풍에 말린 참조기를 통보리 항아리에 넣어 숙성시킨 굴비를 가리킨다. 굴비를 보리에 넣어 보관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일 년 이상 해풍에 말린 굴비를 통보리에 넣어 저장하면 보리의 쌀겨 성분이 굴비를 숙성시키면서 맛이 좋아지고, 굴비가 보리의 향을 받아들여 비린내가 없어진다. 또한 굴비 속의 기름이 거죽으로 배어 나오면서 누런색을 띄게 된다.
氣를 북돋아 준다고 하여 助氣
조기(助氣)라는 이름은 어린이나 노약자의 기를 북돋아 준다는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동이보감 탕액편에 따르면 조기는 약성이 뜨겁거나 차지도 않고 위에 유익하며 복창과 심한 설사를 다스리고 식체, 기체(신경성위장병) 등에 특효가 있다고 되어 있다. 민간요법으로는 머리 부분의 작은 뼈는 돌과 같이 단단한데 태워서 재를 만들어 석림(石淋: 오래된 임질) 치료에 사용하였다고 한다.
비(非)에 굴(屈)하지 않는다하여 굴비
조기는 민어과에 속하며 황조기, 수조기, 참조기 등으로 구분 한다. 머리에 돌이 있어 석수어(石首魚)라고도 불린다. 중국에서는 조기를 ‘석두어’, ‘황화어’라고 하고 말렸을 때에는 백상어라고 일컫는다. 우리나라 고서에는 ‘건석어’, ‘석수어’ ‘건수어’라고 불렀다.
고려 인종때 ‘십팔자(十八子)’(李씨) 의 성씨를 가진 사람이 임금이 된다는 유언비어 때문에 임금의 척신 이자겸이 척준경의 배신으로 영광 법성(정주)에서 귀양살이를 한 적이 있다. 굴비라는 이름은 이자겸이 마른 굴비에 정주굴비(靜州屈非) 네 글자를 써서 임금에게 보낸 것에서 유래하였다. 이는 ‘비(非)에 굴(屈)하지 않고 꺾어지거나 비뚫어지지 않으면서 대자연의 섭리에 따라 자연의 맛을 즐기면서 유유자적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함한 무리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굴비라는 글을 써서 진상한 것. 이때부터 영광굴비는 수라상에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참조기, 수조기, 황석어로도 불려
한국 연안에서 잡히는 조기류는 13여 종 정도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참조기와 수조기(부서조기)이다. 황석어(黃石魚)라고도 불리는 참조기는 몸빛이 회색을 띤 황금색이며, 입이 불그스레하고 몸통 가운데 있는 옆줄이 다른 조기에 견주어 굵고 선명하다. 참조기와 모양이 비슷한 수조기(부세)는 참조기보다 몸이 가늘고 편평하며 머리가 몸체에 비해 크고 몸 빛깔이 황색이다.
굴비는 크기에 따라 소역거리, 중역거리, 장대(20마리짜리) 오가잽이(10마리짜리) 중딱돔(돔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딱돔, 대딱돔(30㎝이상) 등으로 불린다.
<문화통 취재팀>
문화통 취재팀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