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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9일(월요일)

<현동칼럼> 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인가
2016. 11.21(월) 14:20확대축소
중1년생들은 무슨 책을 좋아할까? 좋아하는 책 이름 하나만 쓰고, 또 좋아하는 이유와 기억나는 구절이나 줄거리를 써보라고 했다. 자유학기제 중1년생을 멘토링하는 시간에서였다.

지언이는 초등학교 6년 독서토론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주신 <<엄마>>라는 책이 좋다면서 ‘암에 걸린 엄마가 죽어 별꽃이 되는’ 줄거리가 감동적이라고 했다. 수범이는 ‘뺑소니범 아들과 살인자의 딸이 친해지는 예상치 못한 스토리에 끌렸다’면서 <<치타소녀와 좀비소년>>을 들었다. “우리는 친해지는 중이다. 하지만 너무 살기 힘든 게 현실이다. 너무 힘들지만 우리는 사랑한다”는 문구를 기억나는 구절로 소개했다.

태현이는 이해하기 힘들고 친하지 않은 과학을 쉬운 이야기로 풀이해주고 궁금증에 서 시작한 과학자들의 성장이야기로 가득한 <<과학은 공식이 아니라 이야기란다>>를 꼽았다. 구인이는 ‘남강민(주인공)’이 형과 아빠에게 자주 혼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게 자기사정과 비슷해서 <<개같은 날은 없다>>가 좋다고 얘기한다. 혜영이는 <<귀신전>>, 나린이는 <<엘릭시걸의 러브스토리>>, 유민이는 <<방탄소년단>>이란 만화책을 좋아한다 했다.

나로선 들어보지 못한 책들이다. 덧붙일 이야기가 별로 없었다. 아이들의 발표를 신기하게 듣기만 했다. 나는 중학생 때 무슨 책을 좋아했을까. <<이솝우화>>나 <<톰소여의 모험>> 정도 아니었을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러나 그들도 커 가면서 좋아하는 책이 여러 번 바뀔 것이다. ‘어릴 때 나는 이런 책을 좋아했다’고 얘기할 책을 찾다 서재에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발견했다.

누렇게 바랜 표지를 열자 책 맨 뒷장에 읽은 날자가 씌어있다. ‘1973년 5월16일’ 43년 전, 내가 어릴 때는 아니다. 청년 때이다. 그 밑에 또 읽은 날자가 있다. 1987년 3월1일, 장년 때이다. 2차 대전 군용기 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1900~1944)가 43세 때 쓴 어린왕자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라기보다 어른을 위한 동화 아닐까. 노년인 지금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맨 앞장은 ‘꼬마이었을 때의 레옹베르뜨에게’라는 헌사(獻辭)이다. “이 책을 어른에게 바친 것에 대해 나는 어린이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 그 어른이 지금 추위와 굶주림을 겪으며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어른을 달래줄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책을 그 어른의 어린 시절에 바치고 싶다. 어른들이란 다 한 때는 어린애들이었던 것이 아닌가, ---”
역자인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은 책 뒤쪽에 <작품해설>을 써 붙였다. “생텍쥐페리가 ‘어린왕자’를 죽음의 위협 속에서 만났듯이, 나도 나의 ‘어린 왕자’와, 삶의 무의미가 주는 위협을 버티어내다가 만났다” 김현은 비좁은 골목을 아홉 개나 돌아서 겨우 도달할 수 있는 곳에 자취를 하면서 생존의 어려움, 삶의 건조함과 무의미속에 빠져 헤매고 있을 때 ‘어린 왕자를 만나 삶의 상당부분을 의미 있는 어떤 것으로 바꿔 놀 수 있었다’고 서술한다.
내가 ‘어린왕자’를 만난 때는 언제였나? 처음은 청년기였다. 두 번째는 어른 때였다. 그때 ‘어린 왕자’가 나에게 감동을 준 구절은 무엇이었을까. 빨간 밑줄이 쳐져있다. “ 사람들이란, 특급 열차를 집어타지만, 무얼 찾아가는지 모르고 있어. 그래서 초조해 가지고 빙글빙글 도는 거야---- 하지만 그들이 찾는 것은 장미꽃 하나에서도 물 조금에서도 찾아지는 건데 -----”

아이들 덕분에 30여년 만에 <<어린 왕자>>를 다시 읽었다. 이제 세 번째이다. 이번에는 연필로 밑줄을 그었다. 본문이 아닌 김현의 <작품해설>이다. “--‘어린왕자’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사막과 우물로 표상되어 있다.----‘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

김종남 <언론인>


지형원 mht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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