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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4일(금요일)

이 순 한국미용박물관장-20대 후반부터 미용 유물수집

왕비들이 썼던 대수(大首)재현…
박사과정 마친 전통미용 전문가
2016. 06.30(목) 22:22확대축소
이 순 관장
광주 뷰티도시를 선도하는 삼총사 가운데 한사람이 이 순(56) 한국미용박물관장이다. 한국미용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미용전문박물관으로서 전국의 미용관련 학과 학생들은 물론 해외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코스다. 대학의 미용학과를 탐방하고 시내 뷰티숍을 거쳐 미용박물관을 찾는데 ‘엑설런트’ 를 연발한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자료들, 특히 조선시대 왕비들의 위엄과 권위의 상징이었던 대수(大首)를 살피는 그들의 눈은 ‘경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650여점의 전시유물들이 한사람의 힘으로 30여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쳐 박물관으로 세워졌다는 사실을 접하면 ‘그 사람’에 관심을 집중하게 된다.

이순 관장. 순천출신으로 순천여고를 졸업하고 미용일을 시작해 한때는 이반헤어스케치라는 브랜드로 오빠 이반(59)씨와 함께 광주의 미용계를 평정(?) 했던 적도 있다. 70년대에 1분 헤어스케치라는 시스템을 도입해 얼굴형태에 맞는 스타일을 창조했다. 근래 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내츄럴메이크업이라는 것을 이미 20년 전에 도입했다. 뷰티숍도 고급스런 엔틱가구를 배치해 독특한 문화공간 또는 힐링공간의 개념으로 확장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시대를 앞서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미용계의 선두주자로 부상했던 것. 1999년 광주여대에 전국 최초로 미용학과가 개설되면서 40살의 나이에 1기생으로 입학, 단숨에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곧바로 전남대 대학원 의류학과 박사과정에 들어가 전통복식을 연구하면서 관심분야인 전통머리를 전공하게 된다. 박사과정도 숍을 운영하면서도 단숨에 수료했다.

20년전 1분 헤어스케치 내츄럴메이크업 도입

전남대 평생교육원에 헤어아트 과정을 개설해 98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40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이들 수강생들은 주로 현업의 미용실 원장들로 135만원의 높은 수강료에도 불구하고 등록자가 넘쳤다. 한국 최고의 미용전문가들을 강사로 초청하고 학기가 끝날 때마다 헤어쇼를 개최하는 등 차별화 전략으로 눈길을 끌었다. 국공립대학 평생교육원에 뷰티관련 학과가 개설된 것은 전남대학이 처음이었다. 이순 관장은 이 무렵 전남대 후문 근처에서 숍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미술사학자 이태호 교수 (현 명지대교수)가 손님으로 미용실을 찾은 것이 인연이 돼 박물관 설립의 뜻을 밝혔다. 이 관장이 평생을 모은 유물들을 살펴본 이 교수는 김중채 임방울국악재단 이사장과 깊숙이 논의하기 시작했다. 김중채 이사장은 중앙부처의 예산을 끌어와 보성의 서재필기념공원, 티벳박물관, 백민미술관, 금봉미술관 등 지역사회 여러 문화공간을 만들어낸 마이더스의 손(?)으로 통한다.

이 교수로부터 이순 관장에 관한 얘기를 들은 김 이사장은 이근식 행자부장관을 찾아가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비 10억 7천만원을 받아오고 여기에 자부담 15억원을 들여 공공기관이 설립한 대한민국 제1호 미용박물관을 건립하게 된다. 이런 인연으로 미용박물관 운영주체인 빛고을문화재단도 김중채 이사장이 대표를 맡게 된다.

이순관장이 유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언제일까? 놀랍게도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중반이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서울로 올라간 이씨는 잘나가는 미용실에서 기술을 배웠다. 돈 많은 사람들, 특히 주식시장을 드나드는 사람들로부터 주식에 관한 정보를 듣고 주식이라는 것도 배우고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이 조금 생기자 골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70년대 장안평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각종 골동들이 쌓여 있었다. 미용일을 하고 있던 터라 미용관련 자료수집에 집중했다. 당시만 해도 값이 그리 비싸지 않았다. 구리 귀이개, 비치옥 뒤꽂이, 투각옥잠, 흰옥 뒤꽂이 등 미용관련 자료는 있는 대로 구해서 보관해두었다.

기름병·조선시대 경대 등 수천만원 호가

문은 두드리는 자에게 열린다고 했던가. 서울에서 한창 잘나가는 이순에게 오빠가 도움을 요청했다. 광주에서 이반헤어스케치라는 이름으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일손이 너무 딸려 광주로 내려오라는 것이었다. 얼마간 서울과 광주를 오가며 일을 하다가 아예 내려와 오누이 전성시대를 구가하게 된다. 31살 때였다. 1분 헤어스케치를 통한 개성을 살려주는 헤어스타일 창조는 좋은 소문으로 퍼져나갔고 고가의 신부화장으로 제법 돈도 벌었다. 일에 쫓겨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겼지만 그에게는 결혼보다 더 소중한 꿈이 있어 행복했다. 광주에 내려온 뒤에도 꾸준히 자료를 모았고 먼 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유병이나 경대 가운데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귀한 것도 있다. 진품이라고 샀던 것이 가짜이거나 중국에서 온 것도 있어 몇 차례 마음상한 적도 있다.

이렇게 해서 자리를 잡은 뒤 가슴 한켠에 묻어 두었던 배움에 대한 미련을 풀어헤쳤다. 주경야독의 어려움 속에서도 틈만 나면 서울의 궁중유물전시관(고궁미술관) 등을 직접 찾아 자료를 구하고 전문가들에게 귀동냥을 해가며 스스로 전문가가 되기 시작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중국에서 왕비관이 보내지지 않자 직접 국속(國俗)으로 왕비관을 만들게 되는데 머리카락이 산화하다보니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가채(加韆)를 만드는데 드는 돈이 집10채 값이나 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자 성종 때 가채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가채가 많이 남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 관장은 그래서 직접 현존하는 자료들을 실측하고 연구하여 직접 왕비나 비빈들이 썼던 대수(大首)를 직접 복원하기 시작했고 이를 박사학위 논문으로 쓰게 되었다.

이관장이 직접 복원한 대수가 한국미용박물관에 전시중이며 현대에 대수를 복원한 사람이 이관장이 유일하다. 그런 점에서 무형문화재로 지정해도 될 정도로 완벽한 이론과 기술을 습득했다.
“우리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우리 전통미용에 관해 설명할 때가 너무 행복합니다.”
이순 관장은 오늘아침도 일찍 일어나 곱게 머리를 단장하고 박물관 문을 연다. 그에게 박물관 유물 하나하나는 이미 가족이다.



박서유 기자 mhtong@hanmail.net        박서유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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